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10. 19:46ㆍ미술/미술 이야기 (책)
2018. 5. 5
책소개
자화상과 소설을 통해 만나는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 _
에곤 실레, 렘브란트, 프리다 칼로, 이쾌대, 고갱…....
[양철북] [햄릿] [파우스트] [레미제라블]…....
절망과 고독의 감정, 감정의 분열과 투영 등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감정과 그 다양한 양상을 화가의 자화상과 작가의 소설을 통해 만나본다.
화가 열여덟 명의 자화상과 열여덟 편의 소설은 인간과 세상,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감정의 속살과 대면하려고 한다.
《감정의 자화상》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화가의 일상과 심리 속으로 들어가보고, 소설 속 다양한 상황과 인간군상을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보게 될 것이다.
또한 화가가 몸으로 살아내고 그림으로 표현한 시대와 인생이 그림과 겹쳐 보이고, 예술과 문학이 시대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차
저자의 말 - 자기감정에 솔직한 삶을 꿈꾸다
1부 / 숨겨진 감정을 만나다
분열 : 실레, 또 다른 나를 만나다
_ [이중 자화상] + 헤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에곤 실레, '이중 자화상' (1915)
'아래의 실레'는 분노와 절제, 음울함이 동시에 나타난다. 다분히 현실에 불만스러워하는 시선이다. 사람이나 상황을 경계하는 눈빛이다. 불안과 우울함이 뒤섞여서 나타나는 묘한 음울함이다.
'위의 실레'는 감상자를 유혹하는 듯한 젖은 눈빛이다. 상대의 불안을 위로하며 한층 여유로운 기분으로, 마치 키스라도 할 듯이 살짝 내민 입술이 여성적인 느낌을 전한다. 마치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아래의 실레가 사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살며시 안아준다.
<이중 자화상>은 절제와 불안감을 지닌 자신, 유혹과 감성에 휩싸인 자신으로 분열된 모습을 스스럼 없이 노출시킨다. 어린시절부터 평생 그를 따라다닌 정체성의 분열이 지화상에 스며들어 있다.
위에 있는 자화상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실레라면, 아래의 그림은 깊이 숨겨져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아주 가까운 사람만 알고 있던 또 다른 실레다.
5년간 동거하며 연인으로, 모델로 살아온 발리와 헤어지고, 보수적인 이웃집 가정의 '조신한 여인'과 결혼한 것이 1915년 2월이니 <이중 자화상>은 그 후의 작품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아래의 실레는 보통사람들처럼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꿈꾸는 소심한 실레의 시선이 아닐까? 실제로 이후 결혼한 아내를 모델로 제작한 그림에는 빌리를 모델로 그렸던 성적 충동과 감각을 간질이는 유혹을 보기 어렵다.
기만 : 렘브란트, 자기 마음을 가리다
_ [탕자로서의 자화상] + 발자크 《고리오 영감》
연민 : 프리다, 상처로 상처를 치유하다
_ [엘로에서 박사에게 보낸 자화상]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브론스키는 꽃의 아름다움에 끌려 그만 그것을 따서 쓸모없게 만들어놓고는 시든 꽃에서 이전의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는 사람과 같은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사랑에 의한 자기 연민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상대를 전제로 한다. 그에게 자신의 초라함을 드러낼 때 현실은 더욱 초라함의 늪으로 빠져든다. 혼자 느끼는 초라함은 견딜 수 있지만, 상대의 눈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초라함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절망 : 쿠르베, 시대의 통증을 느끼다
_ [절망하는 남자로서의 자화상] + 위고 《레 미제라블》
절망하는 남자로서의 자화상 (1845)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혁명을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이 있었던 1789년과 나폴레옹 집권까지의 과정으로 잘못 이해한다. 프랑스 혁명은 굵직한 흐름만 보아도 1789년을 시발점으로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 1871년 파리코뮌에 이르기까지 여러 봉우리를 만난다. <절망하는 남자>는 1830년과 1848년 혁명 사이에 완성된 작품이다. 따라서 당시에 느꼈던 벅찬 희망과 고통스런 절망을 묘사한다.
쿠르베는 예술가로서 코뮌의 혁명적 활동에 참가하여 미술가동맹의 회장으로서 박물관을 다시 열고 살롱전 주관 업무를 맏는다. 하지만 파리코뮌은 다시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고 약 3만 명이 처형되는 처참한 결과로 끝난다.
욕구 : 프로이트, 욕망을 마주하다
_ [반영, 자화상] + 마르케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상상 : 마그리트, 정신에서 희망을 만나다
_ [통찰력, 자화상] + 로브그리예 《질투》
2부 / 새로운 감정을 찾다
열망 : 이쾌대, 미래를 품다
_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 강경애 《인간문제》
이쾌대 부부의 단란한 한때를 그린 ‘카드놀이하는 부부’. 1930년대. 개인 소장.
투영 : 들라크루아, 감정을 연기하다
_[햄릿으로서의 자화상] + 셰익스피어 《햄릿》
그가 보기에 신고전주의는 눈을 위해 그리는 미술이다. 정밀한 기교를 통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상황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실을 다루더라도 고전적인 이상이나 이성으로 마련한 도덕률을 숙련된 선 묘사를 통해 구현한다. 하지만 기교는 기계적인 정확성을 보여줄 수는 있을지언정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오히려 마음이 얼어붙어 상상력이 꺾인다는 것이다. 진정한 예술이 되려면 눈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위해서 창작해야 한다.
