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5. 19:34ㆍ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
2019.6.5. 페이지수 272 | 사이즈 135*200mm 판매가서적 11,700원
저자 : 정원선
도시여행자. 낮에는 걷고 밤에는 쓴다. 봄가을에는 쏘다니고 여름겨울에는 공부한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몰두하다가 돌연 기침하듯 농담하는 일을 즐긴다. 광복군을 키우던 신흥무관학교를 전신으로 하는 서울의 한 대학교(경희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특별한 곳은 아니었는데 좋은 선배, 친구, 후배들이 많아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며 행복한 대학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엔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기업, 포털, 대형서점, NGO에서 밤낮없이 일했으나 만족하지 못했다. 하여 틈만 나면 왕복티켓을 끊어 방방곡곡을 누볐다. 빽빽하고 번드르르한 대도시보다는 고즈넉하고 한갓진 소도시의 군면읍을 선호한다. 아무도 없는 산길, 바람이 휘몰아치는 물가, 구름이 발밑에 깔리는 고갯마루에 서 있는 일이 좋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이야기로 바꿔내는 작업을 사랑한다. 거대담론, 알고리즘, 빅데이터가 흥미를 가지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들 가운데서 우리가 왜 살아왔으며, 살아가는지, 살아가려 하는지 밝혀내고 싶다. 무주 책 역시 그 작업의 소산이다. 그러기 위해 누누이 읽고, 쓰고, 찍고, 궁리한다. 왕왕 싸우기도 한다. 1년 이상 지내본 도시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한 장소의 사계절을 모두 체험하며, 사진은 보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모두 지켰다.
-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_
세월호참사 3년, 시민을 기록하다』, 해토, 2017 (출판진흥원 창작기금 선정)
-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해토, 2015
- 『전주 낭독』, 북코리아, 2013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 『제주 풍(風)경(景)화(話)』, 더난, 2010
목차
■ 들어가며 이용악 詩 “두메산골”
소금가마 기웃거리며 돌아오는가
열두 고개 타박타박 당나귀는 돌아오는가
방울 소리 방울 소리 말방울 소리 방울 소리
■ 그럴 리가 없잖여!
- 지전마을의 옛 담장길
2006년 유홍준 선생이 청장으로 재직할 때, 문화재청은 전국의 마을 10곳의 옛날식 담장을 유형문화재로 보존을 천명한 바가 있다. 지역마다 특성이 세분화되고 지향하는 바도 달라서 여기가 최고라고 꼽기가 쉽지 않았다. 그중에 무주군 설천면 길산리 지전마을도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가장 밋밋하게 느껴지는 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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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책을 쓸 때의 원칙은 한 지역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최소한 사계절을 겪어본다는 것이다. 같은 장소를 계절을 달리해서 네 번 가보고, 좋다 싶으면 그 다음해에도 또 간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맺히는 장소가 있고, 그 지역의 자질구레한 구석까지 알게 되고 주민들과도 안면이 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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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읍에서 가깝고 반디랜드와 태권도원과도 지척이라 오가며 들르기 안성마춤인 거리다. 쾌청할 때는 몰랐는데 비에 젖고 보니 담장의 무채색이 더욱 또렷하니 근사해진다.
겨울엔 혼자 들렀다. 골목길 켜켜이 눈발로 덮인다. 집집마다 연통으로 불때는 희뿌연 연기들이 아스라이 흩날리는데, 인적 없이 가끔 개짖는 소리만 들리는 산촌이 朝鮮畵 한 폭처럼 고적하다.
지인과 봄날에 또 왔다. 동네 할아버지 세 분과 군청 직원 둘이 기와 한 귀퉁이가 무너진 담장을 손보고 있다.
늦가을엔 가족과 찾았다. 동네엔 감나무가 그득했고 가지마다 가득 열린 감들이 수줍게 붉었다.
몇 년 동안, 내리 수도 없이 들르면서 그제야 나도 알게 됐다. 이 흙돌담이 다른 마을의 옛담들에 비해 다단찮아 보였던 건 그 특유의 자연미 때문이란 걸... 어디 하나 자극적인 데가 없이 편안하고 슴슴하며 아늑하단 것을....
