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쯤 해서 친구들과 인제를 또 가려고 하는데......

2015. 2. 26. 18:36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여행

하늘과 맞닿은 순백의 겨울 강원도 인제, 느리게 걷기

리빙센스 | 입력 2015.02.23 09:19

 

 

인제의 겨울은 깊고 고요하다. 험준한 산들이 에워 감싸는 굽이굽이 깊은 골짜기를 따라서 시리게 맑고 투명한 인제의 겨울 풍경을 담았다.

계절은 한겨울인데 눈이 땅에 닿기가 무섭게 제설제가 뿌려지고 바람은 시린데 겨울다운 풍경이 보이질 않는다. 눈이 하얗게 쌓인 겨울다운 겨울을 만끽하려면 강원도 인제가 제격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대한민국에 이제 더 이상 오지는 없다. 하지만 인제는 면적의 90%가 임야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자연에 둘러싸여 아직도 오지로 불리는 곳들이 존재한다. '하늘 내린 인제'라는 수식어가 억지스럽지 않을 만큼 하늘과 맞닿아 있다. 파란 하늘과 새하얀 눈이 뒤덮여야 비로소 인제의 겨울이 완성된다. 정선이나 속초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가기에 인제는 하루로 부족하다. 설악산의 차가운 바람에 포실하게 마른 황태로 뜨끈하게 속을 채우고 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가 새하얀 자작나무 숲에 이르면 이 겨울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

 

 

information

-1일 차:자작나무 숲 → 박인환문학관 → 전씨네막국수 → 만해문학박물관 → 시집박물관

-2일 차:한계령 → 백담사 → 황태 덕장 → 인제오일장 → 한국관 → 38선 휴게소

 

 


◆ TRAVEL SPOT
DAY 1


▶ 자작나무숲-박인환 문학관
겨울에 물든 새하얀 숲

 


숲은 아침 해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울 때 가장 화사하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눈밭과 겨울 자작나무를 보기 위해 동도 트기 전에 바쁘게 차를 달렸다. 인제의 겨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순백의 자작나무 숲이다. 자작나무 숲은 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새하얀 눈밭 위에 하늘로 곧게 자란 겨울의 자작나무 숲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수묵화 같다. 산림감시초소에서 출발해 1시간 남짓 걸으면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에 도착한다. 길이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다. 중간중간 붉은빛의 금강송과 키 큰 나무들이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은빛 가루처럼 털어 내며 방문객을 맞는다. 산림청에서 1995년까지 138ha 땅에 70만 그루를 조림해 2012년에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그중 25ha는 유아숲 체험원으로 사용된다. 저 높은 곳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속삭이는 자작나무와 아이들의 청명한 웃음소리가 섞이면 어느 순간 요정이 날아온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숲에서 내려오면 인제 상동리에서 태어난 박인환 시인을 기념하는 박인환문학관으로 갈 수 있다. 넥타이와 코트 자락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커다란 박인환 동상이 마당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코트 안으로 들어가 앉으니 시인의 시구로 만든 노래가 흘러나온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예고도 없이 1940년대의 서울 거리로 들어서게 된다. 문인들이 차를 마시며 문학을 논했던 명동의 다방 '모나리자', 박인환이 종로에서 운영하던 '마리서사', 모더니즘 시 운동의 시초가 된 선술집 '유명옥'이 그 시절 그 모습대로 재현돼 있다. 전시장 곳곳에 장소와 연관된 시와 이야기가 적혀 있어 구경하며 놀다 보면 어느새 박인환의 삶을 압축해 공부한 셈이 된다.

 


▶ 만해문학박물관-시집박물관
추위 녹이고 마음 데우는 문학관과 갤러리

 


산으로 둘러싸인 용대리에 모던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의 만해마을이 조용히 자리한다. 문인들을 위한 집필실과 세미나실, 운동장, 강당까지 갖춘 꽤 규모가 있는 시설 중 만해문학박물관은 일반인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평화의 시벽을 지나 님의 침묵 광장을 천천히 걸어 만해문학박물관에 이르면 사찰 안을 걷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전시장 안에서는 한용운의 작품들을 비롯해 여러 문인들의 시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일반인도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이 웬만한 펜션보다 깔끔하게 마련되어 있다.

