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동강 오지

2020. 10. 7. 14:21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동강 물줄기따라 오지마을로 가는길, 느림과 고독이 주는 선물                              

 

 

한 여행객이 동강 물줄기를 따라 오지마을을 찾아가고 있다

 

 

깊고 깊은 산을 넘어 왼쪽으로 보이는 저 도로를 넘어서면 정선연포마을에 가 닿는다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지인 폐교된 연포분교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빛이 장관이다

 

 

연포마을의 명물인 3개의 봉우리

 

 

 

 

 

 

 

 

 

 

 

 

 

 

백운산 맞은편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면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이 나온다..그곳에 서면 발 아래로 동강이 거대한 용처럼 사행하는 경관이 펼쳐진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강원도 동강 풍경을 '비경(秘境)'이라 부르는 것은 참으로 적절합니다. 동강만큼 빼어난 경치를 가진 강이야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숨길 비(秘)'자가 가장 어울리는 강이라면 단연 동강입니다. 동강이 '숨어 있는' 이유는 물굽이가 수직의 뼝대(절벽의 강원도 사투리)를 감아 돌며 사행(蛇行)하는 탓에 물 옆으로 좀처럼 길을 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해발 600~700m 산등성이를 따라 동강으로 이어지고 빼어난 절경과 여울을 따라 한 폭의 그림처럼 오지마을들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동강의 매력은 단순히 하늘이 내린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습니다. 동강에 매료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비경 속에 숨겨진 오지마을을 찾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 적요하기 그지없고 느림과 고독이 주는 즐거움을 찾아 정선의 오지마을로 갑니다. 동강은 정선에서 영월까지 총 65㎞를 흐르는데 이 중 70% 이상이 정선을 통과합니다.

 

 

영월에서 국도 38호선 타고 가다 정선 신동읍 예미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 골 깊은 산길은 적막감이 감돈다.

가을하늘에 둥실 따르는 뭉게구름만이 길동무를 자청한다.

고갯길을 오르고 내려가기를 수차례 고성교 부근에서 반가운 이정표를 만난다.

'연포' - 오늘의 목적지인 연포마을 가는 길이다.

굽이치는 물레재를 넘어서자 저 앞으로 동강의 뼝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조심조심 고갯길을 내려서자 산 밑에 나지막이 엎드린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강원도 정선군 덕천리 소사마을이다.

연포마을과는 동강을 사이에 다리 하나를 두고 있다.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절벽 아래 주민들은 담을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산다.

손때가 묻지 않은 계곡과 물, 원시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이다.

 

소사마을에서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가로지르는 연포교를 건너면

곧바로 강물이 벼루에 먹물을 담아놓는 듯 하다는 연포(硯浦)마을에 닿는다.

연포마을은 65㎞에 이르는 동강 줄기의 중간쯤에 놓인 골깊은 오지마을이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줄기를 따라 기암절벽과 봉우리가 파도처럼 이어진다.

연포마을은 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굽이 경치를 자랑한다.

동강 물줄기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서 불리워지는 사행천(蛇行川)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연포마을의 전성기는 한창 뗏목이 오고 다니던 1950~60년대로

당시 마을 앞 동강변에는 정선 아우라지에서 출발한 떼꾼들의 발길로 발디딜틈이 없었다고 한다.

 

연포교를 건너 연포마을로 간다.

과거 두 마을이 왕래하기 위해서는 나룻배를 이용하거나 섶다리를 건넜다.

연포에 있는 고성초등학교 연포분교로 통학하는 아이들은 배를 타거나 섶다리를 건넜다.

지금은 둘 다 빛바랜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들이다.

장마 때마다 불어난 물에 휩쓸려 다리가 없어지는 탓에 오래전 시멘트로 다리를 놨다.

지난여름,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에 불어난 물로 연포교는 한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주변은 아직도 흙탕물과 쓸려 내려온 나뭇가지들이 나뒹굴고 있다.

 

다리 건너 산허리를 돌자 연포상회라는 간판이 외지인을 반긴다.

조그만 상회 뒤로 언덕을 오르면 폐교된 연포분교가 나온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다.

연포분교는 1999년 폐교되기 이전까지 영화 속 내용처럼 매년 5~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던 오지의 분교였다.

그러나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를 물색하던 제작진에 의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영화 촬영지로 낙점 받게 된다.

강남에서 잘나가던 선생 김봉두(차승원)가 이 마을 연포분교에 발령 받았을 때는 정말 울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울며 들어와 웃으며 나간다는 곳이 정선 아니던가.

맑은 물과 푸른 숲에서 몸을 씻고 나면 외려 나가기가 싫어질 터다.

굽이굽이 넘어온 시간을 돌이켜 보니 사방이 막힌 듯한 느낌이 물씬 든다.

어느 누구도 나를 찾아 들어올 수 없는 그런 곳.

여기에 머무는 시간 동안에는 모두 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연포분교는 현재 캠핑장을 겸한 '정선 동강 연포 생태 체험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영화 속 옛 모습을 찾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교정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김봉두 선생과 제자들의 해맑은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분교 앞마당에서 서면 동강위로 우뚝 솟아 있는 작은봉, 큰봉, 칼봉이 장관이다.

수 억년에 걸쳐 동강이 깎아 놓은 기암절벽은 태곳적 신비감에 마음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연포마을은 이 3개의 봉우리 때문에 '하룻밤 세 번 달뜨는 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도 높아 봉우리 뒤로 달이 숨었다 나오기를 반복해 하루에도 달이 3번 뜨는 것으로 보인다.

달이 봉우리 뒤로 숨자 하늘은 비 오듯 쏟아지는 별빛으로 장관이다.

별빛에 취해 한 발 한발 강변을 거닐어 본다.

 

연포마을에서 강변을 따라 난 길 끝에는 민박이 하나 있다.

포장과 비포장이 교차하는 길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비좁다.

길은 산허리를 이리저리 굽이친다.

물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이 길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모습으로 이어진다.

연포마을에서 되돌아 나와 9km 거리에 있는 동강전망자연휴양림으로 간다.

휴양림이라기보다는 캠핑장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곳이다.

이곳의 매력은 힘들이지 않고 올라 동강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백운산 맞은편 산자락을 타고 올라간 해발 600m 높이의 휴양림에 서면

발 아래로 동강이 거대한 용처럼 사행하는 경관이 펼쳐진다.

백운산과 고성산성, 그리고 강변마을인 점재ㆍ제장ㆍ연포마을도 한눈에 들어온다.

굳이 캠핑을 하지 않더라도 굽이치는 동강을 보고 싶은 이라면 꼭 올라봐야 한다.

 

 

정선=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영동이나 제2영동을 타고 가다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을 나온다. 이어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을 지나 사북, 고한 가기 전 예미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연포마을과 동강전망자연휴양림 등이 나온다.

 

△볼거리=정선5일장이 유명하다. 각종 산나물과 약초 등을 살수있다. 곤드래나물밥, 콧등치기국수, 메밀전병 등 정선의 별미도 맛볼 수 있다. 병방치 스카이워크, 구절리 레일바이크, 삼탄아트마인, 화암약수, 화암동굴, 정암사, 하이원리조트, 민둥산 등 볼거리가 많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