■ 길모퉁이 작은 식당
- 남대천변 어복식당
063-324-9913
무주군청 3분 거리. 식당 앞길에서 반딧불축제, 남대천 물축제 때 난장을 벌이는 곳. 남대천 입구
미꾸라지탕 / 새우탕
■ 풍경의 옹호
- 무주 곳곳에 드리워진 정기용의 공공건축
안성면사무소 (목욕탕) / 부남면, 무풍면, 적상면사무소 목욕탕 1000원
무주 등나무운동장 / 무주 추모의 집 / 버스정류장 / 된장공장 / 반디랜드 무주 인터체인지 만남의 광장 / /
봉하마을 관저 / 김제 지평선중학교 / 광주 목화의 집 /
2011년 66세로 卒
■ 인생을 팝니다
- 무주 5일장 / 임정애 할머니 - 호떡 찐빵
무주 반딧불장터(무주읍 읍내리) 1. 6일
삼도봉장터(설천면 소천리) 2. 7일
대덕산장터(무풍면 현내리) 3. 8일
덕유산장터(안성면 장기리) 5. 10일
■ 어떤 계약
- 토속음식 어죽
■ 한 자리만 맴도는 감돌고기
- 덕유산천德裕山川
어디가 젤 좋냐고예?
예, 여깁니다. 향적봉 꼭대기에 탁 섰는데, 그때 본 雲海를 잊지 못해예.
덕유산 다닌지는 10년 흘쩍 넘었니다.
계곡을 낀 데가 많아 싸서 올라가는 길이 맘에 착 들었어예. 걷기도 수월한 편이고예.
산을 가믄요, 정상을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코스를 전부 다녀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더.
그래서 칠연폭포 가는 안성코스,
함양에서 시작하는 삿갓봉 코스.
황점에서 가는 월성계곡 코스,
빼재에서 시작하는 대봉 지봉 코스,, 다 가봤어예.
남들은 상고대가 최고라고 한겨울에 향적봉 올라가는 코스를 제일로 치지만예,
저는 봄날에 중봉에서 동업령 가는 길을 으뜸으로 봅니더.
원추리, 함박꽃, 하늘나리, 산수국, 참취꽃, 노루오줌, 금강초롱. . . . . 끝내준다 아입니꺼.
안개 끼문 온통 뿌연데 반짝반짝 꽃만 빛나예. 비밀의 화원 떡 그런 느낌입니더.
여름산도 좋고, 단풍도 좋지마는 봄 덕유산은 꽃들이 유난한 데가 있니더.
그러다가 만났어예.
(후략)
■ 마魔의 산
- 외구천동, 내구천동, 어사길, 백련사, 향적봉
■ 죽어도 좋아
- 무주 반딧불 축제
무주 반짓불 축제는 매년 8월말에서 9월초 사이에 열린다. 홈페이지에서 탐사신청이 가능하다.
무주군 전체가 들썩이는 큰 축제이므로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다.
무주 음식으로는 남대천에서 잡은 민물고기에다 된장 불어넣고 수제비 떼어내 끓인 어죽이 일품인데,
큰손식당 / 금강식당 / 섬마을식당 / 무주어죽이 유명하며,
터미널 옆에 감자탕, 뼈해장국을 잘 끓이는 <상용이네>가 괜찮다.
가성비가 좋은 숙소 많은데, 그중에 2018년에 리모델링한 <기린모텔>이 좋다.
■ 천금千金의 국수
- 반딧불 축제의 숨은 즐거움
어복식당과 덕화리버사이드 모텔 사이 반딧불축제 행사 부스에 설치된다.
영업시간은 11시부터 2시 사이. 1000원(리필도 된다).
■ 시네 콰 논sine qua non
- 무주산골영화제
■ 놀자, 시간이 없다
- 초리 꽁꽁놀이 축제
■ 빨강 치마 주름 아래
- 서창마을, 서창갤러리까페, 적상산, 적상산성, 적상산사고, 안국사
적상산 서창코스의 출발점인 서창마을은 순두부 마을로 이름나 있기도 하다. 네 곳의 순두부 식당은 저마다 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수준 이상의 솜씨를 자랑한다. (선배식당) / 거기서 식사를 하고 마실 삼아 적상산에 오르면 자동차로 경험할 수 없는 오종종한 단풍터널을 구경할 수 있다. 꼭 장도바위나 적상산성 서문, 안국사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좋다.
