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따리 비스따리』

2020. 5. 30. 19:18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비스따리, 비스따리!'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의 네팔 말이다.

네팔 여행을 하면서 나는 자주 이 말을 떠올렸다.

버스는 왜 이렇게 안 올까?

 

지언 ㅣ

나는 네팔을 여행하면서 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는데

왜 우리 치트레 화장실이 파란 양철 지붕이었잖아요.

그 지붕 끝으로 雪山이 있고, 하늘도 별도 또렷이 보이는데,

그 푸르스름한 어둠?

도저히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 色이 지금도 선명히 남아 있어요.

그때 불던 2월의 바람,

찬 공기까지 色으로 막 떠올라요.

그런데 한 줄도 못 쓰겠더라고요.

한계인 거지요.

그래서 그냥 나만 읽는 마음에 묻어 뒀어요.

 

 

 

 

 

비스따리 비스따리 천천히 흐르는 네팔의 시간

저자김지언 , 문영숙 외 3명

출판책담 | 2020.2.28.

페이지수216 | 사이즈 136*185mm판매가서적 13,500원

 

책소개

 

어린이청소년 작가로 활동하는 아홉 명의 작가가

소박하고 따듯한 네팔 사람들과의 교감을 담은 이야기이다.

저자들은 2011년 네팔을 처음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오랜 인연을 맺어 오며

네팔의 자연과 풍속, 그곳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 냈다.
모두 14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안나푸르나峰이 마을 앞산처럼 펼쳐져 있는 오지 마을 치트레를 비롯하여

포카라, 간드룩, 마나카마나, 치트완, 신두발촉, 박타푸르, 카트만두 등을 배경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을 닮은 그곳 사람들의 소박하고 때묻지 않은 삶을 들려준다.

대자연과 함께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누리는 네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치트레의 설산을 사랑하며 고향을 지키는 산골 소년 두르버,

네팔 아이들과 우리나라 봉사단 아이들이 나누는 가슴 설레는 풋풋한 우정,

패러글라이딩 명소인 포카라의 사랑코트에서 만난 세르파 소년의 꿈,

간드룩 마을 여인의 고단한 삶,

마나카마나 사원에서의 신비한 전생 체험,

60세의 늙은 나이에도 사파리 투어에 나서는 코끼리 짤리,

네팔에서도 가장 오지인 신두발촉 주민들의 박꽃 같은 미소와 한데 어우러져 춤추며 흥을 즐기는 모습들,

박타푸르 사원에서 만난 여신 쿠마리 소녀의 운명,

카트만두 부다나트 사원을 찾아와 기도하는 신자들,

죽은 뒤 완전히 재가 되어 갠지스 강에 뿌려지는 게 소원인 힌두교 신자들의 장례의식,

시계가 필요 없는 네팔의 비스따리 비스따리 등등

작가들의 귀하고 진솔한 경험이 가슴을 울린다.

 

 

 

김지언

2006년 〈한국산문〉에 수필로 등단.

작품으로 《빨간 고무장갑》, 《아부지, 저 그림 그려요》 등이 있다.

 

 

문영숙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계간 '문학시대'에 시, '월간문학'에 수필로 각각 신인상을 받았고,

제40회 신동아 논픽션상, 제2회 푸른문학상, 제6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 동화 '무덤속의 그림',  '나야 나 보리',  '아기가 된 할아버지',  '궁녀 학이',

동화 엔솔러지 '일어나',   '날아라 마법의 양탄자'를 펴냈으며,

2005년 '나야 나 보리'가 환경부 우수도서로,  2006년 '무덤속의 그림'이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각각 선정된 바 있다.

그 밖에 다수의 공저 수필집이 있으며

현재 동화와 청소년소설, 수필을 쓰고 있다.

 

 

박혜선

글쓴이 박혜선은 1969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새벗문학상'에 동시 <감자꽃>이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2003년 제2회 푸른문학상에 단편동화 <그림자가 사는 집>이 당선되어 동화도 함께 쓰고 있다.

