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에세이,『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2017. 7. 22. 12:24책 · 펌글 · 자료/문학

 

 

 

 

[책과 길] 함민복 시인 세 번째 에세이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기사의 사진

     

 

    함민복  저서(총 16권)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 저만치 동떨어져 살아가는 전업 시인. 개인의 소외와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써내려간 시로 호평받은 그는, 인간미와 진솔함이 살아 있는 에세이로도 널리 사랑 받고 있다.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4년간 근무하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2학년 때인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1990년 첫 시집 『우울氏의 一日』을 펴냈다. 그의 시집 『우울氏의 一日』에서는 의사소통 부재의 현실에서 「잡념」 의 밀폐된 공간 속에 은거하고 있는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993년 발표한 『자본주의의 약속』에서는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 소외되어 가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이야기 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고 있다.서울 달동네와 친구 방을 전전하며 떠돌다 96년, 우연히 놀러 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 보증금 없이 월세 10 만원 짜리 폐가를 빌려 둥지를 틀었다는 그는 "방 두 개에 거실도 있고 텃밭도 있으니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그는 없는 게 많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다. 그런데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편안함이 있다. 한 기자가"가난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 적은 없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부스스한 머리칼에 구부정한 어깨를 가진 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가난하다는 게 결국은 부족하다는 거고, 부족하다는 건 뭔가 원한다는 건데, 난 사실 원하는 게 별로 없어요. 혼자 사니까 별 필요한 것도 없고. 이 집도 언제 비워줘야 할지 모르지만 빈집이 수두룩한데 뭐. 자본주의적 삶이란 돈만큼 확장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체험했지만 굳이, 확장 안 시켜도 된다고 생각해요. 늘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해요."(동아일보 허문명 기자 기사 인용)2005년 10년 만에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을 출간하여 제24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시...

 

 

 

1부 추억의 경쟁
밥상을 들 때의 마음으로 | 굴렁쇠 | 이사 | 반지의 힘 | 이러다 목련꽃 피면 어쩌지 | 명동성당 | 추억의 경쟁 |

두릅을 따며 어머니 생각 | 봉선화 감성 | 지하촌 | 물고기 | 함석대문이 있는 풍경 | 산소 코뚜레 |

 교장선생님, 멀리 날다 | 1997,양화대교 | 오이냉국 | 나는 내 맘만 믿고

2부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
함씨 | 집에 대한 단상들 | 길거리에서 핀 매화 | 길상이 가라사대 | 막걸리 안주는 인절미가 최고인데 | 열쇠 |

보문사 가는 길 | 허리 |우스갯소리 | 인터넷에도 없는 낙지 잡는 법 | 산초 | 잘 가라, 이 봄 | 군내 버스 |

낙지 잡기 패인 분석 | 맛 |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

3부 우리 시대의 약도는 무엇일까
불꽃놀이 | 망원경 | 민들레꽃 | 고구마 캐기 체험 나온 아이들을 보며 | 태풍이여 제발 진로를 |

수자기帥字旗를 아시나요? |저수지 가는 길 | 인터넷 시詩 변질 유감 | 백중사리 |

우리 시대의 약도는 무엇일까 | 접목 | 논물 거울 | 돌고래를 찾아서 | 낭만 성형수술 | 촛불 | 총소리 |

바닷물 위에서의 반성 | 가을, 우리는 무엇을 남길까 | 사람 소리

 

 

 

 

 

 

 

1

 

인터넷 변질 유감

 

 

글을 쓰다가 인터넷을 검색했다. 최승호 시인의 시 한편을 인용해야 하는데 집에 시집이 없었다. 짧은 시라 평소 외우고 있었지만 혹 잘못 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한 대로 인터넷 카페 여러 곳에 찾고자 하는 시가 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들이 조금씩 변형되어 있었다. 시의 부제가 시 구절이 되어 있는가 하면, 시의 연이 무시되거나 잘못 나눠져 있기도 하고 조사가 틀린 곳도 있었다. 부제 포함 단 세 줄짜리 시라, 토씨 하나만 틀려도 시의 맛이 치명적으로 변질 될 수도 있는데, 참 난감했다. 

