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5. 09:35ㆍ책 · 펌글 · 자료/문학
2015. 2
이전보다 더 풍요롭고 깊이 있는 울림을 담아낸 이해인 수녀의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은 이해인 수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써 내려간 미발표 신작 시 35편에 기존 시 75편을 더해 새롭게 구성한 시집이다. 2008년 암 수술 이후 찾아온 투병 생활 속에서 그가 느꼈을 고통과 깨달음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이 시집은 칠순을 넘긴 시인의 연륜과 겸손한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시집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과 2장 ‘파도의 말’, 3장 ‘마음이 마음에게’ 에서 시인은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이라는 시집의 제목처럼 따스한 봄 인사를 건네고, 파도가 되어 상처 입은 이를 위해 대신 울어준다. 꽃과 나무, 달과 하늘 등 삶의 순간순간마다 자연과 살뜰히 나눈 대화들을 시로 옮겨 자연 속에서 찾은 삶의 의미들을 통해 독자의 삶을 토닥인다.
다음으로 4장 ‘아픈 날의 일기’는 시인이 2008년 이후 암 투병을 하며 겪었던 시간들을 담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 환자로서의 고통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그려낸 시들이 읽는 내내 자신의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끝으로 5장 ‘별을 따르는 길’은 인생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노래한 시들로, 중년과 노년의 작품들이 고루 어우러져 있다.
-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Olivetan Benedictine Sisters)소속으로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였다.
-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8권의 시집, 7권의 수필집, 7권의 번역집을 펴냈고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올림예술대상 가곡작시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를 펴내고 “고독의 진수를 깨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을 호명하며 우리 곁에 다가온 수녀는 수도자임에도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일상과 자연을 소재로 하는 친근한 시적 주제와 모태 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과 소박한 언어 때문’일 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넘치는 사랑과 정갈한 자기 반성이 읽는 이까지 물들이고, 일으켜 세우는 수녀 시인.
- 수녀는 시집 『작은 위로』에서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임을,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임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사실은 용서하지 않은/나 자신을 용서하기/힘든 날이 있습니다”라는 고백도 털어놓았다.
-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다보면, 우리가 왜 시를 찾고 시를 읽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해인 수녀는 지상의 모든 대상들과 “기도 안에서 만나고, 편지로서 만나고, 그리움으로서 만”난다. 그리하기에 수녀의 시는 기도로서, 편지로서, 그리움으로서 다가온다. “뒤틀...
목차
서시*ㆍ4
시인의 말ㆍ6
꽃자리 선물방ㆍ8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봄 햇살 속으로ㆍ19
봄까치꽃ㆍ20
춘분 일기ㆍ22
시의 집ㆍ24
그리움의 꽃*ㆍ25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ㆍ26
나를 키우는 말ㆍ28
나무 책상ㆍ29
풀꽃의 노래ㆍ30
바람에게ㆍ32
나비에게ㆍ34
꽃 이름 외우듯이ㆍ36
바람이 내게 준 말ㆍ38
꿈을 위한 변명ㆍ40
추억 일기1ㆍ42
추억 일기2ㆍ44
구름의 노래ㆍ48
하늘을 보며*ㆍ51
매화 앞에서ㆍ52
파도의 말
어느 꽃에게ㆍ57
해 질 무렵 어느 날ㆍ58
상사화ㆍ60
여름 일기ㆍ62
가을 편지ㆍ65
파도의 말ㆍ66
버섯에게ㆍ67
장미를 생각하며ㆍ68
석류의 말ㆍ70
앞치마를 입으세요ㆍ72
왜 그럴까, 우리는ㆍ74
전화를 걸 때면ㆍ76
편지 쓰기ㆍ78
슬픔의 빛깔*ㆍ80
등 뒤에서 하는 말*ㆍ82
꿈속의 꽃*ㆍ83
치통*ㆍ84
조그만 행복ㆍ85
꿈길에서1ㆍ86
꿈길에서2ㆍ88