■ 타전打電
- 봄의 길목
무주의 여름은설천면 삼공사거리에서 백련사에 이르는 구천계곡을 따라 남남서진할 것이고,
가을은 적상면 북창리 불교대학 근처에서부터 머루와인동굴을 거쳐 적상호 지나 안국사까지 엉금엉금 오를 것이다.
봄이 오는 길, 설천면 소천리 라제통문에서 월현마을 초입까지의 10리 길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절정기의 저 길들은 관광버스와 등반객으로 미어터지는데,
신기하게도 설천면 소천리1501번지에서 원당천을 끼고 이어지는 두길리 1692번지까지의 4키로 구간이 그곳이다.
<태권도맛집> : 설천면 삼도봉 장터 부근 - 백반
<원조할매보쌈> : 구천동 관광특구 - 해장국
중국집 <만리장성> : 삼공 삼거리
■ 다감한 옛길
- 부남면 금강벼룻길과 무주읍 뒷섬마을 맘새김길 外
1) 금강벼룻길
'벼랑 끝의 비탈길'이란 뜻인데, 부남면 대소마을에서 대티마을까지 이어지는 6km의 금강과 접해 있는 길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남면사무소 뒤편에서 시작해 율소마을에 이르는 2시간 여 정도의 강변숲길이 제일 좋았다.
벼룻길 중에서도 잠두2교와 잠두1교 사이의 약 2km 구간이 아름답기로 으뜸이며,
이 길을 별도로 '잠두마을 옛길'이라 부른다.)
이 오솔길은 무주와 금산을 연결하는 신작로였으나 37번 국도가 생기며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무주의 모든 길 중에서 단연 최고다. 4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무주에 올 일이 있다면 놓치지 마시길.
2) 맘새김길
뒷섬마을에서 강변을 따라 향로산을 넘어 무주 읍내까지 학교로 이어지던 지름길이며,
그 네 갈래 길 중에 추천할만한 코스는 '학교가는 길'로서
뒷섬다리(후도교)에서 질마바위, 북고사를 거쳐 무주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봄이면 내도리는 앞섬마을 전역에서 재배하는 복숭아꽃이 온통 흩날리는데,
승용차를 타고 후도교 끝에서 출발해 이정표를 따라 앞섬마을까지 오는 한 시간 여 코스를 추천한다.
6월이면 뒷섬마을 뚝방길에는 금계국이 끝도 없이 피어나는데 . . . . . .
적벽가든 앞에서 금강을 따라 무주 쪽으로 이어진 뚝방길 전체가 국화물결이다.
3) 망우리길
앞섬다리(전도교)를 지나 좌회전해 전도마을회관을 끼고 다시 좌회전하면 강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도로가 나온다.
'방우리길 진입로'라는 표지판이 있으니 놓치지 말 것.
■ 두문 마을의 불꽃 송이
- 낙화놀이의 요람이자 반남박씨의 세거지
■ 그 사람 눈보라 속으로 돌아가네
- 그림쟁이 최북의 삶과 예술, 무주군 최북미술관
風雪夜歸人
한 사내 싸래기눈 헤치며 걸어간다.
나무들 삭풍에 떠밀려 흐느끼는데
골짜기는 해쓱하게 얼어붙어
바윗돌만 참먹처럼 꺼멓구나.
벙거지 고쳐 쓴 길손 지팡이를 바투잡고
지친 사동을 달랠 적에
검둥개 한 마리 사림을 뛰쳐나와 짖어댄다.
산이 깊고 밤도 깊어서 길은 더욱 아득한데
시들지 않는 바람소리 짚신자국을 쫒아온다.
자욱한 눈안개 켜켜이 쌓여
첩첩 산봉우리 윤곽마져 니울 때
있던 길들은 사뭇 지워지고
그 위로 적멸의 길만 홀연히 깔리는데
하염없이 퍼붓는 진눈깨비 맞으며
한 사내 그 속으로 들어간다.