백담사와 십이선녀탕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고, 바로 앞엔 내설악의 맑은 물이 흘러 조용히 머물며 인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만해문학박물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시집박물관이 2014년 10월에 개관했다. 아직 새 건물의 말쑥함이 풍기는 박물관은 국내외 300여 명의 시인과 소장가가 기증한 1만여 권의 시집을 소장하고 있다. 1층엔 관람객이 자유롭게 시집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2층 전시장에는 개화기부터 근현대 문학까지 연대기별로 전시한 상설 전시실이 있다. 관람객이 배경과 음악을 선택하고 직접 시를 낭송해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체험실도 있다. 글자와 글자 사이 운율을 생각하며 소리 내어 시를 읽는 것이 처음엔 쑥스럽지만 완성된 동영상을 보면 제법 그럴싸하다. 박물관 마당에는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100명의 시비가 있다. 붉은빛으로 길게 늘어지는 소나무 그림자 사이를 거닐며 마음에 드는 시 한 구절 마음에 담고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 DAY 2

▶ 백담사-황태 덕장
소복이 눈 위로 쌓인 소망들

 


백담사로 향하는 길, 한계령을 넘는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열심히 핸들을 돌리다 보면 눈꽃 핀 산이 사방을 감싼다. 만해 한용운 선사가 입도하여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유명한 백담사는 겨울에 찾아가기엔 만만찮은 곳이다. 봄부터 초겨울까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지만 눈이 온 이후부터는 차가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1시간 반을 꼬박 걸어서 가야 한다. 다행히 거의 평지이고 걸어가는 내내 꽁꽁 언 굽이치는 계곡과 겨울 숲 풍경이 좋아 지루하지는 않다. 따뜻하게 채비를 잘하고 도 닦는 마음으로 걸어보자. 사찰 입구에 다다라 일주문을 지나 수심교 아래로 수만 개의 돌탑이 군락을 이룬다. 다음 날 대청봉에 오르기 위해 백담사에서 하루 묶어가는 등산객과 산길을 걸으며 무언가 염원했을 이들의 마음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한겨울의 경내는 고요하다. 백담사로 들어서면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아 누구든 몸을 녹이고 갈 수 있다.

백담사에서 내려와 향한 강원도 산골 용대리에는 저 멀리 바다에서 건져 올린 황태가 마을 곳곳에 주렁주렁 널려 있다. 우리나라 황태의 80%가 인제 용대리 황태마을에서 만들어진다. 속초항으로 들어온 명태가, 설악산을 타고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과 영하의 날씨 속에서 얼었다 녹기를 스무 번 이상 반복하면 맛있는 황태가 된다. 황태는 은근히 까다롭다. 밤 평균기온이 10도 이하인 날이 두 달 이상 지속되어야 하고 볕도 잘 들어야 한다. 함경도 원산 출신 피난민들이 고향과 가장 비슷한 기후 조건을 찾아 이곳 용대리에서 황태를 말리기 시작했다. 용대리는 매년 황태축제가 열리고 황태 홍보 전시관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황태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과 용대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황태 요리가 가득하다. 대부분의 황태요릿집들이 황태 덕장을 운영하며 음식점과 판매장을 겸하고 있어 배도 든든히 채우고 선물을 구입하기에 좋다.

 


▶ 오일장-8선 휴게소
복작복작 시골 인심 구경

 


어느 지역을 가든 재래시장이나 오일장은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시장의 복작거림과 활기만큼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 좋다. 시장 구경도 하고 점심식사도 하기 좋은 곳. 인제오일장은 근거리에 정선오일장이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진 않지만, 산골에서 구하기 힘든 싱싱한 해산물과 채소, 과일을 파는 노점이 있어 주민들이 유용하게 이용하는 오일장이다. 시골의 오일장은 생필품을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오일에 한 번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만남의 장이다. 물건 값을 흥정하는 소리 사이로 추운 겨울 어찌 잘 보내고 있는지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소리가 정겹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소양호가 내려다보이는 38선 휴게소가 있다. 38선 휴게소는 강원도 인제, 양양, 경기도 포천까지 모두 세 곳이 있다. 북위 38도선에 위치해 38선 휴게소라 불리는 세 곳 모두 전망이 좋기로 유명하다. 작은 카페엔 소양호 쪽으로 야외 데크 테이블이 있어 겨울엔 꽁꽁 언 소양호가 내려다보인다. 여행지와 일상의 경계에서 커피 잔에 소양호의 풍경을 담아 마시며,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활력을 채워보자.

 

 


◆ TRAVEL STAY
자연에 둘러싸인 인제의 숙소


▶ 인제 캠핑타운

 


추위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겨울 캠핑의 참묘미를 아는 여행자라면 캠핑장을 빼놓을 수 없다. 눈 쌓인 곳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따뜻한 차 한잔하며 네온사인 없는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을 보는 것은 그 어떤 편리함과도 바꿀 수 없는 무엇이 있다. 인제 캠핑타운은 캠핑 장비가 없어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글램핑장과 캠핑이 힘든 어린이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캠핑하우스를 갖추고 있다. 어린이용 수영장이 있어 여름에는 물놀이를, 겨울에는 얼음썰매를 즐길 수 있다.

