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4. 16:46ㆍ詩.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엮은 시선집 『검은 시의 목록』. 원로 신경림, 강은교 시인부터 박준, 박소란 등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99명 시인의 시를 한데 모아서 펴낸 것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얼마나 비극적이고 잘못된 일이지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99편의 시를 읽다 보면, 하나의 검은색이 아니라 각각의 고유한 색으로 빛나는 시들을 만날 수 있다.
| 2017.02.06
저자 안도현(安度眩) (엮음)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이 있다.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상,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엮은이의 말
강은교 ─ 불빛을 위한 연습Ⅰ
강형철 ─ 뼈 주무르는 다리
뼈 주무르는 다리
강형철
노량진 지나 용산으로
그 한 많은 한강철교를 지나다 보면
온몸이 녹작지근해진다.
아니 서서히 몸이 풀린다.
챠드락 챠드락 나락 베는 소리와 함께
내 온몸의 뼈가 다시 맞춰지는 것이다
고향 텃밭에서 찾은 명아주와
학교 가던 산길에서 찾았던 산딸기 추억들이
다시 원경으로 사라지고
간판과 간판 사이 차와 차 사이
숨 가쁘게 달려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
서로에게 적용되는 엄격하고 차가운 경쟁
이른바 자본주의 체제로 내 온몸은 재조정된다
간혹 졸면서 한강철교를 넘어도
서울역이나 용산역의 계단 앞에 서면
이미 자동으로 조정된 내 뼈는 늠름하다
만민의 만민을 향한
끊없는 투쟁 그 가련한 아수라 속으로
정밀하게 조정되어
우두둑 우두둑 소리를 낸다.
강형철
1985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해망동 일기> <환생>등이 있다.
2014년 한국작가회의 ‘젊은작가포럼’(위원장 임경섭)이 주관하는 제13회 ‘아름다운 작가상’ 을 수상했다.
공광규 ─ 파주에게
파주에게
공광규
파주, 너를 생각하니까
임진강변 군대 간 아들 면회하고 오던 길이 생각나는군
논바닥에서 모이를 줍던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나를 비웃듯 철책선을 훌쩍 넘어가 버리던
그러더니 나를 놀리듯 철책선을 훌쩍 넘어오던 새떼들이
새떼들은 파주에서 일산도 와보고 개성도 가보겠지
거기만 가겠어
전라도 경상도를 거쳐 일본과 지나반도까지 가겠지
거기만 가겠어
황해도 평안도를 거쳐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도 가겠지
그러면서 비웃겠지 놀리겠지
저 한심한 바보들
자기 국토에 수십 년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는 바보들
얼마나 아픈지 자기 허리에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어 보라지
이러면서 새떼들은 세계만방에 소문 내겠지
한반도에는 바보 정말 바보들이 모여 산다고
파주, 너를 생각하니까
철책선 주변 들판에 철새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알겠군
자유를 보여주려는 단군할아버지의 기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
공광규 /
1960년 서울 출생, 충남 청양에서 성장. 1986년 월간 《동서문학》신인문학상과 1987년 《실천문학》복간호에 현장시들을 약력 미상으로 발표. 시집 『대학일기』『마른 잎 다시 살아나』『지독한 불륜』『소주병』『말똥 한 덩이』『담장을 허물다』『파주에게』와 산문집 『맑은 슬픔』등.