사동도 발자국도 어느새 사라지고
칼바람 속 사방은 교교하기만 한데
아무데도 갈 곳 없는 그 사람
누구도 찾지 않는 그 사람
맹렬한 눈보라 한가운데서 시나브로 히미해진다.
화폭 안에서는 보이지 않고
종이 바깥으로도 흔적 없는데
칠칠이, 그대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이렇게
송이눈 먹먹히 쏟아지는데,
뭉치고 흩날리고 소용돌이치는데.
■ 나오며
- ‘그 사람’ 박길춘씨와 고마운 사람들
■ 부록
-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한풍루
전주의 한벽루, 남원의 광한루와 더불어 호남의 3대누각으로 평가된 바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곳이다.
등나무 운동장 바로 옆 언덕에 자리잡고 있으며, 벚꽃 내릴 적과 눈 내릴 적의 풍경이 아찔할 정도다.
태권도원 전망대
책 속으로
감은 무주에서, 특히 지전마을에서 일종의 가로수, 또는 미학적 역할을 담당한다. 손주 낳은 딸내미 주려고 올해도 곶감을 내건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말했다. 유황 처리 안 하면 시커멓게 되는데 실은 그런 게 몸에도 좋고 맛도 더 나은 진짜 곶감이거든. 근데 거무죽죽한 곶감은 아무도 집어들질 않아. 팔려고 독성 있는 유황연기를 씌우자니 죄짓는 것 같어. 학생은 꼭 알아둬. 자연산은 예쁘지 않아. 그럴 리가 없잖여.
- 15~16쪽, 지전마을 옛 담장길을 다룬 [그럴 리가 없잖여!] 중에서
셈을 치르고 식당을 나설 때 엇갈리며 들어오는 장년의 사내가 양팔과 얼굴이 하도 검붉어 슬쩍 넘겨다봤다. 그는 양파자루 하나를 계산대 밑에 내려놓고는 선물이여, 담에 올께, 하고는 도로 나가버렸다. 나와는 반대쪽 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그를 뒤늦게 쫓아나온 사장님은 어느새 잘 보이지도 않게 된 남자의 등 뒤에 대고 뭐라뭐라 소리쳤는데 똑똑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한 그릇 먹고 가지 그냥 가냐 같은 정겨운 투정인 듯 했다.
벌써 한참 전에 그는 사라졌을 텐데, 사장님은 후다닥 뛰쳐나온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붙어 서 있다. 그 뒷모습에서 이상하게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당신의 모양새가 딱 어복식당 같아서.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러나 실은 아무데도 없는 진짜배기 시골 밥집, 낡고 허술하나 더없이 순순한 길모퉁이 작은 식당. 무주읍 당산리 남대천변 어복식당.
- 26~27쪽, 남대천변 어복식당을 다룬 [길모퉁이 작은 식당] 중에서
평소처럼 주민자치센터(=면사무소)에 서류를 떼러 왔던 부남면 주민들은 새롭게 솟아오른 건물 앞에서 기겁한 채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뭣이여. 무슨 일이여. 웅성거림은 잠잠해질 줄 모르고 구석구석 퍼져갔다.
그들은 보았다. 면사무소(=주민자치센터) 마당에 천문대가 서 있는 것을. 그 천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면사무소와 기존의 보건소 건물이 다리로 연결되었으며, 보건소 건물 한켠에는 이웃한 안성면처럼 목욕탕이 지어져 있다는 것도. 그나저나 뜬금없이 돋아난 천문대를 두고 주민들은 마주칠 때마다 입을 모았다. 2002년은 월드컵 4강 진출로 한반도 이남이 온통 시끌벅적했지만 부남면만큼은 화제의 중심이 단연 천문대였다. 우려, 기대, 놀람, 당혹……. 아이나 어른이나 노인이나 젊은이나 복잡한 감회를 숨기지 못했다.
