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3. 08:38ㆍ산행기 & 국내여행
달마산 미황사(美黃寺)가 참 궁금했었는데 드뎌 원 푸네. ㅋㅎ
뒷짐지고 가는 사람들 보이쟈? 한 10명쯤 되는데, 등산 온 게 아녀,
땅끝마을 술 먹으러 가는 게벼. 총무 아줌마가 미황사만 보고 오라고 등 떠밀어서 억지로 겨 나온 겨.
나원, 미황사 코 앞에까지 와서 어떻게 그냥 간다냐? 대전서 해남이면 거리가 얼매여.
이번에도 교차로 보고 따라갔는데, 한밭산악회는 이제 도매로 뛰는 게벼.
나야 그렇다치지만, 다른 이들도 전부 서로가 모르는 눈치들이데?
해서, 산행 인솔자도 없는 마당인데 뿔뿔이 흩어져서 각개전투하는 바람에 헤맸네.
검색을 해봤더니 미황사 홈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을 다들 옮겨 적은 거더구만.
원본을 보여줌세. 이러한 내용일세.
다시 돌아가서─
뭘 짓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사천왕문(四天王門)'을 짓는 게 아닌가......
절의 공간배치상이나 구조가 사천왕문이 맞을텐데,
경관을 해치지는 않을 것 같다.
보다시피 여유공간은 충분한데, 그렇다고 집을 더 지으면 안되지.
요만큼 올라오면 요만큼 뵈주고,
조만큼 올라가면 조만큼 뵈주고,
이만큼 올라오면 잇따만큼 뵈주고,
멋지군.
앞에 편액은 자하루(紫霞樓), 뒤에는 만세루(萬歲樓), 읽기가 힘들제? 강당인게벼.
참! 요 옆에다 뜬금없이 달마 입상(立像)을 만들어서 세워놨더라?
나원! 어떤 놈 발상인지......
“야! 절 자리 한번 기막히네!”
여기엔 보물이 두 갠데, 저 대웅보전하고 오른쪽 뒷켠에 있는 응진당이리야.
(응진당 오른 쪽에 있는 건 만하당?)
뒷산도 멋진 배경이지만, 넓은 마당을 보니까 숨통이 확 트인다!
여기 대웅전에 단청을 했다만 하면 화재가 났디야. 그래서 지금 저렇게 둔 거리야.
봐, 얼매나 좋아, 다른 절도 자꾸 불이 났으면 좋겠네. ^^
난 단청 안한 게 좋더라. 아니면 희미해질 정도로 단청색이 바랜 거.
보존엔 문제가 좀 있다드마는, 집이란 것이 300년 500년 가면 충분치 않나?
뭐, 오래돼 썩고 헐면 다시 지으면 되는 거지 뭐.
세월 가고, 세월 오고, 바뀌고 바뀌고… 당연한 거지. 안그래?
대웅전 건물이나 지키자고 중 되는 건 아니잖니여.
(왼편 건물이 명부전, 삼성각.)
이 달마산이야말로 미황사 보물 중의 보물이지.
저 산등성 위에 보름달이 탁 걸쳤다고 상상을 해봐바!
마당 복판에 평상 놓고 앉아서 막걸리 한잔 쭉!
Σ
미황사는 등산하고 내려오면서 다시 보니까
등산 얘기부터 합시다.
일이 여기서부터 꼬인겨. 최종 목적지는 도솔암인데,
가만 보니 이정표대로 갔다간 산으로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말 것 같어.
음, 이 길은 아닌 것 같고……
다들 올라가버려서 어느 길로 갔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맘이 급해져서 부도탑은 자세히 보지도 못했는데,
부도탑보다도 부도탑들이 놓인 '위치'가 기막히게 좋더군.
다른 절을 가보면 대부분 입구쪽에다 조성해 놨는데 여긴 조용한 뒷켠에다 배치했네.