허무 : 키르히너, 상처로 세상을 보다_[군인으로서의 자화상] +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확산된 독일 다다(dada) 미술가들은 낡은 시대를 일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려는 포부를 키운다. 현실의 부조리와 소외를 극복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전쟁이 초래하는 허무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 전쟁이 한창일 때도 작접 전쟁을 비판하고 평화를 향한 행동을 촉구한다.
이들에겐 기계문명을 예찬하는 미래파 미술 경향이 아예 싹수가 없는 짓거리로 보인다. 추상미술은 사람들의 눈을 현실에서 떠나도록 부추기는 배신행위로 보인다. 다리파의 표현주의 미술도 절망스러운 현실을 개인의 감정에 담아 드러내지만, 허무의 유포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보다 비관에 빠져 과거에 머물게 하는 퇴행적 시도라는 비판이다. 실천적 대안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표현주의는 행동적인 인간의 노력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이다.
수용 : 콜비츠, 죽음에서 삶을 찾다_[죽음에의 초대, 자화상] + 린저 《생의 한가운데》
내가 죽어야한다면 알고 싶습니다. 죽음은 중요한 일이에요. 죽음은 단 한 번밖에 체험을 못하는데 왜 의식 없이 받아들여야 해요? 마치 도살당하기 전에 머리를 얻어맞은 짐승과 같이...... 나는 깨어 있고 싶어요. 나는 죽음을 알고 싶어요.
√
죽음이 빠른 걸음으로 왔어요. 나는 할머니를 보고 생각했어요. 생이란 얼마나 끔찍한 것인가 하고. 나는 아주 옛날 사진을 발견하고 할머니가 언젠가 한땐 예쁜 소녀였고 아름다운 신부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늙고 추악해지고 냄새를 피우면서 앉아 있었어요. 할머니는 거의 살아 있지 않았고, 완전히 고독했어요.
√
인생은 어떤 계산도 들어맞는 법이 없고 아무런 결말을 갖고 있지 않아. 결혼도 결말이 아니고 죽음도 다만 외관상 결말에 불과해. 생은 계속해서 흘러가는 거야. 모든 것은 그렇게도 혼란하고 무질서하고 아무 논리도 없고 즉흥적으로 생성되고 있어.
- 루이제린저, 《생의 한가운데》
만약에 죽음과 분리된 생을 사고한다면 사람들은 오늘이 내일로 영원히 이어진다는 착각을 갖고 살아간다. 죽음이라는 단절의 순간이 현재의 삶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소중한 것을 오늘 누리려 하지 않는다. 오늘의 행복을 찾기보다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그렇게 고정된 일상의 반복이 게속 이어지리라는 착각을 갖고 살아가다 어느 순간 죽음이 자기 앞에 불쑥 찾아올 때 화들짝 놀라며 그동안의 삶 전체를 후회한다. 진정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죽음이 항상 곁에 다가와 있음을 인지하고 수용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오늘을 살며,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월 : 뒤러, 인간 세상을 꿈꾸다_[장갑을 낀 자화상] + 괴테 《파우스트》
울분 : 아르테미시아, 복수를 승화시키다_[류트를 연주하는 자화상] + 하디 《테스》
3부 뒤엉킨 감정을 보듬다
상실 : 이중섭, 갈증의 나날을 보내다_ [연필로 그린 자화상] + 최인훈 《광장》
고독 : 고야, 정적 속에서 희망을 찾다_ [자화상] + 그라스 《양철북》
드디어 1789년에는 화가의 길로 들어선 이래 큰 꿈이었던 궁정화가에 임명되고 금전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궁정화가로서의 지위와 신망을 얻자마자 콜레라가 발병하여 청력을 상실했다. 그 절대 정적 속에서 혼란스러운 몇 년을 보내는 동안 고야는 몇 년 전부터 프랑스와 유럽을 휩쓸고 있던 프랑스 대혁명에 감화를 받는다.
신분제를 비롯해 구체제의 억압부터 흔들어버린 프랑스 대혁명 이상에 이끌리면서 관련 서적을 탐독한다.궁정화가로서 왕족으로 모습을 화폭에 담으면서도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절대군주제에 반감을 품은 학자 ·작가들과 교류한다. 병 때문에 몇 년간 활동을 못하면서 본격적으로 비판적 문제의식을 쌓는다.
고야의 작품에도 변화가 일어나 1799년에는 82점에 이르는 '카프리초스(변덕)' --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라는 연작 동판화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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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 누스바움, 두려움에 몸서리치다_ [유대인 증명서를 든 자화상] + 케르테스 《운명》
그는 벗들이 제공한 은신처를 바꿔가면서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체포될 것을 에상했는지 작품들을 친구들에게 맡겼다. 누스바움은 "내 그림을 발견하면 병에 넣어 바다에 띄워보낸 메시지라고 생각하라"며 일기를 남긴다.
자화상은 신경증세에 시달리던 누스바움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당시 유대인들이 정신장애를 겪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극도의 공포감이 장기간 지속되고, 유대인 이외의 사람들도 이들에게 공감하거나 옹호하지 않을 때 무력감이 지배한다.
인내 : 르누아르, 고투 속에서 꽃을 피우다_ [하얀 모자를 쓴 자화상] + 부스케 《달몰이》
결벽 : 드가, 불화의 길을 걷다_ [참빗살나무문 앞의 자화상] +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일탈 : 고갱, 낯선 원시를 품다_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 볼테르 《랭제뉘》
나는 평화롭게 살기 위해, 문명의 껍질을 벗겨내기 위해 떠나려는 것입니다. 나는 그저 소박한, 아주 소박한 예술을 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나를 새롭게 바꾸고 오직 야성적인 것만을 보고 원주민들이 사는 대로 살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전달하겠다는 관심사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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