제1회 연필시문학상과 제15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초록손가락>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개구리 동네 게시판>과 <텔레비전은 무죄>가 있다.

 

 

오미경

1965 충청북도 청원 출생. 충북대학교 졸업.

1998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 '신발 귀신나무' 당선.

저서로는  '신발 귀신 나무',  '교환 일기',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줘',  '일기똥 싼 날'  등이 있다

 

이금이 작가

우리 시대의 가장 진솔한 이야기꾼인 작가이다.

1962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1984년 '새벗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제39회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초등 학교 <국어> 교과서에 4편의 동화

─ '송아지 내기',  '우리 집 우렁이각시',  '대화명 인기 최고',  '소희의 일기장'이 실려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동화책 '너도 하늘말나리야',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영구랑 흑구랑',  '쓸 만한 아이',  '내 어머니 사는 나라',  '땅은 엄마야',  '도들마루의 깨비',  '금단현상' 등이 있고,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  '주머니 속의 고래'와 동화창작이론서 '동화창작교실'이 있다.

 

 

 

목차

 

치트레 Chitre
치트레에서 가장 밝은 별 |

이금이 시간을 선물하는 방법 | 정진아
페이스메이커 | 박혜선



포카라 Pokhara
전설을 만드는 도시 포카라 | 이금이
No Problem | 박혜선


간드룩 Ghandruk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 한상순


마나카마나 Manakamana
어떤 인연 | 정진아
염소에게 자비를 | 이묘신


치트완 Chitwan
잠시 다녀갑니다 | 이종선


신두발촉 Sindhupalchok
별처럼 빛나는 곳 신두발촉 | 오미경


박타푸르 Bhaktapur
박타푸르에서 만난 여신 쿠마리 소녀 | 문영숙


카트만두 Kathmandu
평화를 부르는 나마스테 |

오미경 죽음을 기다리는 집 |

김지언 비스따리 비스따리 | 이묘신


네팔 일지
네팔 방담회

 

 

책 속으로

네팔! 누군가는 원형原形이라고 한다.
자연도, 사람도 우리가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네팔! 누군가는 어렵게 사는 피붙이 같아 아픈 손가락이 떠오르고,
그럼에도 또 누군가는 쑥쑥 자라 초록 이파리 무성한 나무가 될 것 같은 희망이라고 말한다

네팔, 누군가는 두고 온 발자국 같다고 한다.
자꾸 뒤돌아보게 되고 돌아가고 싶은 곳.

네팔! 누군가는 알사탕 같다고 한다.
네팔의 추억들을 오래오래 녹여 먹고 싶다고.

네팔의 무엇이 이토록 달달하고 절절하고 애틋할까? 두고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 198쪽, 214쪽

높고 웅장한 히말라야의 침묵을 보며 살아온 네팔 사람들,

그 웅장함 앞에서 인간의 삶이 개미처럼 작고 하잘것없다는 걸 깨달았을까?

자연의 속도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

그러니 바동거리지 말고 비스따리, 비스따리!


네팔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시계를 보지 않았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 시계고, 태양이 비추는 설산의 빛이 시계고,

어둑어둑 찾아오는 어둠이 시계고 별과 달이 시계였다.

그들을 보며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그 수많은 자연의 시계들이 내 앞에 걸려 있는데 굳이 인간이 만들어 낸 시계를 들여다볼 일이 있을까.

 

- 190쪽, 이묘신 〈비스따리 비스따리〉 중에서



어느덧 랍티 강 너머 정글로 해가 내려앉고 있었다.

종일 치트완의 모든 것 속에 흘러 들었던 시간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잊고 있던 짤리 생각이 났다.

우리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누가 짤리의 주인일 수 있을까.

세상의 어떤 생명체에게도 주인은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는 것임을, 많은 짤리들을 안쓰러워할 일이 없기를.

태양이 잠시 네팔의 하늘에 다니러 왔다가 자기 행선지를 따라 사라지듯이

우리 역시 지구라는 행성에 잠시 다니러 온 사람들이다.

