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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8. 19:58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 팅보체에서 바라보는 로체샤.  

ⓒ2004 김남희



▲ 팅보체 사원.  

ⓒ2004 김남희



트레킹 다섯째 날


날씨 :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걸은 구간 :팅보체(Tengboche 4252m) - 팡보체(Pangboche 4252m) - 딩보체(Dingboche 4350m)
소요 시간 : 4 시간
복장 및 위생 상태 : 아직은 양호



어젯밤 호주 아이들은 새벽 1시까지 음주가무를 즐기느라 소란스러웠다.

나 역시 그 소란을 고스란히 함께 하느라 침낭 속에서 새벽 1시까지 뒤척였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귀까지 예민해진다는 건가. 이제는 조그만 소음에도 쉽게 깨고 뒤척인다.

나이들수록 신경이 무뎌져야 할텐데…. 나는 어떻게 된 게 점점 벼린 칼처럼 날카로워진다.

눈을 뜨니 7시 반이다.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다.

오늘부터는 정 선배와 헤어져 우리끼리 산행을 시작한다.

이미 두통과 불면 등의 고소 증세가 시작된 정 선배는 고도 적응을 위해 최대한 천천히 페리체를 향했다.

우리는 예정대로 추쿵과 고쿄리를 다 돌기로 해 팀을 나누었다.


정 선배는 가이드 람과 포터 바뜨라를 데리고 떠나고, 우리는 기얀드라만을 데리고 딩보체로 향한다.

우리 일행은 아침을 먹고, 9시 20분에 출발했다.

길은 눈길이라 미끄럽다.

정면 왼쪽으로는 눕체, 오른쪽으로는 아마 다블람이 보이던 길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조금씩 사라진다.

철다리를 건너니 아마 다블람이 다시 나타난다. 이곳부터는 흙길이다. 눈은 거의 녹았다.

10시 50분. 팡보체(Pangboche)에 도착했다.

팡보체는 눕체와 아마 다블람 아래의 작은 마을이다. 사위는 고요하다.

새파란 하늘과 햇살과 바람만 충만하다. 나는 말없이 걸을 수 있어 행복하다.





▲ 팡보체 마을 전경.  

ⓒ2004 김남희



▲ 소마레 마을의 ‘파상 로지’ 부엌. 장작을 때는 화덕이지만 배기시설까지 갖추었다.  

ⓒ2004 김남희



11시 55분. 소마레(Somare)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의 해발고도는 4040m다.

우리 일행은 파상 로지(Pasang Lodge)에서 짜파티와 찐 감자로 점심을 먹었다.

이 동네 주식이 감자라 그런지, 감자 인심 하나만은 후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감자를 소금에 찍어 배불리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1시 출발. 바위와 자갈이 널린 길이 나타났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을 반시간 남짓 걷고 나니 페리체와 딩보체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잠시 산을 내려와 나무다리를 건너니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전나무는 사라지고 키 낮은 관목만 듬성듬성해 고도가 높아졌음을 말해준다.

2시 30분. 딩보체(Dingboche 4350m)에 도착했다.

히말라얀 롯지(Himalayan Lodge)에 짐을 푼다.

먼저 와 있던 세 명의 호주인 로렌, 사만타, 던킨과 인사를 하고 난롯가에 둘러앉는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You rest. I shopping"하며 나간 기얀드라가 돌아오지 않는다.

호주팀 가이드 프림에게 물어보니 그가 마구 웃는다.

“쇼핑이라고? 그걸 믿었어? 너희 포터는 지금 당구장에서 돈 다 쓰고 있을 걸.”

올해 스무 살인, 기얀드라는 포터 생활 4년 차다.

'막내 동생 같아 신경이 쓰였는데, 당구장에서 돈을 다 까먹고 있다고?'

“안 돼! 그럴 순 없어.”

경악하는 나를 위로하며 나간 프림도 한 시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기얀드라가 선불로 받은 포터 비를 다 날릴까봐 걱정이 된 나는 어둑해지는 거리를 걸어 당구장을 찾아간다.

‘이 깊은 산골에 웬 당구장이람?’

당구장 문을 여니, 당구대 하나를 놓고 네팔 젊은이 7-8명이 모여 담배를 피거나 당구를 치고 있다.

눈이 마주친 기얀드라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마디하고 돌아선다.

“기얀드라! 빨리 안 돌아오면 너 팁 없다!”

잠시 후 나타난 기얀드라에게 다그치며 물었다.

“뭐? 쇼핑을 간다구? 야! 넌 쇼핑을 당구장으로 가니? 거기서 얼마 잃었어?”

기얀드라는 풀이 죽어 대답한다.

“Me? No Money. My Friend money."

친구 돈으로 쳤다는 그 말을 믿을 수도 없지만

설사 자기 돈 갖고 쳐서 다 잃었다 한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더 이상 잔소리를 하리.

게다가 이제 스무 살이면 한창 놀기 좋아하고, 온갖 종류의 유혹에 약 할 나이가 아닌가?

결코 내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난다.

저녁을 먹고, 9시까지 난롯가에서 휴식을 취했다.

막힌 코로 숨을 쉬느라 오래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 추쿵 마을의 돌집. 뒤로 아일랜드 피크가 보인다.  

ⓒ2004 김남희



▲ 딩보체에서 페리체 가는 고갯길. 뒷산은 탐셸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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