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1. 19:26ㆍ미술/미술 이야기 (책)
2017.
역사상 위대한 리더들은 뛰어난 예술가였으며, 위대한 예술가들 역시 뛰어난 리더였다. 끝없는 탐구 정신과 도전 정신, 넘치는 위트와 유머 감각,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는 뛰어난 회복력, 시대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 엄청난 명성과 부를 가져오는 사업가적 마인드 등 예술가들의 창조적 사고 방식은 바로 뛰어난 리더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자질이기 때문이다.
『리더를 위한 유쾌한 그림 수업』은 미술평론가 유경희가 《주간조선》에 연재한 ‘CEO를 위한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라는 23편의 칼럼을 새롭게 다듬어 엮은 것으로, 경계가 없는 상상력,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발칵 뒤집은 위대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서 창의성 개발과 성공의 해답을 찾는다.
속물적인 주문자들의 얼굴을 그림 속에 몰래 악당으로 그려 넣어 통쾌하게 반격한 미켈란젤로, 밀레 작품의 모사를 통해 수없이 자기 성찰을 반복했던 반 고흐, 화장실에 있어야 할 변기를 전시실로 가져와 미술계에 대혁신을 일으킨 마르셀 뒤샹, ‘비즈니스가 최고의 예술’이라 명명한 앤디 워홀 등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오늘날 다양한 인문, 사회, 문화적 이슈와 연결 지어 살펴봄으로써 그 속에 담긴 크리에이티브한 발상과 깊이 있는 사유를 읽어낸다.
저자 유경희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 중 하나는 비즈니스다. 사업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창조라는 말이다. 그림이 벽에 붙어서 하는 일보다 사업가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것만큼 숭고한 일은 없어 보인다. 그들은 분명 생각을 예술로 만든 개념미술가들로서 뒤샹과 워홀의 후예들이다. 이런 예술가들에게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최상의 키워드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 색다른 생각들이야말로 진정 자유와 연동된다. 이런 그들이 미학적인 취향과 윤리적인 사유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할 때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된다. 예술가와 리더는 공통점이 아주 많다. 사랑하는 예술가를 만나 자유로워졌고, 존경하는 리더를 만나 용기를 얻었다. 더할 나위가 없는 경험이다.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 그리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시각예술과 정신분석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공립미술관, 대기업, 공기업 등에서 꾸준히 특강을 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나쁜 그림』, 『가만히 가까이』, 『치유의 미술관』, 『그림 같은 여자 그림 보는 남자』, 『창작의 힘』, 『아트 살롱』, 『예술가의 탄생』 등이 있다. 네이버 캐스트와 오디오클립에 글과 강의를 게재하고, ‘유경희예술처방연구소’를 만들어 아트스토리텔러이자 예술치유사로 강의와 상담을 진행해왔다. 요즘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욱더 활기 있는 일상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아주 경쾌한 마음으로 세컨드 잡을 고려하고 있다. 스스로의 감각과 취향이 담보된 ‘유경희컬렉션’을 준비하는 일이 그 첫 번째 과제다.
명품 곁엔 짝퉁이 있다. 짝퉁은 명품의 진가를 훨씬 더 높여준다. 때론 짝퉁이 더 사랑스럽다. 미술계에선 그렇다. 그럼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짝퉁은 무엇일까? 서구 미술관에서 수없이 마주쳤던, 그러면서 ‘역시 최고야!’를 서슴없이 부르짖었던 고대 그리스 조각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들은 대부분 로마 시대에 카피한 모조 조각들이다. (61쪽)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은 마치 예술에 대한 우리의 진지함과 엄숙주의를 비웃는 것처럼, 아주 쉽고 간단하게 일상용품을 원래의 맥락에서 떼어 놓는다. (중략) 즉 빨래집게, 스푼, 옷핀, 모종삽, 아이스크림, 지우개, 셔틀콕, 바늘 등 너무 작고 진부해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시시한 일상용품을 크게 확대시켜 공공장소에 가져다 놓았다. 이렇게 현대미술은 과거 미술사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주목받지 못한 대상을 복귀시킨다. (122~123쪽)
에드가 드가(Edgar De Gas)야말로 자신의 심각한 질병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꾼 화가다. 그는 36세의 나이에 이미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그 후로도 평생 근시에 시달려야 했다. (중략) 그러나 드가는 제한적인 시력 때문에 오히려 집중력이 생기고 대상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가 시력에 치명적인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실내조명 아래의 인물이나 대상에 천착했던 것이 결국 인공조명 아래 있는 무희의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대가로 만들었다. (중략) 진정한 예술가는 어떤 순간에도 예술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위기는 언제나 기막힌 새로운 기회로 통한다. (176~178쪽)
워홀은 자신의 성공담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예술의 다음 단계는 사업예술(Business Art)이다. 나는 상업미술가로 출발했으며 사업예술가로 마치기를 바란다. 사업을 잘한다는 것은 매혹적인 예술이다. 돈을 버는 것도 예술이며, 사업을 잘하는 것은 최고의 예술이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워홀은 대중문화의 산물을 이용하여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단번에 해체시키고,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를 대량생산하는 전략으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탄생시켰다.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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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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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탈주해도 괜찮아!” 예술에서 배우는 창조적인 삶
1. 창조와 놀다- 상상과 모방, 그리고 재창조
예술가의 실종 혹은 멸종: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초콜릿 복근에 대한 발칙한 상상력: 누드의 원조는 남자다!
