이번에 니 무덤 찾아가면서 큰형님으로 부터 니 얘기 아주 베리 베리 디테일 하게 다 들었다 임마!
오사카 사는 니 동생 말이다 임마, 가뜩이나 낯설고 물설은 이국으로 떠나는 동생인데
어떻게 전재산이라 할, 그 집 팔은 돈을 니가 다 써버릴 수가 있냐 임마?
니 형님이 그 동생을 보러 일본엘 찾아갔더니 세상에 그런 거지가 없었다더라 임마!
그래도 이젠 성공을 했으니 망정이지 지금도 만일 배 쫄쫄 굶고 그러구 산다면
훗날 뭔 낯으로 동생을 보겠냐 임마! 진짜 너, 나쁜 놈이여 임마!
일가 친척 중에 너 한테 물리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큰형님, 퇴직금 받아 산 아파트도 너땜에 날렸다니
니 형수가 돌아버리지 않은게 신통하다 임마!
또 큰누님은 네겐 부모나 다름없는 분인데,
어떻게 생업으로 삼는 그 목욕탕을 잡혀서 돈 빼 쓸 궁리를 다 하냐 임마?
진짜 넌 사람도 아녀 임마!
내게 돈 부탁하는 전화했을 때 짐작했다 임마.
사업 종쳤구나, 알았어 임마.
그래서 몇 푼 되지도 않았지만 받을 생각으로 준 것도 아녔어 임마.
사실은 12년 전에, 베이징 뭔 호텔에서
너랑 우연히 만나서밤늦게 북한 식당에 가서 술 마실 때
네 불안해 하는 표정을 보곤 심상찮다는 걸 이미 읽었어 임마.
형님은 지금도 네가 쇼파 장사할때 이태리 놈들에게 사기 당한 걸로 아시던데
난 다 알어, 잔머리 굴리다가 제 발등 찍은 거라는 걸.
그리고 임마, 내가 니 형님한테 다 일러바쳤어 임마!
여남은 살 먹은 애가 찾아와서 "큰아부지!" 하거들랑 은
니 앤줄 아시고 아뭇소리 말고 거두시라고 말이얌 마.
북경인가 대련인가에 젊은 아낙 있었잖암 마!
애가 생겼으면 지금쯤 초등학교 4~5학년은 됐을 거 아녀 임마!
에이그 나쁜 놈시키!
너 참, 경찰선가 안기분가 잽혀갔단 얘긴 나중에 들어서 알았다만,
이번에 형님 얘기하는 소릴 가만 들어보니 니가 뭔 글을 썼담서?
너? 너? 혹시 내 글을 베껴서?
신채호 선생의 ‘강도 일본이 나라를 없이하며... 오로지 폭력뿐이니라!’ 했던 바로 그!
내가 박통때 그거 써서 너를 주면서 등사해서 돌리라 했던,
몰래 교회 들어가서 그거 밀다가 들통나서 나가리 됐다고 했던 그 글 말이여 임마!
그걸 네 글이라고 하다가 잽힌 거지?
그래서 내가 뭔 일로 잡혀갔냐고 물었을때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아이고 모지리 새퀴!, 차라리 다시 써달래든가나 하지.
어쨌든 고맙다 고마워! 덕분에 난 무사했응께-.
그리고 너 임마, 옛날에 결혼하구 얼마 안돼서 집 지었자나 임마.
그거 팔아먹을 집이라믄서, 스티로폼을 50mm 써야 되는 걸 30mm로 쓰는 바람에 준공도 안 떨어져서
시청 다니던 니 형님이 그거 해결해주느라 쫄따구들한테 존내 쪽팔렸대더라 임마!
그리고 그 집, 니 장인을 시켜서 졌다매?
으이그, 사위놈이나 장인*이나!
집이라는게 임마, 한번 지으면 50년이 갈지 100년이 갈지,
또 누군가는 들어와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임마!
그깟거 아껴봐야 돈 몇 푼이나 되겠다고.
젊은 놈이 어떻게 고딴 생각을 다 했는지.
사도가 좁대나 어쨌대나 해서 원래부터 집을 지을 수도 없는 터였다더라 임마!
재주도 용해 암튼!
그리고 또 임마!
아니 사기칠 게 없어서 고등학교 졸업한 기수를 다 사기 치고 다니냠 마!
사기를 쳐서 그 순간을 넘겼다고 쳐. 그런다고 해서 니가 선배가 되냠 마?
에이그 사기칠 일이 따로 있지, 아- 금방 뽀롱날 일을!
나 임마, 회 먹으러 대천 간다 임마!
산 놈은 재밌게 살아야할 거 아니냠 마!
니 형님하고 오천 가서 회먹고 천북 가선 굴 궈먹고 잘 놀다 갈거담 마!
코 삐뚤어지게 먹을라고 아예 기사까지 델꾸 왔다 임마.
조상 산이나 잘 지키고 있어 임마! 또 딴 궁리 하지말고.
겁난다 임마!
설마 형님 묘자리가 탐내서 먼저 뒤진 건 아니겠지?
하도 골 때리는 새퀴니 원.
그리고 너 임마 클났어! 니 아들, 너랑 아주 고대루 빼박았더라!
나 간다 임마!
.
'그 날'은 경황도 없었을 뿐더러 이심전심 서둘렀기 때문에 자세히 둘러보질 못해서 내내 찜짐했는데,
이번에 가보니 떼도 폭신폭신하니 잘 살았고추운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따뜻하니 바람도 자는 게
그만하면 명당 축에 드는 것 같아, 산을 내려오는 기분이 아주 홀가분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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