곽재구 ─ 김지혜
권민경 ─ 나의 형식
길상호 ─ 야옹야옹 쌓이는
김 근 ─ 천사는 어떻게
김기택 ─ 야생
김남극 ─ 내 등이 너무 멀다
김사람 ─ 나체어
김사이 ─ 묻지 마 따지지 마
김사인 ─ 밤 기차
김선우 ─ 불가사의-침대의 필요
김성규 ─ 나를 찾지 말아다오
김수열 ─ 마두금
마두금
김수열
고비사막의 저녁놀
낙타 눈썹에 바람이 고인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어미는
다가서면 물러서고
다가서면 돌아섰다
새끼의 입에서 단내가 났다
말의 머리가 구슬프게 울었다
해금보다 무겁게
가야금보다 두껍게 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미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사막의 발등을 적신다
새끼를 받아들인다
어린 눈에도 반짝 빛이 난다
일터에서 허리를 다쳐
옴짝달싹 못하는 지아비 두고
몇 해째 소식이 없는 엄마
아무도 엄마를 위해 울지 않았는지
기다림에 지친 어린 딸의 눈물은
더 이상 짜지 않다
김 안 ─ 바벨
김용락 ─ 산까치 떼
김은경 ─ 김수영문학관에서의 일일
김정환 ─ 젖무덤 전망 햇살 체
김주대 ─ 무장투쟁
김준태 ─ Requiem, 세월호
김중일 ─ 우리의 얼굴
김학중 ─ 반집
김해자 ─ 내가 대통령이, 라면
김행숙 ─해피 뉴 이어
김 현 ─ 형들의 사랑
김형수 ─ 시간의 물살 위에서
나희덕 ─ 파일명 <서정시>
도종환 ─ 풀잎의 기도
맹문재 ─ 83퍼센트를 위하여
문동만 ─ 쌍문역에서
..........
..........
흔히들 보았다
고문기술자나 깡패 두목이
경전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용서시켰다는
포교자가 되었다는
그래서 죄인들이 오래 사는 이 지상천국을
……불신하는 종교는 創宗되지 않았다!
담배를 피며 뼈마디를 분지르고
성기에 전선을 감으며
가족들의 밥 때를 걱정하고
새끼들의 성적을 걱정하던
평범한 가장이더란 말이지
그러며 또 전기 스위치를 올리더란 말이지
죄는 회개되지 않고 다만 회피되었다
압은 높은데 퓨즈는 터지지 않았다
아무도 쌍문역을 통과하지 못했다
박남준 ─ 젖은 나무가 마를 때까지
박서영 ─ 종이배를 접지 못하여
박성우 ─ 아름다운 무단침입
박소란 ─ 울지 않는 입술
박소영 ─ 모래 화석
박 준 ─ 바위
박찬세 ─ 엄마의 초경
박 철 ─ 그냥 그래야 하는 것처럼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박철(1960)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꾹쑥꾹 쑥꾹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한 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가 문 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
어느 한쪽,
아직 뚫지 못한 그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숲 속 깊은 곳에서 쑥꾹새는 울고 비는 내리고
홀로 향기 잃은 나무 한 그루 문 밖에 섰나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내겐 아직 멀고 먼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박형준 ─ 나는 달을 믿는다
배교윤 ─ 몽돌
백무산 ─ 도마
도마
백무산
엄연히 현실에 동원돼 있으나
정체는 바닥에 깔려 있다
파 먹히고 난자당하지만 그마저도 침묵으로 수행한다
역할은 분명하지만 이름도 애매하다
자르는 쪽도 잘리는 쪽도 아니다
때리는 쪽도 짓이겨지는 쪽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둘 사이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둘 사이 행위가 끝난 지점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핏물이 튀고 살이 발라진 다음에 존재한다
목적을 떠난 잉여의 힘을 덥석 문다
튕겨나가는 여분의 흉기를 경계 안쪽으로 끌어안는다
이게 아닌데 하고 돌아서는 지점에
난잡하게 놀다 맨얼굴로 돌아가는 곳에
금식을 위한 사육제처럼 폭식과 폭음 끝에
숨통을 끊고 핏물을 뒤집어쓴 다음에
야생의 누출을 저지하고
