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복이 얘기

2007. 7. 11. 16:35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칠복이 우리 칠복이 ♪  

 

 

내가 개를 한 마리 키우지 않것냐? "비글"이라고 들어는 봤냐?

귀가 축 쳐지고, 주둥이 삐죽하고,
털은 대개 흰색에 검정 갈색이 섞였지.
가슴과 꼬리 배는 흰색이고.
스누피, 만화나 광고모델로 나오는 그 스누피가 비글 종류야.
강아지 때 보면 기막히지. 얼마나 귀엽게 생겼다구.

애고 어른이고 할 것도 없어, 애견센터에서 그놈 만나면 사지 않고는 못배겨.
그 종자가 원래 엄청 까불고 건강하거든.

 

 

 

 

 

 

   

잘 먹는 정도가 아니라 식탐이 대단해.
하이고~ 강아지때 와서 얼마나 설치고 사고를 저지르는지,


거기에다 오줌 똥까지 못 가려서  애 많이 끓였다.

그땜에 마누라랑 싸우기도 많이 했고.

그런데 칠복이 이 놈이 짖을 줄을 몰라.

그런 걸 보면 천생연분이 따로 없어.

비글이 원래 짖을 때 소리가 크기로 유명하거든.

아파트서 짖는다고 생각해봐, 난리도 아니지.

또 이 놈이 낯선 사람이나 다른 집 개에게도 경계심이란 게 없어.
오히려 낯선 사람이 오면 좋아서 난리라니까?
배달이나 소독, 검침이라도 오는 날에는


아예 그 사람 바짓가랑이에 매달려서 꼼짝을 못하게 할 정도야.
길 가다가 뉘집 개를 만나면 저 혼자 반가워서 쫒아가다 물릴뻔도 하고.
그러다 보니 요즘엔 개한테는 별 관심 없나보더라.

아무튼 그런 순둥이가 없지.

 

 

 

 

 

 

 

 

아파트에서 개 키우는 문제 가지고 전에 한참 시끄러운 적 있었지?

그거 첨서 부터 얘기가 안되는 거였어.

생각해봐, 그걸 어쩌겠냐고?

개 키우는 사람에겐 개나 사람이나  똑같은 거거든.

어린애가 운다고 해서,

치매 걸린 늙은이가  냄새 난다고 해서,

이웃에 피해되니까 내다버리랄 수 있겠니?  

비유가 거칠긴 하지만 그와 똑같단 얘기지.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얘기란 말이야.

또 그걸 외국에서 알아봐? 해외토픽감이지.
요샌 관리사무소나 부녀회에서도 저간의 사정을 파악해선지


엘리베타 안에 써붙인걸 보니

그냥 산책 다닐 때 배설물이나 제대로 수거하고

목줄이나 꼭 매서 데리고 다니라고 하더라.  

 



 


  

 

 저녁에 들어가서 술이라도 한잔 할라치면 이놈두 옆에 턱하니 자리 잡고 앉는다.
안주는 삼겹살을 궈먹거나 통닭 피자 족발 같은걸 시켜서 먹는 편인데,

삼겹살이나 족발 먹을때

내가 소주 한잔 마시고 한쌈 싸먹으면 이 놈이 벌떡 일어나는겨.
담엔 제 차례다 이거지.


왜 애기들 뭐 달랄때 "주세요!"하는거 있잖냐? 그렇게 습관을 들여서 그래.

그리고 쌈을 싸서 들어도 내가 술잔을 채우는걸 보면 그건 안주라는 걸 알아.

그런데 술잔도 안들고 쌈을 싼다. 그러면  그건 자기꺼거든.

이젠 상추만도 잘 먹어. 훔쳐물고 갈 정도니까. 하하 웃기지?
주인 한쌈, 개 한쌈,


순서를 건너 뛰기만 해봐? 난리나지.
그러다보니 결국 주인을 잘못 만나서 비만이 되고 말았는데.

24키로니까 7~8키로 과체중인 셈이지.  

    

뚱뚱하긴 해도 근육질이라 보기는 좋아.
기름이 자르르 흐르지.


검정 갈색 흰색의 털이 어쩜 그렇게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었는지,

이마 한가운데 박힌 다이아몬드 점 까지도.
한마디로 기막히게 생겼다.