- 32쪽, 정기용 건축가와 무주의 공공건축을 다룬 [풍경의 옹호] 중에서
이곳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야말로 유명인이다. 이름까진 외질 못 해도 그녀가 일하는 장소와 취급하는 상품을 대면 하나같이, 아! 하는 감탄사를 뱉어낸다. 뜨내기라면 모를까, 군민이라면 그녀와 함께한 추억이 최소한 하나씩은 있다. 그러니까, 임정애씨는 일종의 사회복지사다. 그녀가 하는 일이란 이웃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녀의 무대는 오일장이다. 시골에서 장터는 생활의 중심지, 시쳇말로 ‘인싸(인사이더 Insider,...
출판사서평
아시나요? 덕유산, 구천동, 리조트가 아닌 군민들이 살아가는 ‘리얼’ 무주를.
무주에 우뚝한 것은 너그럽고 덕이 많다는 덕유산(1,614m)이지만 외지인들은 한때와 일면만을 쇼핑하듯 누리고 갈 뿐, 덕유산과 구천동과 리조트를 품고 있는 너른 산골마을 무주를 잘 모른다. 어느새 여행은 집과 목적지만을 잇는 점선간의 이동일 뿐, 동네의 이력이나 지역민들의 성격, 고이 간직해온 문화와 역사적 내력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기껏해야 맛집 주방장의 이력을 따지거나 특정 음식의 기원을 헤아려 보는 데서 그치는 단편적인 여행이 거의 전부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저 지나쳐 버리는 지방도로 역시 누군가의 앞마당이며 생업의 터전이고 또 정다운 출퇴근길이기도 하다.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는 우리가 발품 찍는 특정한 명소만이 아니라 그 원경으로 살짝 물러나 있는 마을 역시 꼭 한 번 들여다볼만한 세상임을 넌지시 일러준다.
인구 2만4천여 명의 조그만 군면읍인 무주는 대형마트도 놀이공원도, 고속버스터미널도 기차역도 없지만, 그 수많은 ‘없음’들 사이에서도 저만의 고유한 너나들이를 통해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내며 ‘불편해도 재미진’ 일상을 구축하고 있다. 오히려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매료된 사람들도 있어 무주는 부유하진 못하지만 이상하게 넉넉하고 여유로와 묘한 매력이 깃들어 있다.
흙담장을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의 사계절 살림, 어수선하지만 정직하게 만든 음식으로 주민들을 호명하는 천변식당의 내력, 50년간 오일장터에 개근한 찐빵할머니의 애틋한 개인사와 이웃 간의 에피소드, 거물 건축가이면서도 돈도 되지 않는 군 단위 지자체에서 10년 간 목욕탕이 있는 면사무소와 버스정류장, 천문대, 꽃피는 운동장을 지은 정기용 선생과 무주의 공공건축물, 덕유산에 매료된 등산객이 겪은 쓸쓸한 이별과 여운 깊은 후일담, 첨단이나 세련과는 거리가 먼 도시에서 축제를 만든 사람들의 뚝심, 추운 산골의 늦게 피는 벚꽃이 전하는 속 깊은 위로, 외눈박이 괴짜 화가 최북의 삶과 애환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는 살뜰하면서도 곡진한 무주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가 곰살맞기 그지없다.
사라져가는 풍경과 거기 붙박여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절절한 연애편지
못내 수줍어하며 저자의 인터뷰 요청에 어색해 했던 군민들은 그러나 무심한 듯 다정했으며 한편 무뚝뚝한 척 은근히 친절했는데, 그런 산촌민들의 묘한 성정은 [어복식당] 편 이외에도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 갈피갈피마다 드러나고 있다.
막상 당신들은 너무 친근해서 몰랐겠지만 눈앞에 수천 년 간 펼쳐져 있는 이 물씬한 산하(山河, 무주에서는 덕유산과 금강)가 우리 땅에 얼마 남지 않은 천혜의 유산이라는 것을 이 책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깨닫게 해준다. 거창하거나 세련돼 보이진 않아도 함초롬한 시골마을의 풍취와 질박한 토박이들의 ‘사는 재미’가 궁금해질 때,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를 펼쳐보길 권한다.
사람-장소-시대를 뒤집었다 펼...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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