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5. 20:51ㆍ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기꺼이, 이방인
- 어느 사회학자의 여름 대관령 일기 (2020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아내는 뿌리 깊은 여행자이자 사회학자가 또다시 길을 떠나 찾아간 대관령.
만성질환과 수족냉증으로 인해 에어컨을 피해 달아난 그곳에서
반은 이방인으로 반은 생활자로 눈과, 귀, 마음을 열어놓고 기꺼이 다가오는 것과 함께 살아낸 여름,
두 달 동안의 행복한 기록.
저자 : 천선영
‘패션의 완성은 모자’라 우기며 모자를 즐겨 씁니다.
음식을 시킬 때는 하나씩 순서대로 나오도록 정중히 요청해 식지 않은 요리를 맛보고 즐기기를 좋아하고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관점의 학문’인 사회학을 가르치지만
강의 목표를 ‘걷기’로 제시하는 조금은 수상한 교수님이기도 합니다.
숲의 나라, 독일의 뮌헨 대학에서 7년 반을 유학한 덕에
초록이 주는 힘을 굳게 믿으며, 그에 기대어 근근이 살아가고자 하는 기생형 인간이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우연히 찾게 된 대관령에서 여름 두 달을 보내며
생활여행의 새로운 챕터를 열게 되면서,
여행이라는 작은 삶을 일상으로 살아가는 여행자로서 보냈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기꺼이, 이방인〉〉을 엮게 되었습니다.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학생들 각자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배로 남기 위해
이 코로나의 시대에도 고군분투 중입니다.
목차
들어가며
- 대관령 두 달 살이 시작, 대충 잘 살기로!
1장 다가오는 것들
_ 대관령 두 달 살이를 시작하며
16 통일을 바라야 할 이유
19 이틀 만에, 현지인
22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25 나로 사는 것
28 여행, 살려고 한다
32 사진 찍기, 탕진의 시간
36 너와 함께한 날, 모두가 좋았다
39 나의 역사 깊은, 정주형 여행
43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생형 여행
48 3무여행, 삶의 격려 당겨 받기
54 여행 = 공부
2장 기꺼이, 이방인
_ 대관령살이의 행복이란
60 여름 친구를 아쉬워함
63 이 풍경을 아름답다 해도 되는가
67 휠체어로 사막을 여행하다
71 초록은 나의 힘
74 길, 헤매니까 더 좋다
78 계획은 조금만
83 베를린과 평창군,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89 모정탑길에서 다시 생각하는 모정
95 대관령에서 춤바람
99 사투리 말고, 강원도말! 경상도말! 전라도말!
106 생래적 프로불편러를 응원하며
114 날씨에 대한 감사와 두려움
121 기꺼이, 이방인으로
126 도시인의 자격
130 같이 놀아야 제맛, ‘대관령북캉스’
136 내가 ‘짓는’ 행복
3장 길 위에서
_ 대관령, 여행을 돌아보다
142 제주 올레 유감
148 길 위에서, 길에 대해
151 한번 가보지 뭐
155 읽고 쓰기, 듣고 말하기 그리고 걷기
160 여행의 속도
163 심심하거나 또는 피곤하거나
167 낯선 사람, 낯선 공간에 말 걸기
170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옳다
173 홀로여행 예찬
178 여성 홀로여행을 위해
182 여행자의 자격
4장 새로 짓는 길을 향해
_ 대관령 두 달 살이로 다른 시작을
188 ‘별것 없다’는 기준
195 리얼관찰예능이 싫다
199 나중은 없다
205 의미라는 감각을, 새로고침
209 어디서 살고 싶은가
214 Space vs. Place
219 여행 중에 짓는 집
224 작고 사소함에 대한 변명
227 그리 별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230 어떻게 살까 _ 대관령 사람들
234 머무르는 여행의 힘
나가며
- 여행을 마치며
에필로그
-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책 속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사진 찍기를 그만둔 이후로 놀랍게도 새로운 느낌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특정 시공간에 ‘있음’과 그 ‘느낌’의 일회성에 대한 자각이 훨씬 선명해졌고,
그때 그 자리에 ‘온전히 있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경험의 밀도가 높아졌다고나 할까요.
_ 32
그러니 더 중요한 것은 여행자의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합니다.
여행자는 기본적으로 관찰자이고, 이방인입니다.
나와 세상에 열려있을 수 있는 최적의 상태가 되는 셈입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과 기꺼이 함께’라는 마음 상태가 되는 거지요.
아마 그래서 여행자들은 날씨가 맑으면 맑아서 좋았고, 흐리면 흐려서 좋았고,
비 오면 비가 와서 좋았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았다는 기억을 갖고 여행을 마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비가 오면 꼼짝도 하지 않으려는 나도 여행길에 서면 좀 달라집니다.
비를 쫄딱 맞아도, 종일 바람을 맞아도, 그것조차 기쁨이고 추억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행이 ‘작은 삶’이라면 일상이라는 ‘큰 삶’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삶의 날씨가 문제가 될 리 없는 날들을요.
_ 38
출판사서평
1 대관령에서 쓰였으나 대관령 가이드북이 아닌, 모든 여행을 위한 이야기
이 글은 분명, ‘대관령에서 지낸 행복감이 너무도 커 감사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기에 이 글을 엮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대관령에서 쓰였다. 하지만 이 책은,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원에서 ‘삶’을 꾸리는 이들의 일상 옆에서 써내려간 모든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2 대관령의 바람과 초원이 눈앞에 차오르는 대관령 여행의 기록
폭염으로 들끓는 한여름에도 초여름 저녁 같은 선선한 바람 속 호사를 누리고, 평원의 푸르름으로 온몸에 에너지가 채워지며, 단출하고 소박한 일상에 오롯하게 드러나는 나를 알아차리고 마는 대관령.