암, 이래야 망자들도 편히 쉬지.
절 앞에다 족보 자랑하는 것보담은 훨 낫고만.
나중에 친구랑 다시 오게 되면 이 자리에 좀 앉았다 가야쓰것다.
어, 진짜 좋네!
부도탑 뒤로 은밀히 길이 나 있더군. 이정표에 '달마산 정상'이라고도 써 있고.
그러나, 우리가 가고자 하는 코스는 이 길이 아녀. 아녔어..!
이 길로 올라가도 달마봉이 나오긴 하는데, 도솔암이랑은 정반대 방향이 되더라고.
그러니까 우리 일행과는 거꾸로 가게 되는 거지.
나중에 알고보니까 미황사 왼편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더라고.
큼지막한 이정표 조감도와 함께 말야.
그리로 올라가면 1.2km, 당연히 거리도 가깝고 직빵으로 올라가는 거야.
그렇게 달마봉 올라가서 그대로 우측으로 쭈욱 가면 도솔암이 나오는 건데, 이런 젠장!
(우리가 엉뚱하게 올라간 길도 편한 길이 아녀. 거리도 두 배가 넘고. 2.6km였던가?)
약간 힘들다 할 정도의 오르막이 1키로쯤 되는데
올라가서 보니 양옆으로 풍광이 확 펼쳐지면서.......,
에이! 날씨만 맑았으면 조망이 끝내주는 건데 말이야.
뭐 그래도 좋더군.
칼날 같은 바위 산등성이를 기준으로 이쪽엔 바다, 저쪽엔 해남 들녁,
그리고 바로 밑으론 미황사가 고스란히 내려다 보이고…….
와, 이건 길도 아녀. 이런 걸 '너덜지대'고 하던가?
난 암릉이래서 스릴 있겠다 했더니 그게 아녀. 사고 당하기 딱 좋겠드만.
여기서 넘어지거나 고꾸라졌다간 무조건 사망이여.
길 한번 진짜 드럽더라.
그리고 여기,
달마봉 1키로쯤 전방 지점인데, (아주 길이 헷깔리는 지점인데,)
보다시피 로프가 이 지경이야.
로프 닳은 부스러기가 밑에 흩어져있는 걸 보니 현재진행형이란 얘기지.
로프가 꼭 필요한 가파른 데거든.
"빨리 손봐야겠수!"
드뎌 정상 달마봉인데,
그 옆에 쌓아놓은 돌무더기(봉화대 같진 않고.)가 더 높대?
그 돌무더기 옆에 전망 조감도를 세워놨는데 빛이 바래고 찢어지고 해서 볼 수가 없어.
달마산은 등산로 관리인이 없나?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도 칸이 얼마나 높은지, 만리장성 같어.
다리 짧은 사람은 들어서 얹지도 못하겠더라.
이 날 카메라가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럽던지,
들다, 메다 하다가 나중엔 배낭에 넣고 말았네.
(아, 이제 생각하니, 그래서 폰카로 찍은 게 또 있구나!)
원래 코스대로라면 도솔암으로 가야하는데, 언제 거길 되돌아가?
마침 A코스 타고 오는 산행대장을 만나서 '우린' 여기서 하산하겠다고 했지.
‘우리’ 뒤에 따라오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했더니 그 사람들은 자기가 되돌리겠다고 하데.
버스를 미황사 주차장으로 보내달라고 하곤 하산을 시작했지.
겨우 1.3km - 별 거 아니지. 길이 올라오던 길이랑 비슷하게 생겼더군.
Σ
다 내려와서 보니까 바로 여기드만. 사천왕문 짓고 있는 바로 그 옆이여.
나원참.
그러니까 내가 올라간 길은 달마봉과 도솔암 딱 중간쯤 되는 지점이더라고.
나중에 개념도를 보니까 하숫골재인가 떡봉이란 덴데 이정표가 거의 없었어.