광란에 윤곽을 부여하고 그로 인해 겨우
삶을 유지시켜가는 그 기만의 경계 지점에
서정원 ─ 거짓말에 대한 맛
서효인 ─ 걱정하는 개소리
손택수 ─ 가덕 대구
송경동 ─ 혜화경찰서에서
송진권 ─ 살구나무 당나귀
송찬호 ─ 양귀비밭 가는 길
신경림 ─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신용목 ─ 후라시
신철규 ─ 커튼콜
안도현 ─ 파꽃
안미옥 ─ 질의응답
안상학 ─ 몽골 편지
양문규 ─시래깃국
유병록 ─ 이불
유현아 ─ 절대 비밀 받아쓰기
윤석정 ─ 엉덩이
이덕규 ─그땐 좋았었지, 불타면서
이병초 ─ 산제(山祭)
산제(山祭)
이병초
오래된 묘는 흙이다, 흙
뼉다구 늘짝 그런 것도 없고 그냥 흙이더랑게 / 근디 그런 것이 뭔 심이 있어서 후손들헌티 복을 주것냐 / 복을 주면 살아 있는 사람이 주는 것이지 죽은 뼉다구가, 쪼매 있으면 흙 되어버릴 것덜이 뭔 지랄헐 심이 있다고 복을 주것냐
황방산(黃榜山) 승화원 위쪽
칡넝쿨들이 새순 뻗는 골짝에
아카시아꽃 할미꽃 희디힌 싸리꽃이
먼 깽매기 소리를 진설해놓았다
묏자리를 수백 군데도 더 팠다는 삽이
소주병을 땄다 / 골짝 골짝을 때리는
뻐꾹새 울음소리가 잔을 채워 올렸다
눅눅하게 봄볕이 든 자리
6. 25 전쟁 직후 전주형무소에 수감된 정치범들을
아군이 떼죽음시킨 곳
명당하고 후손들허고 아무 상관없응게 쓰잘데기 없는 것 알라허들 말고/ 걍 내려가라잉 / 햇살 잘 들고 편안해 보이는 디다가 조상 안 모시고 싶은 후손이 워디 있것냐 / 물이 철철 나는 디다가 지 조상 터 잡는 싹수 웂는 후손이 워디 있것능가 말이다 / 햇살 잘 들고 사람 눈에 편안헌 디가 명당잉게 / 그리 알고 내려가라잉
이상국 ─ 반지의 전설
이희호 여사 평전에 의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내란음모 누명을 쓰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형수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을 때 남편을 살려달라고 청와대로 전두환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의 수하들이 말하기를 각하가 악수할 때 아파할지 모르니 반지를 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이시영 ─ 지우에게
송기원처럼 아, "인디어!"로 떠나지는 말고.
이 안 ─ 하느님 나라의 입학식
이영광 ─ 곤경
이용헌 ─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이우성 ─ 정상적인 것
이은봉 ─ 바꿔야지 고쳐야지
이재무 ─ 중력
중력
죽음이란 땅의 중력에 순응하는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허리가 굽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정록 ─ 누군가 울면서 너를 바라볼 때
울음은 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울어주는 자에게 건너온 넝쿨손이다.
이종형 ─ 카이, 카이, 카이 khai, khai, khai
카이, 카이, 카이 khai, khai, khai
이종형
불과 두어 달 전에
중부 베트남 빈딘성 작은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한국인 참배객을 태운 버스가 쯔엉탄 학살 위령관을 떠나려는 순간
3킬로를 자전거로 달려와 땀범벅이 된 한 사내가 다급히 버스를 막아서고는
카이, 카이, 카이 khai, khai, khai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나도 말 좀 하게 해달라고 소리쳤습니다.
내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엄마, 누나, 할머니, 친척들이 방공호에서 다 죽었어요.
왜 한국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고도 우리 마을에는 안 오는지 너무 억울해서 왔어요.
우리 마을에는 아직 위령비도 없어요.
여기처럼 위령비라도 있으면 한국인들이 찾아올 텐데
우리 엄마도, 내 누이도, 억울하잖아요.
우리 가족 무덤에도 한국인들이 향香을 한번 피워주세요.
당신들의 나라가 앗아간 엄마의 이름을 한 번만이라도 부르고 기억해주세요.
