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의 '가을이' 시봉기

2007. 7. 22. 08:37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가을이' 이야기 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가을이'는 누님이 애지중지 하는 말티즈 9 년생인데 지난 해 부터 앞을 못 본답니다.
당뇨병성 망막증이라던가요? 실은 그만하기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바짝 말랐는데 배만 터질듯 풍선 처럼 불어나서 가축병원을  몇번 찾아갔는데 수의사도 원인을 잘 모르겠다더군요.
당뇨에 대한 상식이 있었다면 일찍 눈치를 챌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 물을 그렇게 먹으며 좀 이상한 증세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얼마 전에 홍역에 걸려서 죽게 된 것을 살린 터라 자만 했을 수도 있어요.
아무튼 혹시나 하는 기대로  축 늘어진 '가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엘 가긴 갔지만 거의 포기하는 심정이었죠.
 
두달여를 입원치료 받으며 그야말로 기사회생을 했지요.
허나 눈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눈 수술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더군요.
가능성은 반반이되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을 뿐 더러 원인이 당뇨로 왔기 때문에 다시 100% 재발하니 권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누님이 제게 그러더군요. 
"가을이가 내게 돈으로 치면 얼마만큼의 존재일까?" 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살아난 가을이는 매일 아침 누님이 놔 주는 당뇨주사 덕분에 (당뇨의 정도가 심해서 먹는 약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대로 건강을 되찾고 여전히 누님과 산책을 다닙니다.
 
아무리 동물이라도 제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은 어찌 아는지 "가을아 주사 맞자~" 하고 부르면
싫은 내색 없이 실룩실룩 걸어와서 턱 맡긴답니다.  기특하지요.
 
그 놈이 다른 사람 보다 저를 유난히 따르는 편인데, 
제가 '동구밖 가수원길'을 휘파람으로 부르면 저도 고개를 쳐들고 우우 하며 따라 한답니다. 
다들 신기해 하지요.
 
누님이 헬스라도 가서 의자에 앉혀놓으면  끝날 때 까지 짓지도 돌아다니지도 않고
착 엎대만 있기 때문에 회원들 모두가 예뻐한다더군요.
 
그런데 작은 걱정이 생겼습니다. 누님이 짓는 집이 준공이 떨어져서 곧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지금 까지는 비록 눈이 멀었다 하나 제 살아 온 어림으로 그런대로 불편함 없이 다녔었지만 
이제 새로운 집에 적응할려면 얼마간 불안해 하겠지요.
 
거실 한 구석에도 옥상에도 개 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계단 난간에도 추락을 방비하려고 유리로 다 막았구요. 
집 짓는 사람들이 처음엔 뒤에서 쓩쓩 손가락질을 했지만 
간절함이 전달 됐는지 나중엔 오히려 진심으로  개의 동선 까지 고려해 가면서 성심을 다해서 지어줬답니다.
 
건물이 아주 근사하게 잘 지어져서 제 마음도 흡족 합니다. 
이틀 뒤면 집들이 하는 날이로군요. 
저는 안주회감을  맡기로 했는데, 이제 생각하니 '가을이' '앵두' 옷이라도 한벌 사가야겠습니다.  
참, '앵두'가 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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