그곳의 속살이 조근조근 열리는 이야기들은, 저 멀리 스위스의 알프스를 동경하던 우리들에게 여기, 가까운 곳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장소가 있음을 깨우쳐준다. 고랭지 배추밭 안반데기의 장관에 그 밭을 일궈낸 이들의 고단한 삶이 읽히고, 평창군의 역사가 베를린처럼 기억되기를 바라며, 푸른 풀 가득한 초원에서는 몽골 사막의 황량함을 애달파하게 된다.
저자는 ‘모정탑길’에서 ‘모정’이라는 절대적 무게가 가벼워지기를 희망하며 사투리라는 말이 가두고 있는 지배적, 위계적 구조에 묶여 스스로를 주변으로 만들지 않기를 희망한다. 청춘떡방 카페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들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하고 아픈 몸으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댄스반에 등록하며 평생의 소원인 몸치 탈출에 드디어 용기를 내본다. ‘우리는 고통 속에 살고 있으나 그런 나를 발견하고 알아차리는 순간, 족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평창남북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감독의 추천사가 더 와 닿는 이유다.
3 조금은 까칠하고 수상한 사회학자의 그 여행은, 행복 짓기
‘프로불편러’라는 태도를 적극 실천하며 날씨와 기후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푸른 대관령 초원을 두고도 ‘배롱나무’의 부재를 애석해하는 까칠한 여행자, 카카오톡은 쓸 생각조차 없고 사회학 수업 목표를 ‘걷기’라 못 박는 수상한 사회학자인 저자에게 여행은, 행복 짓기에 다름 아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이 세상이 제대로 작동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불평하기가 너무 불편한’ 세상에 목소리를 일부러 내는 그는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 수가 없어서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고 여행을 다시 일상으로 불러들인다.
골목 어귀 고무대야에 심어진 상추, 고추 같은 작은 ‘농사’를 보며, 어제 미처 피지 못한 꽃봉오리를 오늘 발견하면서, 사소한 것과 그 변화를 알아차리며 맞이하는 삶의 소중함으로 하루하루를 여행처럼 살아나가는 것이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정주형 여행,
모든 주변인이 나의 가이드라는 기생형 여행,
휴대폰과 가이드북, 지도 없이 하는 3무여행이라는,
세 가지 자신만의 여행법을 방패삼아 관찰자이자 소수자, 이방인을 자처하는 여행자로,
깊게, 자세하게, 오래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내 앞에 다가오는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여행과 일상을 뒤섞으며 삶을 행복으로 짓고 있다.
★
1
'남는 것은 사진뿐', 들을 때마다 불편했던 말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진찍기를 그만둔 이후로 놀랍게도 새로운 누낌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특정 시공간에 '있음'과 그 '느낌'의 일회성에 대한 자각이 훨씬 선멸해졌고,
그때 그 자리에 '온전히 있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경험의 밀도가 높아졌다고나 할까.
내가 사진찍기를 그만두니 사진찍는 살함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후략)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은 옳지 않다.
사진밖에 무엇도 남지 않게 된다. 지나가는 현상일 뿐인 허상에 무위를 의지한다.
그때 그 시간과 공간의 미세한 기미를 놓치고 결과적으로 탕진하게 됩니다.
그 미세한 기미는 우리가 잡아야 할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 놓침이 탕진이다.
2
"나쁜 날씨란 없다. 부적절한 복장이 문제일뿐."
맑으면 맑아서 좋고, 흐리면 흐려서 좋고, 비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은.
모든 날이 좋은 날들이었던 것은 '너와 함께'였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여행자는 보통 날씨를 탓할만큼 넉넉한 시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행자가 날씨를 탓하며 귀한 여행을 망칠 수는 없지요.
3
자랑질용 사진찍기를 그만두면, 가이드북을 덮으면, 길찾기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내가 지금 있는 현장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나의 감각과 주변의 도움에 열려 있게 되지요.
여행지에서 열심히 가이드북만 들여다볼 수도 있고,
그 가이드북에 나오는 공간이나 맛집에만 가보려고 하는 일도 생길 수 있고, . . . . . ,
요즘에는 길찾기앱이 현장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으로 찾아갔던 길과 네비게이션 없이 찾아갔던 길에 대한 기억의 차이점을 느낀 적은 없는가요?
네비게이션으로 찾아갔던 길은 마치 가상의 공간에서 이동했던 느낌마져 듭니다.
4
김훈『연필로 쓰기』에서 "여러 고을 사람들이 여러 말로 와글와글하는 나라의 말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언어"이고,
모든 지역어는 "모국어의 하늘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이라고 말합니다.
5
길이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길이 없을 것 같으니 돌아가자는 사람,
길이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가보자는 사람,
........
가끔 돌아온 길에 대한 후회를 듣습니다.
학생들의 경우엔 대학과 전공에 대한 선택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길을 돌아온 아이들을 보면 나는 그 길에 분명 의미가 있었음을 매번 확인합니다.
돌아온 시간은 버린 시간이냐구요?
돌고 돌아 같은 자리에 온 것 같아도 그 길은 어제의 그 길이 아닙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돌아왔기에 더 단단해졌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6
여행자의 자격
첫번째는 고생할 준비입니다.
두번째는 열린 마음입니다.
7
어떤 글에서 "장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인간이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행복해지려면 장소를 많이 만들어야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이떤 공간을 장소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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