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을 읽는다』

2014. 9. 13. 20:09책 · 펌글 · 자료/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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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 정녕 다시 오마 기약해도

보내는 자 눈물로 옷깃을 적시거늘

이 외배 지금 가면 어느 때 돌아올꼬?

보내는 자 쓸쓸히 강가에서 돌아가네.

 

 

 

유인孺人는 반남 박씨인데, 그 동생 지원 중미仲美가 다음과 같이 묘지명을 쓴다.

 

유인은 열 여섯에 덕수 이씨 택모 백규에게 시집가 딸 하나와 아들 둘을 두었으며

신묘년(1771) 9월 1일에 세상을 뜨니 나이 마흔 셋이었다.

남편의 선산은 아곡인 바 장차 그곳 경좌庚坐 방향의 묏자리에 장사 지낼 참이었다.

백규는 어진 아내를 잃은 데다가 가난하여 살아갈 도리가 없자

어린 자식들과 계집종 하나를 이끌고

솥과 그릇, 상자 따위를 챙겨서 배를 타고 산골짝으로 들어가려고 상여와 함께 출발하였다.

나는 새벽에 두뭇개의 배에서 그를 전송하고 통곡하다 돌아왔다.

아아! 누님이 시집가던 날…… (이하 생략)

 

 

*  ‘묘지명’이란 죽은 사람의 이름 신분 행적 따위를 기록한 글로, 보통 돌이나 陶片에 새겨 무덤 속에 넣는다.

앞부분엔 죽은 이의 이름과 행적을 산문으로 서술하는 바 이를 지(誌)라 하고,

뒷부분에는 죽은 이에 대한 칭송을 운문으로 붙이는 바 이를 명(銘)이라 한다.

 

 

 

 

 

 

 

 

 

연암은 글쓰기에서 비유를 대단히 애용하고 있는데, 이는 편견과 고정관념, 경직된 사고와 의식을 탈피해 유연한 자세와 열린 눈으로 사물의 생기발랄한 모습과 기미를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의 소산이다. 말하자면 비유는 연암에게 있어 상투성과 관습적 사고를 넘어서게 하는 인식론적 · 미학적 도구다. 그것은 언어의 쇄신이면서 동시에 상상력의 쇄신이다. 즉 자유롭고 분방하며 기상천외한 상상력의 면모는 연암이 구사하는 비유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비유는 연암의 글을 생기 가득한 글로 만드는데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풍자와 해학, 역설과 알레고리는 권위, 엄숙성, 허위의식, 경직된 생각 따위를 깨뜨리는 데 아주 유용한 무기이다. 연암이 패관소설체를 구사한다고 비난 받았지만 연람의 패관소설체야말로 기실 언어의 쇄신, 사상과 사고의 쇄신을 향한 일대 혁신이었던 것이다.

연암은 체험에서 나오는 실감을 중시한다. 실감은 진실성을 지니며, 진실성을 지니기에 상투성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실감의 강조는 체험 및 감수성의 간조와 연결되면서 상상력의 확장과 혁신을 낳고, 상상력의 확장과 혁신은 언어에 참신성과 생기를 부여한다.

 

 

 

 

 

 

 

“나는 이제야 벗 사귀는 법을 알았다.

그가 누구를 벗으로 삼는 지를 보고, 누가 그를 벗으로 삼는 지를 보며,

또한 그가 누구를 벗으로 삼지 않는 지를 보는 것,

이것이 나의 벗 사귀는 방법이다.”

 

 

 

 

 

 

박제가에게서 중국인과의 교유 - 편지 왕래를 포함해서 - 는 그 자체가 명예였으며, 현실에 작동하는 하나의 문화적 힘이 되고 있었다. 요컨대 저명한 중국인을 안다는 것은 당시 조선에서는 크든 작든 하나의 '문화권력'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홍대용이나 연암은 그렇지 않았는데 왜 박제가에게서 이런 미묘한 변화가 야기되었을까? 서얼이라는 자기 비하와 콤플렉스와 불만이 이유였을 것이다.

 

 

 

 

 

학문은 박학이 능사가 아니다. 박학은 학문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다. 박학자는 대체로 사고의 깊이가 얕거나 창조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예전의 학자들은 박람강기(博覽强記-이런 저런 책을 많이 보고 기억을 잘하는 것)하다는 말을 좋게 생각지 않았다.

 

덕보(홍대용)는 통달하고 명민하고 겸손하고 고아했으며, 식견이 심원하고 아는 것이 정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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