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5. 20:12ㆍ책 · 펌글 · 자료/문학
우리 팔자가 꼬이면 얼마나 꼬이겠느냐?
구경이나 한번 해보자!
이런 대사는 원작 소설엔 안 나왔을 겁니다.
저들은 최돌이와 잔금이인데, 최돌이란 ‘인간’이 180도 확 바뀌는 순간이거든요,
(소설 읽은 지가 하 오래돼서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만)
이 대목을 소설에서 그리자면 꽤나 페이지 잡아먹으며 풀어냈어야 할 터인데.
보세요,, 만화가 또 다른 장르라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죠.
풍자만화(만평/카툰)에서 보듯, 만화의 탁월한 장점입니다.
어떤 문학 음악 미술 등의 예술 분야도 이런 생략법을 구사할 수가 없어요.
더군다나 만화는 특정 계층을 겨냥한 것도 아니고 지적 수준의 높낮이를 불문한 일반 대중이 그 대상 아닙니까?
저 장면은 요즘 TV드라마 (‘장사의 신’「객주」)에서 나오는 대목입니다. (11~12회쯤?)
주인공인 천봉삼이가 조소사를 보쌈해서 동쪽으로 튀고, 동패인 최돌이는 조소사의 비녀인 잔금이를 들쳐업고 서쪽으로 튀고.
(둘 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까운 결말로 끝이 납니다.)
최돌이는 동패 석가놈의 질투 · 배신으로 요 대목 연장선상에서 바로 맞아 죽죠.
그리고 잔금이 역시도 또 다른 함정에 빠져서……
♡
최돌이 · 잔금이란 인물을, 소설 客主에서보다 이두호 작가가 더 많은 애정을 베풀었죠.
소설과 만화의 작품성을 각기 다르게 봐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오, 이런 게 있었네요?
퍼온 곳. http://blog.naver.com/soowee/220507913356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9> l 2013-06-06
- 지난날부터 눈독 들이던 차, 마침 단출한 행보에 수작이나 건네서 산 설고 물 선 타관에서 그나마 위안으로 삼자 하였는데, 매몰차게 쏘아붙이는 구월이 때문에 그는 적잖게 체모를 구기고 상심하여 그날 저녁 밤잠조차 설치고 말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 길세만은 겨냥하였던 내성에 당도하였다. 그곳…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8> l 2013-06-05
- 이튿날 네 사람의 척후들은 시간차를 두고 말래 도방을 떠났고, 신기료 장수로 변복한 길세만은 맨 나중에 내성 길에 올랐다. 괴나리봇짐 하나 메고 말래에서 샛재까지 걸으면 바릿재와 찬물내기를 지나 산길로 시오리 남짓했다. 양식 전대 하나만 뱃구레에 차고 아침선반에 발행하였으니, 딱 중화참에…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7> l 2013-06-04
- 현령을 하직한 반수 권재만은 삼문 밖 여염집에 숨어 하회를 기다리던 정한조와 곽개천을 데리고 말래 도방으로 발행하였다. 도방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였다. 당장 통문을 띄워 울진과 현동, 내성 부상들의 힘을 합쳐 흉도들을 적몰시키자는 성급한 주장도 있었고, 먼저 염탐꾼을 놓아 정확한 적소(賊巢…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6> l 2013-06-03
- “질청 아전들의 행패를 항용 상종하는 원상들보다 더 소상하게 알고 계시군요. 아니래도 포구에 있는 60여 호의 염호들도 구실살이들의 등쌀에 원성이 자자하답니다. 시생도 들은 풍월입니다만, 좀 알려진 가문에서는 향임 맡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구실살이들이란 신통치 못한 부류들이 맡게 되는데,…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5> l 2013-05-31
- “십이령은 행상인들의 행로만 번다한 곳이 아닙니다. 내륙에서 동해에 흩어진 여러 포구를 드나드는 행차와 길손 들이 비좁도록 내왕하는 유일한 행로입니다. 소금은 물론이거니와 해산물과 염장품이 아무리 풍부하다 해도 십이령이나 고초령을 넘지 못하면 그들 물산도 한낱 허섭스레기에 불과합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4> l 2013-05-30
- “선비 차림으로 쏘다닐 때도 있었지요.” “제딴엔 자주 변복하여 신출귀몰 흉내내겠다는 셈속이군. 수하에 거느린 적당들은 병장기는 갖추었소?” “패랭이에 배자 입은 놈, 맨상투에 두건 쓴 놈, 병장기로 죽창 든 놈, 괭이, 쇠스랑, 도끼 든 놈이 있는가 하면 화승 가진 놈들도 2, 30은 되었지요…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3> l 2013-05-29