쯔엉탄 아랫마을 깟흥사 미룡촌에서 태어난 판 딘 란(Phan Dinh Lanh)
떨리는 목소리로 태어난 지 사흘 만에
호랑이 표식을 단 남한병사에게 어미 잃은 사연을 얘기하는데
꼬박 오십년이 걸린 거였습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라는 사죄의 말조차 감히 건네지 못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이
처연한 눈물과 탄식으로 가득 차오르는 동안
어떤 이는 제주의 4월을 다시 떠올리고
어떤 이는 맹골수도의 찬 바다에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기억하며
카이, 카이, 카이 khai, khai, khai
내 말 좀 들어달라고
카이, 카이, 카이 khai, khai, khai
나도 말 좀하게 해달라고
* 카이(Khai)는 베트남어로 ‘증언하겠다’ 혹은 ‘진술하겠다’라는 뜻이다.
- <작가와 사회> 2016, 여름호 수록
이진명 ─원영이 나연이 채우 혜린이들
이하석 ─ 참말로, 늘 다시,
이현호 ─ 배교
임경섭 ─ 매치포인트
장석남 ─ 여행의 메모
장석주 ─ 가을 저녁 잿빛 허공에 비
정 양 ─ 백산(白山) 백비(白碑)
정영효 ─ 있다
정우영 ─ 손
정훈교 ─ 4번 염색체에 대한 연구
정희성 ─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정희성
이런 시대에 사는 것 자체가 죄인데
나라 없던 시절의 친일행적이나
독립투쟁이 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공이 있으면 과도 있게 마련이라고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하잔다
건국 이전은 글자 그대로 선사시대니까
건국 이전은 바람 부는 만주 벌판이니까
건국 이전은 말하자면 캄캄한
시베리아 벌판이나 다름없을테니까
우리는 나라를 두 번이나 빼앗겼다
한 번은 제국주의 일본에게
또 한 번은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는
이 땅의 친일 친독재 세력에게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개똥이 개똥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절망이 절망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 김수영의 시「절망」을 떠올리며
조연호 ─ 여성은 살해된 악기
조진태 ─ 서둘러 이별을
진은영 ─ 파울 클레의 관찰일기
채상우 ─ 비 온다
천수호 ─ 가짜 나무의 과실
천양희 ─ 실패의 힘
최세운 ─ 라라
최영철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최종천 ─ 미(美)를 위하여
최지인 ─ 미성년
최현우 ─ 회벽
함기석 ─ 갈릴레오 할머니
함민복 ─ 막걸리
막걸리
함민복
윗물이 맑은데
아랫물이 맑지 않다니
이건 아니지
이건 절대 아니라고
거꾸로 뒤집어 보기도 하며
마구 흔들어 마시는
서민의 술
막걸리
함순례 ─ 봄인데 말이야
허은실 ─ 우리의 가장 나중 지니인
황규관 ─ 자유는 무성하지만
자유는 무성하지만
황규관
국가는 부루주아의 委員會라고 마르크스는 썼다
부루주아의 이익에 위배되는
모든 자유를 회수해 부루주아에게 바치기 때문이다
자유에는 밤낮으로 깊은 금이 가 있어서
자유를 향한 시인들의 들뜬 헌사는 그러니까
국가 안에서는 거짓말이 된다
자유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바람을 노래할 잎사귀의 자유인가
오두막을 지탱하고 있는
손바닥 만한 땅을 탐할 자유인가
혼자 누릴 자유인가 오천 명이 나눠 먹고
열두 광주리를 남겨둘 자유인가
발걸음마다 통행세를
냉철하게 매길 자유인가
가시덤불을 걷어낼 자유와
달빛에 손가락이 머물 자유만
우리에게는 있다
타오르는 모닥불에 委員會를
던져 넣을 자유만 있다
자유의 본질은 모험이라서
세상의 자유가 저수지처럼 말라가면 말라갈수록
우리의 자유는 무성하고 무성하지만
(무성하고 무성하지만)
아직 새의 노래는 당도하지 않았다
태양이 닿지 않는 대지가
아직은 고요하기만 하다
황인숙 ─ 내 삶의 예쁜 종아리
황인찬 ─ 죄송한 마음
수록 시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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