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결혼식

2022. 5. 31. 18:33미술/미술 이야기 (책)

 

 

 

가나의 결혼식

 

                            이어령

 

 

눈물로 얼룩지게 하지 마라

너는 하늘의 신부

땅에서처럼 더럽혀지지 않는

첫눈 내린 날의 순수한 백색

 

가나의 결혼식장에서

술 걱정은 하지 마라

맹물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이다 하늘의 신부야

네가 하늘의 신부 옷을 입고

성스러운 결혼식을 올리는 잔칫날이다

 

울지 마세요 박수를 치고 축복하세요

하늘의 신부가 된 내 딸을 위해서

부디 눈물을 뿌리지 마오

 

맹물로 만든 진한 포도주 한 잔씩 마시고

노래하세요

 

이별 없는 결혼, 구름만큼 하늘만큼 희고 푸른

신부의 의상

너는 하늘의 신부, 가나의 결혼 잔치처럼

마셔도 마셔도 떨어지지 않는

주님이 만든 포도주 잔치.

 

 

 

 

 

가나의 혼인잔치 기독교에서 을 포도주로 바꾼 요한 복음서에 나오는 최초의 예수의 기적 이야기이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혼인잔치에 초대 받았는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일으켰다.

가나의 정확한 위치는 성경학자들과 고고학자들 사이에 분분한데, 갈릴리 안의 마을 몇 군데가 그 후보 지역들이다.




튈르리 궁전에 살았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 황제는 오늘의 루브르의 초석을 놓은 첫 예술 감독을 임명하는데요, 고고학자 도미니크 비방 드농 Dominique Vivant Denon (1747-1825)을 약탈 문화재의 책임자로 선임해서 함께 루브르를 만들었습니다. 드농은 나폴레옹의 전쟁터를 함께 수행하면서 이집트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약탈한 수많은 미술품을 정리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베니스의 산 조르조 수도원의 모습이다.

 

1562년,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은 파올로 베로네세에게 수도원 식당 뒷벽에 기념비적인 크기 (6.77m × 9.94m)의 그림을 그려줄 것을 의뢰했다. 그것이 '가나의 혼인 잔치 The Wedding Feast at Cana'다. 이 그림은 1797년 9월 11일까지 235년 동안 산 조르조 수도원의 식당을 장식했다.

역시 나폴레옹은 베니스에서는 산 조르조 마조레 수도원의 식당 레펙토리오 Refectorio를 뒤져 프랑스로 가져가기 위해 미술품을 포획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파올로 베로네세 Paolo Veronese의 '가나에서의 혼인 잔치 The Wedding at Cana'입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 The Wedding Feast at Cana

파올로 베로네세 Paolo Veronese, 1563년

캔버스에 유채, 크기 6.77m × 9.94m

루브르 박물관 소장

 

문제는 이 '가나의 혼인 잔치' 작품이 베네치아의 황금시대의 걸작이라 크기만 해도 6.77 m × 9.94 m가 넘는 대작이었습니다. 어찌어찌 그림을 루브르 박물관까지 잘 가지고 가기에는, 너무나 큰 그림이어서 원본을 보존하는 데는 꽤 성가시게 생각했습니다. 약탈한 혁명군은 그 그림을 반으로 잘랐습니다. 그리고 카펫처럼 둘둘 말아 운반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이탈리아 관에 전시된 가나의 혼인 잔치 The Wedding Feast at Cana

 

반쪽으로 사정없이 잘려 불구가 된 채 다시 꿰맨 원본은 여전히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고, 원본을 복사한 사본은 약탈당한 베네치아 수도원의 수도사 식당에 소장품으로 걸려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루브르에서 그 대작 그림이 잘렸다가 다시 합쳐진 가엾은 그림의 성형 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1797년, 나폴레옹의 프랑스 혁명군 병사들은 프랑스 혁명전쟁(1792-1802) 때 침략한 이탈리아 전역에서 수많은 미술품을 약탈했는데 이 그림 '가나의 혼인 잔치 The Wedding Feast at Cana'도 전리품으로 약탈한 그림 중 하나다.

'가나의 혼인 잔치 The Wedding Feast at Cana'

호화로운 상상의 궁전에 '가나의 결혼식'이 열렸고. 이 그림에는 약 130명의 하객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림 속에는 너무나 디테일한 묘사들과 함께 그 시대의 유명인 셀렙들과, 베로네세 Veronese 자신, 화려한 색상의 의상을 입은 그의 친구들의 초상화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 중앙에는 나사렛 예수, 옆에는 그의 어머니인 동정녀 마리아와 그의 제자들이 잔칫상 중앙의 영예로운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자들과 예수의 모습은 가나에서 혼인 잔치이지만, 마치 최후의 만찬 같은 구성입니다.

그림 하단 중앙 평면 (디테일)

루브르에서 푸대접 받고 있는 가나의 혼인 잔치(1563) 걸작 그림 묘사 중에

잔치에 참가해 연주 중인 음악가는 베네치아 화파의 기라성 같은 거장들이 의인화되어 있다.