- 정한조의 짐작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내성에 두고 온 상단들이 울진 포구로 회정하는 길인 너삼밭재에서 버려진 차인꾼의 시신을 거두었다. 십이령이라고 함은 쇠치재, 바릿재, 샛재, 너삼밭재, 너불한재, 작은한나무재, 넓재, 코치비재, 곧은재, 막고개재, 살피재, 모래재를 일컫는 것인데, 담꾼의 시…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2> l 2013-05-28
- “노형의 애꿎은 심사는 십분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저지른 처신은 대의에 어긋나는 처사였소. 그럼 시생들이 노형을 구출할 그 시기에 식솔을 이끌고 도망했더란 말이오?” “처음에는 그랬지요. 야음을 틈타 식솔을 데리고 소굴을 빠져나오는데, 오싹한 한기를 느낀 젖먹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1> l 2013-05-27
- “배은망덕이라는 것을 시생인들 모르겠습니까. 더 이상 폐단이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병간하는 사람이 깊이 잠든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동무께서 시생을 소굴에서 나온 적당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는 것도 왜 모르겠습니까. 하긴 시생이 화적의 소굴에서 한 반년가량 그들과…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0> l 2013-05-24
-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게 되었으나 월천댁과는 오랫동안 식주인으로 터온 탓에, 박절하게 뿌리칠 수는 없어 정한조는 얼추 얼버무리고 샛재 주막을 나섰다. 그날 해가 반나절이 기운 뒤에 말래 도방에 당도하였다. 듣던 대로 송만기는 꿩을 잡아 털을 뜯다가 놓친 사람처럼 얼굴이 쭉정이같이 누렇게 …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9> l 2013-05-23
- “또 궁상떨고 있네. 어미로서 피붙이를 두고 모질게 폄하하면 안 되지. 구월이가 못 들었으니 망정이지 알았다면 어미를 얼마나 원망하겠소.” “잔술 팔아 연명하는 숫막 여편네가 내지른 천출이긴 합니다만, 도감 어른도 아시다시피 제 소생이 됨됨이가 워낙 맵짜고 성깔도 다부지지 않습니까. 용모…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8> l 2013-05-22
- “한 가지 수상한 것은 있습니다. 저들이 장례를 치러주지도 않을 것인데, 어째서 시신을 거두어갔는지 그리고 원상과 차인꾼을 분별하기가 어렵지 않았을 텐데 어찌 원상들은 욕보이지 않고 차인꾼들만 죽이고 또 협박하여 소굴로 데려갔을까요. 그 내막을 짐작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신을 가차없…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7> l 2013-05-21
- 손짓으로 차인꾼을 불러 세운 행수란 놈은 곱상스럽게 생긴 외양과는 달리 완력이 장사였다. 오줌을 지리며 엉거주춤 다가서는 차인꾼의 상투를 한손으로 비틀어 잡고 태질을 시켜 얼살을 빼는가 하였더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다시 허릿바를 끌어올려 덜미잡이로 엎치자, 차인꾼은 제힘에 겨워 꼬꾸…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6> l 2013-05-20
- 그러던 중에 행렬은 막 한 굽이 솔숲길을 돌아, 메마른 갈대와 억새가 흔천으로 깔린 여울가 늪지대가 저 아래로 바라보이는 개활지로 나섰다. 그곳에 이르자 신부가 두리번거리는 꼴이 아마도 소피를 볼 수 있는 후미진 장소를 찾는 것 같았다. 바라보는 총중이 조마조마하던 중에 이윽고 맞춤한 장소…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5> l 2013-05-17
- 헤어진 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만난 조기출 일행의 행색은 꿰다 만 산적같이 꾀죄죄하게 육탈이 된 것은 물론이었고, 모두 쥐 뜯어먹은 송곳 자루같이 남루했다. 꿩 구워 먹은 자리에는 재라도 남아 있지만, 그들은 육탈은 물론이고 손에 쥔 것이라곤 흙먼지뿐이었다. “이런 작변이 있나. 어쩌다가…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4> l 2013-05-16
