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블」을 떠났던 이유

2015. 11. 24. 18:11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오윤의 판화는 대학시절 일련의 시집 표지에서 접했다.

박노해와 백무산의 시집 표지가 그랬고 그 외에도 여러 책자에서 그의 그림을 만났다.

시를 읽으려고 책을 샀다가 나중에는 그의 판화가 마음에 들어 이런저런 책을 샀다.

그 시절 나는 박노해의 시집을 여자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는데

사실은 그 시보다도 오윤의 판화를 선물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책에 실린 것이었지만, 그리고 그렇게밖에는 구할 수 없기도 했지만 오윤의 그림이 그토록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오윤의 판화보다는 스누피 캐릭터를 더 좋아하는 천진함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박노해의 시와 오윤의 판화는 너무 무겁거나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아득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도 그 시집을 간직하고 있을까?

책의 내지에 썼던 그 빛바랜 글들이 아직도 온전할까?

 

(박영택. 1963년생. 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

 

 

 

 

                                      

 

 

 

아줌마 같으면 그때 그 시집을 여태도 갖고 있겠수?

 

여자 친구 생일선물로 어떻게 박노해 시집과 오윤 판화그림을 줄 생각을 한디야?

그리고 여자 친구가 스누피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천진하다고 하네. 헐~

 

이쯤 되면 연애할 자격이 없는 거 맞지요?

혈기왕성했을 젊은 시절에야 단순한 생각으로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치는데,

마지막 두 줄을 보니까 ‘아득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고가 바뀐 게 아무것도 없네요.

 

칠팔 년 전에 ‘오블’ 블로거들이 다 저런 식이었습니다.

누가 더 일편단심 외통수인가를 경쟁하는듯, 그렇게 안하면 왕따가 되는 분위기.

내가 2년쯤 있었나 했을텐데, 숨이 콱 막힙디다. 또 다른 수(구)꼴(통)입디다.

 

이 글을 보니까 딱 그때 ‘오블’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