하단 그림 중앙에 팔로 받쳐 연주하는 차중음(次中音) 비올라 viola da braccio를 연주하는 사람은 이 그림을 그린 베로네세 Veronese이고, 굽은 피리 비슷한 코르네토 cornetto를 연주하는 이는 자코보 바사노 Jacopo Bassano, 또 다른 비올라 연주자는 틴토레토 Tintoretto와 콘트라베이스의 전신 비올리네 violone를 연주하는 사람은 티치아노 Titian, 티치아노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독설과 기행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극작가 피에트로 아레티노 Pietro Aretino입니다.

베로네세 Veronese의 연주 장면은

베네치아 고 악기를 연구하는데 생생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는 남자는 베로네세 Veronese, 그리고 베네치아 파의 거장들과 함께 결혼식 축하음악을 연주합니다. 탁자 위에는 이 그림의 중심이며 모티브인 '모래시계'가 놓여있습니다. 그날 그리스도께서는 어머니에게 '내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 (요한 2;4)'고 하신 말씀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풍성한 식탁의 왼쪽에는 결혼식의 신랑과 신부가 앉아있고. . . . . . . 

저도 잘 몰랐어요, 들여다볼수록 대단한 그림입니다.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가나의 혼인 잔치는 요한복음에서 최초의 기독교 기적에 관한 이야기로 묘사됩니다. 마리아와 그녀의 아들 나사렛 예수, 그리고 그의 사도 몇 명이 갈릴리 가나의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혼인 잔치 중에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어머니 마리아의 요청에 따라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돌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고 명하셨습니다. 파올로 베로네세는 16세기 르네상스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 가나의 혼인에 관한 신약의 이야기를 묘사합니다.

테이블 왼쪽에 있는 금발의 베네치아 여성이 화려한 포크를 이쑤시개로 사용하고 있다.

디테일 왼쪽 하단

 

한 우아한 여성 하객은 이쑤시개로 조심스럽게 이를 손질하고 있고 새로 나올 식후 적포도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장중한 블록버스터 그림 '가나의 혼례 잔치 The Wedding Feast at Cana' 속에서 수많은 하객 중에 잔칫상에 앉아 이를 쑤시는 여성의 그림에 웃음이 터집니다. 베로네세의 디테일이 얼마나 섬세하고 대단한지 알 것 같네요.

 

 

디테일, 왼쪽 하단

가나의 혼례 잔치 The Wedding Feast at Cana(1563)

결혼식 연회 테이블에서 디저트 코스 와인 서비스를 기다리는 배부른 손님들을 보여준다.

 

포도주는 언제 나오는 거야?

하객 자리에 위치한 오토만제국 군주 슐레이만 Suleiman The Magnificent (1494-1566)의 모습도 뜻밖입니다.

수 세기 동안 이 '가나의 혼인 잔치' 그림은 루벤스에서 와토에 이르기까지 후대의 화가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습니다. 많은 화가들이 이 그림의 예를 사용하여 다양한 감정과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 베네치아 화가의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루브르 복원 작업

논쟁에 휘말리다.

복원하기 전 베로네세 Veronese 초기 버전

 

1989년, 루브르 박물관이 그림 복원을 시작했을 때, 하단 악사들의 왼쪽 4분의 1 지점의 집 관리인이 입은 붉은색 외투 타바드 tabard가 원래 녹색으로 드러났다. 이는 그림 복원이 원작을 훼손시켰다는 극심한 예술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 복원 전(좌)과 복원 후 모습

왼쪽 4분의 1 지점의 집 관리인의 붉은색 외투 타바드 tabard가 복원 후 녹색 타바드로 바뀌었다.

붉은색이 녹색으로

예술적 유산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협회(APIAH)로 조직된 예술가들은 426년 된 그림의 부당한 재해석의 복원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루브르 박물관은 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베로네세 Veronese 초기 버전이 원래 녹색이었고, 나중에 붉은 루주 마롱으로 덧입혀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제6 전시실 salle 6

이탈리아 회화관 Peintures italiennes

오른쪽에 방탄유리에 덮인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조그맣게 보이고

왼편에 걸린 거대한 그림이 가나의 혼인 잔치다.

 

 

 

가나의 혼인 잔치 그림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하게 한다.

나폴레옹 당시 절반으로 잘라서 겨우 수장하게 된 이 그림은 루브르에 전지 중에도 너무 커서 수난이 계속되었다.

또다시 두 차례의 수난

그림이 복원된 지 3년이 지난 1992년 6월에 '가나 혼인잔치'는 또다시 두 차례에 걸쳐 손상을 입었다. 첫 번째 사고는 통풍구를 통해 박물관으로 누출된 빗물이 캔버스로 튀어 얼룩을 만들었고, 두 번째 사고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큐레이터가 이 1.5톤짜리 거대한 그림을 더 높은 위치에 올리던 중 지지 프레임이 무너져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캔버스가 뚫리고 찢어졌다. 운 좋게도, 그림을 훼손한 다섯 개의 구멍과 훼손 자국은 결혼식에 모인 하객의 얼굴이 아니라 그림의 건축물과 배경 영역에만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