심심함을 잃어버린 현대인들: 창조와 놀고 싶다면 아이로 돌아가라
반 고흐가 밀레를 꾸준히 모사한 이유: 대가를 벤치마킹하다
짝퉁의 미학: 미켈란젤로는 짝퉁으로 성공했다
올드 보이를 위하여: 노년에 더 찬란히 빛나는 창조정신
2. 익숙함에 낯선 시선을 던지다- 시시한 것을 위대하게, 위대한 것을 시시하게
완벽한 얼굴이란 없다: 상상력을 촉발하는 얼굴에 대하여
대지라는 거대한 캔버스: 신을 위한 작품인가?
시시한 숭고: 예술이 된 빨래집게
예술가는 위대한 사기꾼이다?: 쓰레기의 찬란한 귀환
예술가의 유머 사용법: 진지함을 유머와 위트로 날려버리다
공공미술의 천국, 영국: 잘 만든 조형물 하나,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린다
3. 위기와 변화 앞에 유연하게 맞서다- 진정한 걸작의 탄생
예술가들의 회복탄력성: 위기가 곧 매혹적인 기회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 감정 조절법: 갑에게 유쾌하게 화내는 법
변화를 가늠하는 통찰력: 변신의 귀재들에게 도전과 변화의 리더십을 배우다
비극의 시대가 추상을 낳는다: 고통에서 잉태된 예술
멀티태스킹은 어떻게 가능한가?: 탁월함을 꿈꾼 고대의 멀티플레이어들
4. 욕망을 욕망하다- 비즈니스와 만난 예술
예술가의 조증과 사업가의 조증: 일중독 CEO, 조증 아닌가요?
비즈니스가 최고의 예술이다!: 돈을 가장 사랑한 앤디 워홀
사랑을 사랑하듯, 욕망을 욕망하라: 욕망이 거세된 세대를 위한 그림
위대한 예술가는 위대한 컬렉터다: 예술가는 탁월한 수집광
햇빛을 산 컬렉터: 예술가보다 더 독특한 예술가
셀러브리티의 미술품 사랑: 우리 스타들은 예술을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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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술가는 태어나는가 혹은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오랫동안 주목했던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마침내 "예술 창조의 전제조건이 삶의 파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삶에든 사람에게는, 뭔가 억울하게 당했다거나 모든 것을 빼앗겼다는 감정 없이 예술을 창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술은 삶에서 잃어버린 시간과 빼앗긴 행복에 대한 하나의 보상으로서 주어지며,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그러한 보상을 찾는 예술가는 현실과 화해하지 못하는 망상적 돈키호테라고 보았다. 현재 자신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사람들한테서 사랑받고 있다면 굳이 예술을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
문제는 이런 예술가像은 멸종했고, 이제 기획상품처럼 부모가 만든 예술가가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고등학교와 국내 명문미술대, 해외 유명 미술대를 졸업하는 등 충분한(?) 예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부유한 집안 출신들이다.
그런데 이런 질 좋은 교육은 정작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작품을 배출하는 일과는 그다지 연관이 되지 않는다. 작품은 왠지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고 디자인처럼 세련되어졌으며, 예술 또한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라는 사실만 목도하게 된다.
그들은 너무 정상적이고 평이한 삶을 산다. 예술은 액세서리이자 여가활용이다. 이런 삶에서는 타자의식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즉 예술가는 타자로서 주체가 되지 못해야만 객체를 배려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 언제 그런 감정이 우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하겠는가!
2
나체(naked) 즉 알몸은 옷을 입지 않은 상태, 옷을 다 벗어버린 몸이다. 반면 누드(nude)는 단순히 옷을 벗어버린 상태가 아니라 건장하고 균형잡힌 자신만만한 육체, 즉 재구성된 육체를 뜻한다.
(※ 원래 영어에는 '누드'라는 단어가 없었다. 예술적 교양이 부족한 영국인들에게 문화가 발달한 유럽대륙에서 알몸이 예술의 중심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을 설득시키기 위해 영어 속에 억지로 추가한 것이다.)
3
우리는 스마트폰, 인터넷 등 쌍방향 통신기구로 인해 느림과 기다림이라는 노스탤지어를 잃어버렸다. 문학과 예술의 훌륭한 조건인 기다림의 미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삶은 심심해야 느려지고, 느려져야 기다림이 생기고, 기다림이 생겨야 인간에 대한 깊은 시선이 생긴다.
사물은 천천히 봐야 본질이 드러난다. 우리는 사물을 느리고 꼼꼼히 보는 법을 잊어버렸다. 현대의 속도 전쟁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 다시 본래의 화두인 '심심함'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나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다.
4
스물 두 살의 반 고흐는 밀레가 죽던 해(1875년), 파리 뤽상부르에서 열린 밀레의 파스텔 및 소묘작품 경매에서 그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반 고흐의 표현 대로라면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성스러운 땅이기에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느꼈을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때부터 반 고흐는 밀레를 스승이라 부르며 신앙의 대상처럼 숭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반 고흐가 밀레의 작품을 모사한 시기가 죽기 1년 전쯤인 1889년 5월 생 레미 요양병원에 머무르던 동안 이었다는 것이다. 당시ㅜ반 고흐는 화가로서 가장 성숙한 시기였기 때문에 아무리 밀레를 좋아한다고 해도 학생들이나 시도하는 모사를 할 이유가 없었다. 이 처럼 반 고흐에게 모사가 늦은 시기에 일어났다는 것은 그가 늘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다.
"밀레의 그림은 언제나 다시 그려보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 농촌풍경과 농부들은 저의 멍든 가슴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들, 추수하는 사람들, 그들의 일상생활들, 해 뜨면 밭에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보금자리로 돌아와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5
미술은 특이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장르다. 음악이나 문학의 걸작이 청장년 시기에 나온다는 점을 상기하면 미술은 분명 특별한 장르인 것 같다.
6
마돈나 - 장 미셸 바스키아 - 프리다 칼로 ('나의 탄생') / 타마라 드 렘피카(폴란드 출신 프랑스 여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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