- “말래 도방에서 병구완을 받고 있던 그 위인이 끝내 본색을 밝히지 않고 버티더니, 불현듯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네. 의리는 새옹을 팔아서라도 갚아야 한다고 배워왔었는데, 궐자가 그 의리를 헌신짝 버리듯 배신하고 말았다네.” “부러진 다리가 쾌복이 되지 않았을 텐데요?” “그런 휘진 몸으로…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3> l 2013-05-15
- 어둑하게 가라앉았던 하늘에서 음산한 기운이 도는가 하였더니 마침내 솜털처럼 촘촘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눈만 내던 시절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 봄이 가까워진 것이 분명했다. 머지않아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는 3월이 닥칠 것이다. 봄 사돈 꿈에 볼까 무섭다는 말이 있는 춘궁기가 …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2> l 2013-05-14
- 곽개천의 점잖은 언사에 찌그러진 바라지 문을 열었던 궐자가 한순간 머뭇거리는가 하였더니, 내친김이란 듯 걸찍하게 내뱉었다. “이놈 봐라, 대살지게 생겼다 해서 제법 고시랑거리는군. 난장 박살을 내주기 전에 썩 비켜나라, 이놈.” “함자가 뉘신데 언사가 그토록 고약하시오?” “혓바닥을…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1> l 2013-05-13
- 머지않아 돌담으로 둘러친 술청 거리가 나타났다. 명색 색주가라 하지만, 돌담 일색이었다. 돌담은 바람만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봄이 되면 각종 약초 따위가 돌 틈에서 움트기 때문이다. 4월이 되면 그 돌 틈에서 제비꽃*이 움을 튼다. 제비꽃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개미집이 있는데, 제비꽃을 개미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0> l 2013-05-10
- 행중의 최상주가 입아귀를 비쭉하고 나서 면박을 주었다. “성깔하구선, 쳐다보는 데 체면 깎이나?” “모두 나만 쳐다보는 까닭이 나변에 있나?” “이 방안에 있는 행중 식구들 중에 살송곳 박는 솜씨가 출중하다는 뜻인데, 성깔부터 벌컥하면 어떡하나. 임자는 성질 올곧지 못한 수탉처럼 걸핏하…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9> l 2013-05-09
- “반수님께서도 안녕하신지요?” “예.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었지요.” “이번 파수에는 어떤 물화를 가져갈 요량입니까?” “궂은 날씨에 소금섬을 지고 오느라 행중 모두 뼛골이 어긋날 정도였소. 그래서 우리 행중은 보행객주에 등짐을 내리면 너 나 할 것 없이 정강이를 내놓고 쑥찜질하느라 분…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8> l 2013-05-08
- “섣불리 이르기는 뭣하겠으나, 적당을 소탕하는 데 원상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비켜날 데 없는 사실이겠습니다. 그러나 모진 놈 곁에 섰다가 날벼락 맞더라고 수하에 거느린 죄 없는 차인꾼이나 보행꾼 들이 애꿎은 까마귀밥이 될까 걱정입니다. 개중에는 처자를 둔 위인들도 없지 않기 때문이지요…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7> l 2013-05-07
- “도감이 두 사람과 마주친 장소가 얼추 몇 마장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으니. 그들이 적당인 게 틀림없다면 소굴 역시 십이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아직은 소굴을 찾아낼 때까지 시치미를 잡아떼고 은밀히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만, 약차하면 우리 상대가 적환을 입기 전에 …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6> l 2013-05-06
- 내성의 어물 도가에 소금짐을 내린 뒤 곽개천으로 하여금 흥정하게 조처하고 정한조는 그곳 임소의 권재만을 찾아갔다. 그는 안동 태생으로 내성 임소의 반수였다. 안동부중 임소와 접소를 합쳐 반수는 그 한 사람뿐이었다. 예순을 넘긴 나이지만 젊은이처럼 정정하고, 시세를 점치는 셈속이 빨랐다. 그…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5> l 2013-05-03