- 주소: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가리산리 580-2 | 문의: 010-6251-3826, http://cafe.naver.com/injecamping | 가격: 캠핑사이트 1~ 4만원, 글램핑 8만원, 캠핑하우스 10만원.

 


▶ 힐링펜션 리뮤

 


깊은 숲 속 한가운데 꽤 큰 규모의 모던하고 깔끔한 펜션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객실에 스파가 있고 독채로 이루어져 있으며 펜션이지만 조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방마다 하늘을 향해 난 창으로 강원도 깊은 숲 속의 별빛을 따뜻한 방 안에서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바비큐장은 기본이고 보드게임도 대여해줘 숙소에서만 온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구석구석 여행객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집보다 잘 꾸며진 펜션에서 하루를 푹 쉬며 몸도 마음을 충전하기 좋은 곳이다.

- 주소: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1075 | 문의: 010-4466-3015(www.rimu.co.kr) | 가격: 비수기 주중 15~23만원

 



▶ 국립자연휴양림

인제에는 하추, 용대, 방태산, 총 3개의 자연휴양림이 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에는 이단폭포와 인근에 천연보호림이 있어 아침 일찍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용대자연휴양림은 DMZ와 인접한 최북단 해발 600m에 있어 안내소를 통과하고도 차로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인제 황태마을과 속초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이동에 용이하다. 하추자연휴양림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등산로와 야생화 단지가 있다. 자연휴양림은 공통적으로 산림청에서 관리해 시설이 깨끗하고 자연경관이 좋으며 기본적으로 가벼운 트레킹 코스가 있어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쾌적한 시설 덕분에 방학 시즌에는 금방 꽉 차버리니 예약해야 한다.

- 문의: 1588- 3250(www.huyang.go.kr) | 가격: 3~4인실 주중 3만5000원, 주말 5만8000원. 6~8인실 주중 5만8000원, 주말 10만4000원.

 

 


◆ TRAVEL FOOD
꼭 맛봐야 할, 인제의 맛


▶ 전씨네 막국수

 


인제에는 막국수와 두부요리집이 많다. 대부분 기본 이상의 맛을 자랑하지만 전씨네 막국수는 쌀부터 반찬까지 모든 재료를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한다. 직접 짓지 않는 것들은 마을 주민이 농사지은 것을 사 오고 메밀도 식당 옆에 작은 제분소를 만들어 필요한 만큼 조금씩 직접 제분해서 사용한다. 그 덕에 저렴한 가격과 강원도 산골 자연의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 들기름 한 번 둘러 뜨거운 철판에 구워내는 두부와 들깨가루가 묵직한 두부찌개는 강원도처럼 꾸밈없는 깊은 맛이 난다.

-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가아리 30-3 | 문의: 033-461-2065 | 가격: 두부구이,두부전골 백반,막국수 6000원씩, 편육 1만2000원

 


▶ 한국관

 


인제오일장이 열리는 인제읍에 5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산채정식 전문점.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갔지만 이미 예약 손님들을 맞을 상이 가득 차려져 있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산채정식이 가장 유명하다. 강원도에서 난 여러 종류의 나물과 생선구이, 찌개가 모두 담백하고 정갈하다. 정성스런 밥상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가격은 저렴하다. 강원도 시골 인심에 부족한 반찬은 넉넉히 더 가져다준다. 몸도 마음도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시골 밥상.

-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264-1 | 문의: 033-461-2139 | 가격: 산채비빔밥 6000원, 산채정식,더덕구이 1만원씩

 


▶ 용바위식당

 


황태가 가득한 용대리 마을에 있는 황태요리 전문 식당. 덕장에서 직접 말린 황태만을 사용해 만드는 황태국밥과 황태구이정식으로 이미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언 추운 몸을 녹이기에 제격이다. 빨간 양념을 바른 황태구이와 계절에 나는 나물로 반찬을 낸다. 숙취가 없어도 진한 국물에 속이 풀리는 황태국밥도 추천한다. 식당 옆에서 황태포와 통황태 등 덕장에서 직접 말린 황태 제품들을 판매한다.

-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71-2 | 문의: 033-462-4079 | 가격: 황태구이정식 1만원, 황태국밥 7천원.

 

 


+ information

- 자작나무 숲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남로 760 | 문의: 033-460-8036(인제국유림관리소))

- 박인환문학관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415 | 문의: 033-462-2086 | 관람 시간: 09: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 만해문학박물관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만해로 91 | 문의: 033-462-2303 | 관람 시간: 동절기 09:30~17:00(연중무휴))

- 시집박물관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1119-4 | 문의: 033-463-4082 | 관람 시간: 09: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 백담사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백담로 746 | 문의: 033-462-6969)

- 황태덕장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마을 | 문의: 033-462-4805)

기획 / 전수희 기자 | 글과 사진 / 조혜원(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