타루족이 나보다 이곳에 좀 더 오래 머무를 뿐, 그들도 결국은 다니러 온 사람에 불과하지 않을까.

우리가 그릴 그림 속에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나무가 있고 물이 있고 동물이 있고 사람이 있고…….

그렇게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

 

-131쪽, 이종선 〈잠시 다녀갑니다〉 중에서



아름다운 신두발촉 사람들!

그들은 우리에게 손님을 맞이하는 법을 몸소 가르쳐 주었다.

그들이 가진 가장 소중한 걸 내주었는데도 불편한 잠자리와 편히 씻지 못하는 걸 불평했던 우리는

그들에게 영영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을 지고 말았다.

문명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탓이다.

문명 덕분에 우리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대신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기도 했다.

지진도 앗아가지 못한 신두발촉 사람들의 따스한 정과 정성 어린 마음 같은 것들을.

잊지 못할 신두발촉!

그곳은 오지가 아니라, 따스한 정과 맑은 눈망울이 별처럼 빛나는 곳이었다.

오지는 문명의 이름 하에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우리가 사는 바로 이곳인지도 모른다.

 

- 144쪽, 오미경 〈별처럼 빛나는 곳 신두발촉〉

 

 

 

출판사서평

‘나마스테’의 나라, 소박하고 따듯한 사람들의 이야기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두고 티베트와 접해 있으며 그 외의 지역은 인도와 접해 있다.

우리나라의 3분의 2 정도 크기로 대부분 산악지대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봉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주민이 가난하고 열악한 생활을 하며, 오지에 사는 아이들의 경우 교육 환경도 좋지 않다.

또한 곳곳에 카스트제도가 남아 있고 힌두교의 종교의식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네팔 사람들은 산골 마을 좁은 골목길에서도, 시장에서도, 관광지에서도

눈만 마주치면 두 손을 모으고 친근한 눈빛으로 ‘나마스테’라며 인사를 건넨다.

‘내 안의 신이 그대 안의 신을 경배합니다’라는 말이다.

인구 수의 10배가 넘는 3억여의 신들을 섬기는 나라,

보이는 것이 모두 신들을 모시는 집이고, 만나는 것이 다 신이다.

그렇게 많은 신들을 섬기고 있는데도 갈등이나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지내 온 것도,

가난하지만 얼굴에 평온함이 가득한 것도 바로 이런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 안의 신을 존중하듯이 다른 사람의 신을 존중하며 살아간다.

내 것만 옳다고 고집하고, 내 것만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것은 제대로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요즘 사회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이런 마음가짐은 훨씬 더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우리에게 크나큰 깨달음을 준다.

이 책을 쓴 아홉 명의 저자들은 우연한 기회에 네팔을 방문한 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때묻지 않는 순박함에 형제애 같은 정을 느낀다.

마음과 정성을 다해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물질적인 풍요에 젖어 살면서 잊어버리고 있던 삶의 본질을 깨닫는다.

저자들이 만난 네팔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곳 사람들이 보여준 아낌없는 정에 다시 그곳을 찾는 시간이

마치 명절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설레는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네팔의 오지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여유로움을 배우고 진짜 사람 간의 정이 뭔지 느끼고 돌아가는 귀한 경험을 글로 적었다.


인세로 짓는 게스트하우스


이 책의 저자인 아홉 명의 작가는 한국 어린이 청소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네팔의 오지 마을 치트레에 방문한 인연을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함께 방문했던 학생들과 ‘푸르나 봉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네팔 어린이와 주민들을 돕고 있다.

이 책의 인세 전액은 치트레 마을 게스트하우스를 짓는 데 쓰인다.

묵을 곳이 해결되면 관광객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마을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치트레, 그곳이 어디일까? 꼭 한 번 찾아가 봐야지.’

이 책을 덮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네팔의 산골 마을 치트레, 이 낯선 이름을 오래오래 되뇌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