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슈사이 샤라쿠

2019. 5. 30. 19:10미술/일본화·중국화·기타






풀리지 않는 신비의 화가 샤라쿠




    토슈사이 샤라쿠 / [카메아추베 役을 맡은 이치가와 코마조와 우메가와 役을 맡은 나카야마토미 사부로] 1794





    1794년, 6월 5일 어느 날, 에도의 극장가에 28점의 오쿠비에(大首繪-초상화)를 들고 흘연히 나타난 화가 한 명이 있었다.  그는 10개월 남짓 140여 점의 작품을 제작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어느 날 불현듯 자취를 감춰 행적이 묘연해졌다.


    혜성처럼 왔다가 사라져버린 화가 토슈사이 샤라쿠[東洲齊 寫樂].


    그는 생몰년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가 누구에게 그림을 배웠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버렸는지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그가 사라져버린지 200년이 지났건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라곤 알다가도 모를 아이러니한 작품들과 그를 둘러싼 난무하는 추측들 뿐이다.


    그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910년이다.  독일의 동양미술 연구자 '쿠르트(Julius Kurth)'가 유럽에 흩어져 있는 그의 작품을 모아《SHARAKU》라는 책을 펴내면서부터였다. 그는 샤라쿠가 '노가쿠(能樂) 배우'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일본인들에게 서양인이 샤라쿠를 발견해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깜짝 놀란 일본인들은 그제야 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지금은 그에 관한 단행본만 해도 40종이 넘는다고 한다. 1869년에 출판된  [新浮世繪類考]에 의하면 쿠르트의 주장처럼 그는 '사이토 쥬로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노가쿠 배우와 동일 인물이며 아와 영주의 비호 아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설적인 이야기 또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사실로 입증하지는 못했다.

     

    일본에서는 샤라쿠를 연구하는 학자들 숫자만큼 샤라쿠가 많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그런데 최근에 이영희(한일 비교문화 연구소장)에 의해『또 하나의 샤라쿠』가 도쿄에서 발간되었다.  이영희는 이 책에서 그가 바로 조선의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라고 주장해서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해 설득력 있고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의 주장으로는 단원이 1794년에 정조의 신임을 받아 연풍현감으로 있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정조의 밀명을 수행하는 한편 토슈사이 샤라쿠란 이름으로 활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기간에 단원의 국내활동이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이 샤라쿠가 단원이라는 학설을 한몫 거든다.


    .

    .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샤라쿠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18세기 말 에도에서는 극장 시즌이 시작되어 가부키(歌舞伎)공연이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다. 가부키는 야쿠샤(役者)로 불리는 배우의 목소리와 몸짓 연기를 통해 폭넓은 기교를 드러내는 일종의 연극이다. 당시의 지배계층인 귀족과 무사계급이 즐기던 부가쿠(舞樂-왕실무용)나 노가쿠의 섬세하고 우아한 아름다움과는 다른, 화려한 구경거리로서 변변한 오락거리가 없던 에도 시민을 흥분시키기에 매우 알맞은 오락물이었다.


     



















    토슈사이 샤라쿠,[3대 얏코에도베 역을 맡은 오타니 오노지노]


    대중들은 가부키 공연뿐 아니라 주연배우들에게도 열광하였다. 유명한 배우들의 새로운 배역을 알려주는 초상화들은 에도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의 극장 관람자들이 많이 찾는 그림이었다. 그들의 브로마이드로 여겨지던 야쿠샤에(役者繪-배우그림) 제작은 당시 우키요에 화가들에겐 가장 큰 일거리였다.  어떤 화가가 에도의 유명 극장에서 활약하던 주연배우를 잘 그려내는가가 화가로서의 성공과 맞물린 문제였던 것이다.

     




    [앗코잇페이 역을 맡은 오조메] <-  배우 오타이오니지?

     


    샤라쿠의 오쿠비에는 인기 배우에서 단역에 이르기까지 그 모델의 내면을 파헤치는 듯한 예리한 시선으로 그 속내를 포착한 리얼리즘으로 일관하고 있다. 샤라쿠의 그림에 나타나는 얼굴은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얼굴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말하자면 그는 배우라는 인간의 얼굴을 통하연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을 그리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이 당대에 널리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좋아하는 배우의 얼굴이 이토록 형편없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면 웬만한 골수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런 야쿠샤에를 사려들지 않을 것이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멋진 모습이 담긴 그림이 좋을 수밖에‥‥‥.  


    짙은 화장으로 본래 얼굴을 감춘 배우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신비한 매력을 사라지게 한 샤라쿠는 골치 아프고 반갑지 않은 존재였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샤라쿠가 10개월 만에 사라진 이유를 무한경쟁에서의 '자연도태'로 보는 의견도 있다.

     

    가부키에서는 극이 진행되다가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 정지 자세를 얼마간 취하게 되는데, 이 자세를 '미에(見得)'라고 한다. 주연배우는 각자의 대표적인 미에 자세를 갖고 있었다. 토요쿠니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인 이 미에 자세를 전신상으로 그렸다. 


     

    .

    .



    1890년 파리의 에콜 드 보자르에서 열린 일본판화전에서 애호가들이 소장하고 있던 샤라쿠의 판화가 공개되었다. 이때 화가 로트레크는 찬탄을 금치 못한 나머지 소장가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기메 미술관에서 어느 유대인 소장가의 그림을 통해 샤라쿠와 더욱 깊은 만남을 가졌다.









     

                 
                     
                       
                           
                                 
                                우타가와 토요쿠니,(좌) [야마토야],(우) [고라이야]


                                로트레크가 '나의 스승은 벨라스케스와 고야 그리고 일본의 위대한 예술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가 말한 '일본의 위대한 예술가' 가 아마도 샤라쿠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로트레크는 대부분 배경을 생략한 채로 사람들의 순간적인 표정을 능청스럽게 묘사하는 능력이 있었다.  또한 극장 포스터를 많이 그렸는데. 특히 가수 이베트 길베르와 무용수 잔 아브릴을 비롯한 당대에 활동했던 연예인들의 얼굴을 기이한 표정으로 그리곤 했다.  누가 보아도 예쁘지 않은 그림 , 그것은 결코 추악한 것을 그리고자 한 것이 아니라 애써 꾸민 배우의 얼굴 이면에 숨어 있는 내면이 드러나는 찰나를 그려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로트레크의 그림은 프랑스판 샤라쿠 스타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가 샤라쿠를 통해서 강렬한 긴장과 분노를 어떻게 표현할지 배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로트레크의 포스터를 통해 아이러니한 그의 시선과 동양식 낙관과 비슷한 그의 독특한 사인, 특이하게 못생긴 배우의 인상을 관찰해볼 수 있다. 아울러 프랑스에 자리잡은 또 한 명의 샤라쿠를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것이다.








                               






















































                              나카무라코노조와나카무라와다에몬.jpg
                              나카무라코노조와 나카무라와다에몬


                              미키노이오마수시다역의 마수수케오노세1세.jpg
                              미키노이오마수시다역의 마수수케오노세1세
                               


                              Untitled-2 copy.jpg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미술 > 일본화·중국화·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쿠사이 / 마루야마 오쿄 / 이토 자쿠추  (0) 2020.08.23
                              루 지안준  (0) 2020.04.23
                              우관중(吴冠中)  (0) 2019.02.19
                              치바이스 - 3  (0) 2019.02.01
                              치바이스 - 2  (0) 201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