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현의 <집중> / 박용빈의 <학교 야경>

2019. 8. 27. 08:24미술/한국화 현대그림





이경현





이경현 作 ‘집중’(Concentrate)  / 아크릴


입시정보를 입수하려는 학부형과 수험생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벌써부터 경쟁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입추의 여지없이 꽉 채워진 공간, 불안감으로 팽팽한 뜨거운 열기… 한번이라도 입시설명회에 참석해 본 사람은 그 엄숙하면서도 심란한 분위기를 알 것이다.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지원해야 유리할 지 불안한 얼굴로 열심히 경청하고 메모하는 현장의 집중된 모습을 잘 표현해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에 美치다 展 Art-holics' Rolling Sea] / 이경현


무수한 사람들이 무수한 단순성을 보이는 화면, 비록 화면의 배경이나 대상들은 그늘이 없고 화사하기까지 하지만 오히려 여기에 이경현의 깊은 눈썰미가 도사리고 있다.  '무수히 다른 하나같음' 어쩌면 이 말 속에 이경현이 그리고 있는 수많은 군중의 개별적인 단순성이 숨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단자화(單子化)된 존재들을 보여주는 작가의 화폭은 오늘의 소시민적 현장이 때로 야단법석(野壇法席)으로 가는 과도기적 현장임을 되새기게 한다.










박용빈



박용빈 <학교 야경>


스스로 동의를 표현하기 어려운 미숙한 이들이 겪는 피지배 상태의 피곤과 이를 견뎌야하는 무력감. 이 그림의 알레고리는 이것이다.

아이들도 스스로의 의지가 있고 꿈이 있고, 의견과 생각이 있고, 또 호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종이 비행기 뒤에 놓인 암을한 사각형들을 보라.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장과 교사와 학부모로 이어지는 교육자층의 "여기가 살길이다"는 강력한고 강고한 언표에 :아니요"라는 답을 제출하는 이는 학교 안에 있지 않다.

여기서 나는 안산 단원고 아이들을 떠올린다. 그 아이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 데에는 그들이 자율적 판단, 행위능력이 충분히 계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 순응했던 것은 그 순응이 일상의 습관으로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