흔히 개 털 색깔이 멋진 걸 보면 옷을 잘입었다고 표현하는데

우리 칠복이 패션은 따라올 개가 없어. 장담하지.



 

 

 

 

 

그나저나 우리 칠복이가 만 4살하고도 2달이지.

근데 여태 샥시를 못 봤으니 이일을 어쩐대?
같은 사내 입장에서 미안하기 짝이 없구만.
전에는 내 바짓가랭이에 매달려서 샥샥샥 하기도 했는데
언제부턴간 그 짓도 안해. 포기했나봐. 불쌍한 우리 칠복이.

 

내가 이름을 "칠복이"라고 지은 이유도 `최진사댁 셋째딸`이거든.

노랫말 처럼 예쁜 셋째딸 차지하라고 해서 붙여준 거란 말야.

근데 이게 뭐야.

 

왜 개한테는 집창촌 같은게 없을까?
누가 한번 차리면 장사가 될텐데.

리 칠복이 같은 애가 한둘이겠어?
내가라도 한번 나서볼까?
군견으로 입대하면 국방부에서 오입도 시켜주려나?

나 원 참. 별걸로 다 속 끓이네.

 

 

 



 

 

 

 

이런저런 얘기


개도 나름대로 사람 식구들과 저를 섞어서 그 중에서 제 서열을 정한다더라구.
작은 놈이 그 말을 듣고는 첨 부터 칠복이를 자빠트려놓고 목을 조르구 어쩌구 했는데
ㅎㅎ, 그래선지 첨 부터 제가 막낸줄 알더라.



요즘엔 집에 들어가면 그 놈 보는 재미로 사는데

그 큰 덩치가 글쎄, 내가 오면 안아달라고 난리라니까?

번쩍 들으라고 한쪽 팔에다 두다리를 턱 걸치는겨.



또 "먹지마!"  교육을 시킬때,
원,투,쓰리,....,식스 까지 참았다가 세븐에서 먹게 했거든.

"쎄븐!"   "쎄븐!"  해서는 안되고,

"칠~복~아~! 세븐이랑께!!"

그래야 먹는당께.

 

 

 

 

  

 

 

  

 

개의 눈빛을 봐바. 그렇게 선할 수가 없어.

개는 주인이 잘 났건 못 났건 따지질 않아.

재수없이 술주정뱅이나 거렁뱅이를  만나더라도

그저 주인이라고 꼬리치고 반가워하잖아.

주인이 가난해서 제 밥그릇을 풍족히 채워주지 못한다고

다른 부잣집 개를 부러워 하겠니?

그래서  사람 식구나 같다고 해서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쓰는 거란다.

 

 

  


 

 

  

  

요 놈이 거의 집에선 똥을 안싸고

밖에 산책나가면 그때 싸는데

그때도 효자스럽게 길에서 좀 떨어진 풀섶,

사람들 눈에 안 띄는 데다가 싸는겨!

물론 밖에 나갈땐 휴지와 비닐봉지를 챙겨가긴 하는데 거의 쓸 일이 없더라고.

(또 한가지 있는데 그건 비밀이여, 우리 1층 사는 사람 들으면 클나.)


산책 나갈 땐 일부러 사람 안 다니는 호젖한 길로 들어서긴 하는데

그래도 줄을 풀어주다 보니 처음엔 사람들이 마주치면 더러 무서워 했는데

이젠 한번쯤씩 다 봐선지 그냥 지나치더라.

하긴 벌써 얼마 세월야? 그걸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갔는데 뭐.



 

엘리베이터에서 꼬마들과 만나면

"이 개 물어요?"

"아냐,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애들은 안 물어."

"난 안 만질래!"

"ㅎㅎㅎ!"  (우리 라인 애들 말고, 마실 온 애들 말이여.)


                      

간혹가다  운동을 못 시켜주는 날도 있는데,

아~ 이놈이 한 밤중에도 그 기대를 접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겨.

그러다가 내가 안 나갈 눈치면 이놈이 집식구한테 가서 찡찡 대는겨!

 

"뭐 해욧!  얼릉 데리구 나갔다 와욧!

그럴거면서 왜 개는 키우자고 했어욧!"

 

 

그래놓고 이놈은 현관으로 달려가서 기다리고 있는겨.

그래도 내가 꿈쩍을 안하면 다시 집사람 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끙끙대고 일러바치는겨!

그럼 어틱혀? 할 수 없이 나가야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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