- 고개를 숙이고 앉았던 정한조의 입에서 한마디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시냇가에 허물어진 집은 사기 접시 같은데, 북풍에 이엉 날아가 서까래만 앙상하네. 묵은 재는 눈에 섞여 아궁이는 싸늘한데, 뚫린 벽 틈으로 별빛 새어드누나. 집안의 살림살이 너무나 빈약하여 모두 내어팔아야 7, 8푼도 …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4> l 2013-05-02
- 정한조가 곰방대를 빼물며 등뒤에 멀리 두고 온 묏부리를 바라보다 말고 혼잣소리처럼 한마디 툭 던졌다. “저 멀리 넓재 묏부리가 까마득하게 보이네요. 7, 8년 전이었던가봅니다. 그날 우리 일곱 일행이 해거름에 저 넓재를 넘고 있었는데, 그때 대중없이 뛰어든 산적 두 놈과 딱 마주쳤네요. 그러…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3> l 2013-05-01
- “그건 그렇구… 그 논다니 창병 얻었단 얘기 밑절미 있는 말인가?” “밑절미가 있던 없던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가랑비에 옷 젖더라고 계집질에 눈이 뒤집혀 허둥지둥 하다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창병 얻어 뼈까지 녹아나서 신세 망치는 날이 오지 않겠나. 창병도 창병 나름일세. 양매창(楊梅瘡)*을…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2> l 2013-04-30
- 소금과 미역은 궂은 날씨와는 상극이었다. 습기 먹은 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워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해동머리라 질척질척해진 길턱 때문에 발길을 재촉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는 노릇, 누가 일러준 대로 들메끈을 단단히 고쳐 매고 샛재 숫막거리를 나섰다. 고개를…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1> l 2013-04-29
- 5일장의 효시는 성종 초에 전라도 무안과 나주에서부터였다. 오랜 재해를 견디지 못했던 적탈민들이 집에 있던 곡식과 채소를 비석거리에 가지고 나와 필요한 물건과 바꾸어 연명하기 시작하면서 장시를 이루게 되었고, 여러 세궁민들이 그에 합세하면서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폐농하고…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9> l 2013-04-25
- “그 땡추가 주모가 수절 과부라는 것을 진작 눈치채고 언젠가 소리개 뱁새 덮치듯 날탕으로 삼키려고 주막거리 어름을 정탐하려 들렀는지도 모르지 않겠소.” 월천댁이 입귀를 치켜들고 흔들비쭉하더니, 정한조의 농을 되받아쳤다. “쥐똥 같은 소리 그만하시지요. 개짐 벗어던진 게 까마득한 옛날…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8> l 2013-04-24
- “아니 술어미… 우선 행리부터 풀고 봅시다. 나귀들도 작도간(斫刀間)에 들여 매야지요.” “나귀들 수발이야 수하 행중이나 차인꾼 들이 잘 돌보지 않겠습니까. 걱정 붙들어매시고 여기 앉아보시지요.” “시생이 본래부터 물색에는 뜻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소매를 당기는 게 아닙니다. 어디 켕기…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7> l 2013-04-23
- 십이령을 넘나드는 원상들 중에는 정한조가 행수 노릇하고 있는 소금장수 행수 상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곽전(藿田)에서 매수한 미역이나 건어물을 지고 십이령을 넘는 건어물 상단이 있었는데, 15~16명을 헤아리는 그 상단의 행수는 울진 토박이로 조기출(趙基出)이란 사람이었다. 그 역시 사십대 …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6> l 2013-04-22
- 샛재로 되짚어 갔다는 만기 일행이 말래 도방으로 되돌아온 것은 술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월천댁은 병자의 부러진 다리에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지지대를 붙이고 감발로 싸 동여 놓았다. 만기 일행은 어찌나 황망히 길을 줄였던지 그 한절에도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하였다. 그들은 행수가 누울 아랫…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5> l 2013-04-19
