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8. 19:52ㆍ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트레킹 둘째 날
날씨 : 찌뿌둥하다가 잠시 햇살
걸은 구간 : 팍딩(Phakding 2623m) - 남체(Namche Bazaar 3440m)
소요 시간 : 5시간
복장 및 위생 상태 : 양호
▲ 깡대(Kang Tega-6783m)산의 자락에 둘러싸인 남체바자 마을의 모습.
ⓒ2004 김남희
눈을 뜨니 7시. 어제 저녁 8시부터 오늘 아침 7시까지 꼬박 11시간을 잤다. 오믈렛으로 아침을 먹고 8시 40분 출발.
출발 직전 “죄송합니다. 긴급상황입니다"를 외치고 수영 언니와 난 화장실로 달려간다.
정 선배님은 그런 우리에게 “니들은 아무데서나 볼일도 잘 보네.
혜정이는 자연을 지극히 사랑해서 몸 속의 노폐물을 다 제 집으로 가져가서 처리하던데라며 농담을 하신다.
아, 현지 적응 능력이 남다르게 뛰어난 것도 이렇게 놀림감이 되고 만다.
길은 소나무와 잣나무가 듬성한 바위산이다.
작년 이맘 때 트레킹을 했던 중국 운남성 여강의 호도협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때는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번에는 15박 16일의 제법 긴 일정이라 트레킹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길 좌우로는 돌집과 그 집을 둘러싼 키 낮은 돌담들이 이어진다.
제주도 같기도 하고, 영국의 호수 지방(Lake District) 같기도 하다.
40여분쯤 걸으니 눈 덮인 바위산 탐셸꾸(Thamserku Central. 6618m)가 정면 오른쪽으로 따라온다.
벤카(Benkar) 마을의 벤카 게스트 하우스에서 잠시 휴식.
오른쪽으로는 깡대(Kang Tage East)가 우뚝 솟아있다.
10시 40분. 몬주(Monju. 2850m)에 도착.
이곳에서 사갈마트(에베레스트의 네팔 이름) 국립공원 입장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허가서 비용은 1000루피(한화 17000원). 여권과 돈을 내고 서류에 사인을 하니 바로 허가서를 내준다.
국립공원 사무소를 지나자마자 정면에 멋진 바위산 쿰비율라(Kumbi Yul Lha)가 보인다.
20분쯤 더 걸으니 조살레(Jorsale) 마을.
시간은 갓 11시를 넘겼을 뿐이지만 이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는다.
계란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시간은 정오를 넘겼다. 이제 길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철다리를 건너 라자도반(Larja Dobhan) 마을을 지나니 정면 오른쪽으로 쿠슘 캉구루(Kusum Kanguru 6370m)가,
왼쪽으로는 탐셀꾸가 보인다.
숨을 헉헉거리는 우리를 보며 포터 기얀드라와 바뜨라가 “비스따리! 비스따리!(네팔어로 천천히)”를 외친다.
길은 군데군데 녹다 만 얼음과 눈으로 질척거리고 미끄럽다.
계속되는 오르막. 가끔씩 햇살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제법 숨이 차 오른다.
▲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내려오는 길에 바라보는 깡대 전경.
ⓒ2004 김남희
두 시간 남짓 걸으니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 지점이 나온다.
왼쪽 정면으로는 깡대, 오른쪽으로는 쿰비율라가 솟아 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덮여 있다지만 가장 높은 산이 2000m를 넘지 않는 나라에서 온 나는 주변 산세가 경이롭기만 하다.
눈 들면 마주 보이는 산마다 이름이 알고 싶고, 높이가 궁금해, 자꾸 물어보고 또 확인하곤 한다.
2시 50분, 드디어 남체 바자(Namche Bazzar) 도착.
깡대와 탐셸꾸의 품에 안긴 남체 바자는 한 눈에 보기에도 규모가 제법 큰 마을이다.
람이 데리고 간 타쉬델레 게스트 하우스는 마을의 거의 꼭대기에 위치해 전망이 그만이다.
이곳이 “Hot Shower"가 가능한 마지막 지점이라 가격을 물으니
지금은 겨울이라 양동이 샤워만 가능한데 한 양동이에 150루피란다.
깎아 달라고 조르니 70루피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그런 나를 보고 계시던 정 선배님이 “싸구려와 경제적인 건 다르다”며 가격 깎는 걸 나무라신다.
게다가 고도적응을 위해 이곳에서 반드시 이틀을 머물겠다며 가이드에게 못을 박으신다.
아무리 정 선배님이 우리보다 훨씬 연장자라 해도 함께 여행하는 처지에 일방적으로 일정을 결정하니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분이 상하기는 수영언니도 마찬가지인데 언니는 여전히 싹싹하게 정 선배님을 대하면서 감정을 쉽게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커 페이스’가 되지 못하는 나는 “현재 무지하게 기분 상했음”이라는 표딱지를 이마에 확실히 박아놓은 데다가,
선배님 말씀에 대답도 잘 안 하면서 퉁명스레 굴고 있는데….
사람이 같은 일을 겪어도 내공의 힘에 따라 풀어 가는 수준이 다름을 여기서 다시 깨닫는다.
방으로 돌아와 어제처럼 뜨거운 물을 넣은 물통을 발 밑에 굴리면서 잠자리에 든다. 아직까지 춥지는 않다.
▲ 야크떼를 몰고 고갯길을 넘고 있는 남자.
남체에서 팅보체 가는 길. 뒤로 눈 덮인 봉우리는 아마 다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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