쌀 노래ㆍ90
이별 노래ㆍ92
우표를 사면서*ㆍ93
보름달은 우리에게*ㆍ94
마음이 마음에게
여행길에서ㆍ99
유리창ㆍ100
밥집에서ㆍ102
시가 익느라고ㆍ104
까치에게ㆍ106
연필을 깎으며ㆍ108
사랑에 대한 단상ㆍ110
고독에게1ㆍ113
고독에게2ㆍ114
어머니의 방ㆍ116
기차를 타요ㆍ118
감자의 맛ㆍ119
마음에 대하여ㆍ120
새들에게 쓰는 편지ㆍ122
가을 일기ㆍ124
기쁨 꽃ㆍ126
다시 겨울 아침에ㆍ128
친구에게ㆍ130
마음이 마음에게ㆍ132
벗에게1ㆍ134
벗에게2ㆍ136
벗에게3ㆍ138
아픈 날의 일기
병원에서*ㆍ143
사과를 먹으며*ㆍ144
병상 일기1*ㆍ145
병상 일기2ㆍ146
병상 일기3ㆍ148
아픈 날의 일기*ㆍ150
통증*ㆍ152
시간의 무게*ㆍ153
병원 가는 길*ㆍ154
환자의 일생*ㆍ155
선인장의 고백ㆍ156
종소리ㆍ157
죽은 친구의 선물*ㆍ158
몸이 하는 말*ㆍ160
낯설다*ㆍ162
통증 단상*ㆍ164
흰 구름의 말*ㆍ166
새벽 일기1*ㆍ167
새벽 일기2*ㆍ168
낮잠 일기*ㆍ170
별을 따르는 길
햇빛 일기*ㆍ175
수평선을 바라보며ㆍ176
소나무 연가ㆍ178
시에게ㆍ180
건망증ㆍ182
고마운 손ㆍ184
비 오는 날의 일기ㆍ186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ㆍ191
삶과 시ㆍ192
기쁨이란ㆍ194
새ㆍ196
시 읽기ㆍ197
동백꽃이 질 때ㆍ198
고향의 달ㆍ200
연가*ㆍ202
교통카드*ㆍ203
새해 덕담*ㆍ204
새해에는, 친구야*ㆍ206
새해에는 동백꽃처럼*ㆍ208
별을 따르는 길*ㆍ210
나의 방*ㆍ212
흐르는 삶만이ㆍ213
보름달에게*ㆍ214
어느 날의 일기*ㆍ216
발문
‘빈집’에 부치는 3일간의 가을 편지 | 김용택ㆍ219
소나무 연가
늘 당신께 기대고 싶었지만
기댈 틈을 좀체 주지 않으셨지요
험한 세상 잘 걸어가라
홀로서기 일찍 시킨
당신의 뜻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서러워 울었습니다
한결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주제넘은 허영이고
이기적인 사치인가요
솔잎 사이로
익어가는 시간들 속에
이제 나도 조금은
당신을 닮았습니다
나의 첫사랑으로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의무가 아니라
흘러넘치는 기쁨으로
당신을 선택하며
온몸과 마음이
송진 향내로 가득한 행복이여
※ 이 시는 법정스님을 향해 쓴 거 맞지요?
두 분 사이에 오가는 글들을 보면 난 금방 알겠더구만. 사람들은 왜 그 눈치를 못 채는 걸까.^^;;
아랫 시들도 마찬가지죠.
연가
딱히 슬픈 일도 없는데
자꾸만 눈물이 날 때
나는 그냥
숲으로 가거나
산을 바라봅니다
딱히 기쁜 일도 없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올 때
나는 그냥 강으로 가거나
바다를 바라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말
듣고 싶은 모든 말
다 거기에 있는 것
당신은 아시지요?
오늘도
처음 만난 날의 설렘으로
오랜 세월이 준 물빛 평화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차갑고도 뜨겁게
담백하고도 현란하게
별을 따르는 길
어디선가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그 순간
별이 되었습니다
하늘의 별이
마음에 박힌 후
그리움을 멈출 수 없어
멀리 떠나온 길
사막을 걸으며
지치기도 했고
때로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으나
절망은 다시 희망으로 솟아올라
사랑이 되었습니다
평생토록
당신만 사랑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당신 곁에
오래오래 머물다 보니
나도 이젠 조그만 별이 되었고
어느 날 당신과 함께
승천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보름달에게
당신이 있어
추운 날도 따뜻했고
바람 부는 날에도
중심을 잡았습니다
슬픔 중에도
웃을 수 있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각이 진 내가
당신을 닮으려고 노력한
세원의 선물로
나도 이제
보름달이 되었네요
사람들이 모두 다
보름달로 보이는
이 눈부신 기적을
당신께 바칠게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어느 날의 일기
내가 당신을
깊이
사랑하는 순간
당신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 순간은
천국입니다
이기심의 그늘이 드리워
서로의 마음에 평화가 없는
그 순간은
지옥이고 연옥임을
우리는
이미 체험했지요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단비가 왔습니다
비 온 뒤에
더 환히 웃는
한 송이 나팔꽃과
눈이 마주친 순간
행복했습니다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내게 말했습니다
꽃이 있고 나비가 있고
마음 속에 사랑이 있는 곳
여기가 바로 천국이군요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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