- 그는 줄곧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재촉하였다. 말래 도방 거리에 당도해 보았자, 호들갑스럽게 맞이해줄 호박 갈보가 있다거나 갈롱을 떨며 육허기를 채워줄 동자치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뜨끈뜨끈하게 군불을 지핀 구들장에 허리를 굽고 한잠 늘어지게 자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말 한…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4> l 2013-04-18
- 포주인의 비위짱이 뒤틀리지 않게 적당히 구슬러 놓았더니 수전노 행세대로 값을 눅게 잡아 주지는 않았으나, 소금 두 섬을 덧거리로 건네기로 약조해 주었다. 하긴 그들이 아니라면 울진 포구 염막에서 생산된 토염은 팔아치울 곳도 마땅치 않았다. 간혹 떠돌이 장돌림들이 울진 포구 토산염 좋다는 소…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3> l 2013-04-17
- 머쓱해서 말구멍이 막힐 줄 알았는데, 정한조는 웃지도 않고 되받았다. “어림없는 얘깁니다. 시생과 같이 한둔으로만 지새우며 연명하는 장물림에게 육허기에 시달리는 동자치인들 좋다 하겠습니까.” “갈매기 떼 있는 곳에 고기 떼 있더라고, 사람 많이 모이는 저잣거리에 출입이 잦다 보면 언젠가…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2> l 2013-04-16
- 그는 마침 내성 장시에 들렀다가 회정해서 찾아온 행수를 맞이하며 앉은자리에서 굽도 떼지 않고 엉덩이를 들썩하는 시늉만 하였다. 정한조가 내성 장시 일대를 휘어잡고 있을 정도로 면목이 단단하고 배짱이 드센 위인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나마 예의를 차린다는 것이 그 모양이었다. 그는 …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1> l 2013-04-15
- 그 외에도 울진 포구 여기저기에는 60여 호를 헤아리는 크고 작은 염전이 있고 소금 도가 포주인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으나, 그는 그런 동사 간에도 내왕 없이 지냈기 때문에 해포이웃이라곤 없었다. 천성이 도무지 분잡스러운 것을 싫어해서 울타리 밖의 사정을 모르고 살면서 엉덩이에 두께살이 앉…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0> l 2013-04-12
-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두고 십이령을 넘나든 이력과 간담을 가진 부상들도 벼랑길에서 실족하여 열 길 계곡 아래로 나동그라져 졸지에 열명길에 들거나, 평생 고질을 얻어 신세를 망친 사례도 허다하였다. 길이 얼마나 험했으면 샛재의 성황사를 비롯해서 고개치마다 성황단을 두고 내왕길의 안녕을 빌…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9> l 2013-04-11
- 소금을 구우려면 먼저 염전 바닥에 왕피천에서 가져온 뻘을 넣고 평평하게 다진다. 그 위에 산에서 채취한 마사토를 깐 뒤 바닷물을 퍼붓고 말린 다음 써레질을 해서 뒤집는 작업을 7, 8일 동안 반복한다. 그다음에는 마사토와 함께 응축된 소금을 긁어모아 다시 바닷물을 부어 표면 아래 뻘로 만들어 …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8> l 2013-04-10
- 불각시에 들이닥친 병자를 맞이하여 월천댁과 딸아이 구월이가 정주간과 봉놋방을 부지런히 오가며 간병을 하고 있었으나, 병자는 좀처럼 기신을 차리지 못했다. 귀조차 먹었는지 큰 소리로 물어도 도무지 기척이 없었다. 걱정이 태산 같기는 궐자를 업어온 두 사람보다 숫막질하는 월천댁이 더 컸다. …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7> l 2013-04-09
- 두 사람이 사타구니가 쓰리도록 열불 나게 걸어 당도한 곳은 샛재 턱밑인 비석거리였다. 이름하여 선정비나 공덕비란 것들은 길손들의 내왕이 번다한 길목에 즐비하게 세워두기 마련이었고, 그래서 번화한 곳을 가리켜 비석거리로 불러온 것이었다. 그런 곳에 숫막이 들어서고 간혹 들병이들도 술 단지…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6> l 2013-04-08
