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드가가 그린 <에두아르 마네와 마네 부인>

2018. 8. 27. 18:46미술/미술 이야기 (책)

 

 

 

 

  

에드가 드가 作 ,「에두아르 마네 부부」  1868

 

 

 

마네는 소파에 기대어 누워 있고 그의 아내 쉬잔은 (비록 그림엔 잘려 있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가가 그린 이 미스터리 초상화는 마치 나이프로 벤 듯 쉬잔의 옆모습이 위에서 바닥까지 완전히 지워져 있다. 지워진 이유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1) 한 번은 드가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에두아르 마네와 그의 부인 쉬잔이 함께 있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 평소 음악에 재능이 있었던 쉬잔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는 마네의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친구의 완성된 그림을 본 마네는 부인의 얼굴이 흉측하게 그려진 것에 화를 냈다.  아내의 얼굴이 있는 그림의 오른쪽 부분을 세로로 잘라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그림이 훼손된 것을 자존심 강한 드가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이 사건 이후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한동안 단절되었다. 2)  마네가 아내에게 화가 났기 때문에 분풀이로 그림을 망가뜨렸다는 얘기도 있다.

 

 

 

 

 

 

 

 

 

 

 

마네, <파란 소파에 앉은 에두아르 마네 부인의 초상>

 

 

 

 

 

 

 

 펌))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드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가 즐겨 그렸던 발레리나지만, 작품과 상반되게 여성 혐오자로도 유명하다. 드가는 “여자의 수다를 들어주느니 차라리 울어대는 양 떼들과 함께 있는게 낫다”며 공개적 자리에서 여성 비하를 서슴없이 나타냈다. 결국 드가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무엇 때문에 그가 평생 여성을 혐오하면서 살게 되었을까?

 

  

 

 

 

 

드가의 이런 여성혐오증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외도와, 그로 인한 아버지의 몰락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다. 그림에 여성을 혐오스럽게 표현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했던 것이다.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주로 그려 명성을 얻은 드가의 그림들은 한눈에 보기에는 매우 아름답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레리나들의 얼굴이 모두 추악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나는 ‘서프라이즈’에 역사적 인물들의 숨겨진 일화를 소개하는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간혹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이려고 사실에 맞지 않은 내용을 방송하기도 한다. 최근 영화 ‘아이언맨’에 출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편이 완전히 틀린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내보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적이 있었다.

 

사실 드가의 여성혐오증을 소개한 방송도 문제가 있다. 사실적인 정보와 거리가 먼 내용을 그대로 전파에 내보냈으니까. 드가가 여성혐오증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은 드가의 여성혐오증을 부각시키려고 그의 그림에 억지로 연관성을 만들어 설명하려고 했으며 심지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지금부터 ‘서프라이즈’ 드가 편 방송 장면을 하나하나 반박하려고 한다.

 

 

 

 반박 1. 드가의 여성혐오증은 어머니의 외도 탓이다?

 

 

 

 

 

 

 

 

 

 

 

 

 

 

 

 

드가의 일생과 작품 세계를 한 눈에 소개한 책으로 두 권이 있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시리즈 65번 앙리 루아레트의 『드가: 무희의 화가』(시공사, 1998년)와 마로니에북스 Taschen 베이직 아트 시리즈 17번 베른트 그로베의 『에드가 드가』(마로니에북스, 2005년)다.

 

드가의 어머니는 1847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열세 살의 드가에게 이른 어머니의 죽음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그 후로 드가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부재에서 비롯된 그리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드가의 아버지에게도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드가의 아버지는 재혼을 하지 않았으며 조용히 홀로 지내는 바람에 은행이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은행은 파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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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권의 책은 드가 어머니의 외도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이택광의 『인상파, 파리를 그린다』에서는 드가의 불행한 가족사를 상세하게 언급한다. 드가의 어머니는 남편의 남동생과 외도를 했는데 아버지는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알면서도 묵인했다. 어머니의 사망이 아버지가 폐인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본다. 서프라이즈 드가 편에 소개된 내용과 비슷하다.

 

이렇게 서로 상반된 내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드가가 여성혐오증을 가지게 만든 원인을 어머니의 외도 탓으로 확정짓는 것보다는 또 다른 추측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즉, 어머니 때문에 드가가 여성혐오자가 되었다는 내용은 무조건 100% 사실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반박 2. 드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그림에 여성혐오증을 표출했다?

 

아무리 드가가 주위 동료 화가들에서 잘 알려진 여성혐오자라고 하지만, 왜곡된 여성의 얼굴 그림을 드가가 의도적으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드가가 발레리나의 얼굴을 이상하게 그린 이유가 인공조명에 의한 빛의 효과를 노려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드가는 인공조명의 빛과 어둠이 만나서 생긴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레리나의 무대에서 발견했고,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이러한 조명의 효과는 캐리커처처럼 왜곡된 여성의 얼굴에 더욱 역동성을 띄게 만든다.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보여주는 발레리나들의 연기가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드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그림에 여성혐오증을 표출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반박 3. 드가의 『개의 노래』는 여성을 개의 앞다리와 입모양을 묘사해 비하했다?

 

 

 

 

 

드가의 『개의 노래』는 카페 앙바사되르에서 노래를 부르는 엠마 발라동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서프라이즈’는 드가가 엠마 발라동을 개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게 만듦으로써 여성 비하의 증오심을 표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내용도 여성의 증오심을 담은 드가의 표현이라는 근거가 없다. 그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엠마 발라동은 자신이 부르는 노랫말에 나오는 개를 흉내 내고 있다. 드가는 발라동의 자세를 혐오스럽게 표현했다기보다는 유행가의 통속성을 강조하려고 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가수의 몸짓에 몰입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는 발라동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다. 드가 또한 발라동의 노래에 열광했다. 

 

 

 

  

에드가 드가  「개의 노래」  1875~1877년경

 

“발라동의 커다란 입이 열리자 관능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장 아름답고, 부드러운 목소리! 인간의 목소리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베른트 그로베, 『에드가 드가』중에서, 58쪽)

 

드가의 『개의 노래』는 발라동의 멋진 노래 실력을 예찬하는 화가의 마음을 담은 그림이다. 이 그림을 여성 혐오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서프라이즈’의 방송 내용은 사실을 왜곡한 거짓이다.

 

 

 

  

에드가 드가  「욕조」  1886년

 


이번 오르세미술관전은 드가의 작품 세계를 더욱 많이 알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서프라이즈’ 드가 편은 방송의 재미를 위한 부각시키려다가 그만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평소에 여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여성을 증오해서 평생 독신으로 살다간 드가의 삶이 평범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을 연관 지어 보게 된다면 드가의 독창적인 표현력을 간과할 수 있다. 드가의 여성혐오는 화가의 사소한 정보에 불과하다. 드가는 생각보다 여성을 모델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발레리나뿐만 아니라 평범한 여인에서부터 벌거벗은 채 목욕하는 여인까지 연작 형태로 제작했다. 개인적으로 여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뛰어난 작품으로 목욕하는 여인의 누드화를 손꼽히고 싶다. 평범한 여체를 형성하는 곡선 위에 더해진 빛의 효과로 인해 드가의 누드화는 관능적이다. 여성혐오자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절대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여성 혐오자라는 이유로 드가의 멋진 그림들이 말도 안 되는 선입견과 오해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