 

몇 년 전 노트북을 잃어버렸었다. 성격이 꼼꼼하지 못해 원고를 미리 출력해 놓지도 않아 써왔던 글 전부를 날린 셈이었다. 시집원고를 넘기기로 한 날짜는 다가오고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었다. 친구의 조언을 듣고 인터넷을 뒤졌다. 성과 이름이 특이해 검색 창에 세 글자를 쓰고 치니 관련 글들이 떠올랐다. 이곳 저곳에 발표는 하고 시집을 엮지 않은 시 140편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인터넷에 시를 올린 누리꾼들이 고마웠다. 그런데 시를 정리하면서 이건 아니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이유인즉, 일단 시들이 너무 심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시의 일부분이 시 전문이 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시는 시를 읽은 사람의 시에 대한 평이 합쳐져 한 편의 시로 둔갑 되어 있기도 했다. 시를 옮기는 과정에서 한두군데 난 오타야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딴 시인의 시가 내 시로 떠돌고 있기도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시의 변형 외에 또 다른 문제점도 있었다. 이렇게 시들이 많이 떠돌고 있는데 시집을 엮는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 노골적으로 말해보면 시집이 팔릴 리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시집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고 팔아 돈을 벌 수도 없음을 잘 안다. 그렇지만 시집이 어느 정도는 팔려야 출판사에서 시집도 출간해주고 출판사들은 그 작은 보람으로 문학지를 만들어 발표지면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 너무 야박하다고만 탓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시를 쓰는 사람이야 자신의 시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왜 기쁘지 않겠는가. 시를 옮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시를 쓰는 사람들의 마음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시를 옮기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시를 지은 사람의 노고를 생각해, '토씨 하나를 찾아 우주를 떠도는 시인이여' 라는 어느 요절 시인의 시 구절처럼, 나름대로 고뇌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시를 무단으로 옮기더라도 정확하게 옮겨주길 바란다. 

 

창 밖에서 새가 운다. 나 또한 저 새 울음소리를 얼마나 활자로 잘못 옮겨 왔을까, 깊이 반성해 본다

 

함민복 / 한국일보 (2007. 4. 4)

 

 

 

 

 

 

2

 

한 아름에 들 수 없어 둘이 같이 들어야 하는 긴 상이 있다

오늘 팔을 뻗어 상을 같이 들어야 할 두 사람이 여기 있다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을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상 위에는 상큼하고 푸른 봄나물만 놓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뜨거운 찌개 매운 음식 무거운 그릇들도 올려질 것이다

 

또 상르 들고 가다보면 좁은 문이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좁은 문을 통과할 때 등지고 걷는 사람은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을 믿고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은 등지고 걷는 사람의 눈이 되어주며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ㅇ르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한 사람이 허리 숙이면 한 사람도 허리를 낮추어주고

한 사람이 걸음을 멈추면 한 가람도 걸은을 멈춰주고

한 사람이 걸음을 독촉하면 한 사람도 걸음을 빨리 옮기며

조심조심 씩씩하게 그대들이 걸어간다면

 

좁은 문쯤이야!

좁은 문쯤이야!

 

오늘부터 같이 상을 들고 가야 하는 그대들이여

팔 힘이 아닌 마음으로 상을 같이 들고 간다면

어딘들, 무엇인들, 못 가겠는가, 못 들겠는가

오늘 여기 마음을 맞잡고 가야 할 두 사람이 있다

 

 

※ 함 시인이 나이 사십에, 후배 주례를 보면서 주례사로 썼던 글이라네요.

황석영은 이십대에, 김훈은 삼십대에 주례를 봤다는... 헐!

 

 

 

 

 

 

 

 

 

 

 

 

 

 

 

 

 

 

 

이 양반, 시는 재밌게 쓰는데 얘기는 재밌게 못하는구만.

재미없어서 못 읽겠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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