- 행수는 불문곡직 사내를 들쳐 업었다. 부러진 한쪽 다리가 하반신 아래로 축 늘어졌다. 아래쪽 자드락길에서 무명짐과 시겟짐을 수습하고 있던 동무들은 시신이나 다름없는 사내를 업고 가파른 기슭을 내려오는 행수의 거동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고샅길 어귀에 똥 본 개 새끼들처럼 우르르 모…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5> l 2013-04-05
- 얼마 가지 않아서 만기가 두고 온 벼랑길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러나 잡도리해 두었다는 네 필의 당나귀는 만기가 버리고 온 장소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이 시겟짐을 등에 붙인 채로 한가롭게 서 있었다. 한 마리는 비게질을 한답시고 나뭇등걸에 엉덩이를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절음 난 나귀 역시…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4> l 2013-04-04
- 그 소동이 벌어진 것은 일행이 구억터의 자드락길로 몰아치는 바람을 안고 숨차게 오르고 있을 무렵이었다. 문득 기척을 느끼고, 지게를 진 채로 멈추어 선 것은 일행의 선머리에 섰던 도감 정한조였다. 뒤돌아보자 하니, 나귀를 견마 잡고 뒤따라야 할 만기가 바람에 날리는 부들솜을 잡기라도 하듯 두…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3> l 2013-04-03
- 등짐을 정리한 다음 행수 역시 곰방대를 꺼내 한 대 달아 물었다. 그는 지금 막 동이 트려는 동쪽 하늘로 시선을 던지면서 견마 잡았던 만기에게 일렀다.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앞장설 테니 자네는 뒤따르게….” “절음난 나귀 때문입니까?” “그렇다네.” 절뚝거리는 나귀를 염두에 둔 말이…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2> l 2013-04-02
- 한 가닥으로 길게 늘어선 상단 일행이 치받이길 산코숭이를 돌아 막 내리받이길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쪽지게에 어머나 싶을 정도로 많은 무명짐을 싣고도 발걸음이 성큼성큼 거칠 것이 없던 한 동무가 발행한 이후 처음으로 앞에서 나귀를 몰고 있는 동무에게 손사래를 치며 말문을 열었다. “여보게…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1> 멀고 먼 십이령 l 2013-04-01
-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섶다리 아래로 끊임없이 들려오는 여울물 소리가 그윽하고 오묘했다. 그래서 호음교라 부르기도 하는 빛내골(小光里 혹은 召造院) 계곡 위를 가로지르는 행상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갑신년 2월 하순, 시절은 봄빛이라지만 아직은 여우도 눈물을 짜낼 만큼 맵고 짠 추위는 가실…
- 풍자적 문체·삽화로 19세기말 서민의 삶 재현한다 l 2013-03-27
- “그림이 상당히 서민적이고, 풍자적이에요. 사회의 기존 질서를 비웃고, 특히 그 비웃음을 눈동자들로 표현해요. 아주 파격이죠. 풍자적인 내 소설에 최 화백의 그림이 맞는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새로 연재하는 객주 첫 장면을 읽어보니 묘사가 뛰어나고 회화성이 강합니다. 그걸 잘 표현하…
- “30여년 만에 ‘객주’ 완결편을 연재하게 돼 너무 기쁩니다. 그것도 객주를 처음 연재했던 서울신문에 다시 연재하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소설가 김주영(74)은 덩치 큰 어린아이 같은 맑은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김주영의 대표작이자 역사소설인 ‘객주 완결편’이 오는 4월 1일자부터 서울…
- ‘객주’가 대표작이냐고? 74살 난 아직도 글 쓰고 있… l 2013-03-13
- “내가요, ‘객주’를 서울신문에 연재하면서 몇 번을 울었는지 몰라요. 너무 어려워서. 우리 아파트가 복도식이었는데, 오밤중에 복도에 서서 울곤 했어요. 왜 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내가 왜 이 어려운 일을 시작했나 후회도 됐고요. 역사 지식에 대한 근력이 달리더군요. 여기서 더 쓴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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