여긴 이정표를 제대로 많이 해놔야겠더라.
길이 전부 돌무더기라서 사람 지나간 표시가 잘 안나.
Ψ
자, 이제 다시 미황사인데,
시간도 널널하겠다 제대로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둘러봤네.
외려 전화위복이랑께?
안개가 많이 걷혔구만. 아침보다 훨 낫네.
아래는 아까 봤던 자하루/ 만세루 하던 그 강당인데,
부조 탁본 전시회를 하더만.
대웅보전 앞에 있는 돌기둥, 그거 괘불 꽂는 데리야.
괘불도 보물이라지? 그럼 보물이 세 개로구만.
난 잘 보이지는 않더구만은
천정에 그려져 있는 게 불상이랑(10,000개) 산스크리스트어로 써 있는 글씨리야.
이 절을 통일신라 경덕왕 때 지었대잖여.
우전국(인도)에서 온….....
가야 허황후 얘기 등등을 더듬어 보면 인도와 다이렉트 연결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 참 궁금하기도 하고, 해결해야 랗 문제인데, 결정적인 뚜렷한 증거가 없으니……)
저 건물은 요사채인 모양이고,
여긴 명부전 삼성각 응진당,,
요 몇일 전에 마당에 대해서 말했잖여. 마당이 참 곱제?
비질한 흔적이 고스란히 있던데, 저 넓은 데를 어떻게 다 쓸었디야? 사람 손으로 쓸지 않는 건가?
그리고 마당이 퍈한 것 봐, 빗물이 잘 스며든단 얘기지.
밑에서 보니까 샘물 옆에 물이 빠져 나가는 배수구가 있더군.
'마당 이야기', 마당 쓰는 그 대목을 다시 한번 소개해 볼까?
오랫동안 마당을 쓸어본 사람의 비질 자국은
마당 위에 고르고 유연한 모양을 낸다.
그리고 쓸려진 마당 위로는
마당 쓴 이의 발자국까지 일정한 보폭과 무게감을 지니고 리드미컬한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이런 마당의 비질 자국과 발자국의 흔적에는
그 사람의 솜씨와 마음씨가 그대로 묻어난다.
할머니나 아버지는 안마당을 다 쓸고 이어서 바깥마당을 쓸었다.
안마당을 쓸 때는 촘촘하고 고왔던 비질이
바깥마당을 쓸 때는 조금 성글고 거칠어진다.
그러나 이런 성글음과 거칠음은 바깥마당의 외부성과 잘 어울려서
어느 때는 시원시원한 남성성을 기분좋게 느끼기까지 한다.
바깥마당을 다 쓸고 나면
두 분은 자신들의 눈길이 미치는 곳까지 바깥마당에서 이어지는 동네의 고샅긿을 한참 쓸었다.
이런 삼 단계의 마당 쓸기는
세상이란 혼자만이 깨끗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마당과 바깥마당 그리고 고샅길은 서로 어울러 쓸려서 어우러져야만
제대로 된 환한 세상이 창조된다는 걸 알려주었다.
"스님, 제가 내일부터 절 마당을 쓸면 안 될까요?
"그러지, 마당이야 쓰는 사람에게 공덕이 있는 것이지."
"그럼 내일 저녘부터 절 마당을 쓸면 안 될까요?"
"저녁 시간은 곤란한데.... 저녁 시간엔 절 마당을 안 쓸거든."
"그러면 언제 쓰나요?"
"새벽 예불 후, 4시쯤에 쓸지. 그때 함께 마당을 쓸고 하루를 시작하지."
"새벽에는 곤란한데 제가 저녁나절에 한 번 더 쓸면 안 될까요?
"저녁 마당은 안 쓸거든....."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언제든지 시간이 되면 새벽에 마당을 쓸러 오라는
비구니 스님의 말만 기약없는 약속처럼 손에 쥐고
절 마당을 걸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절이란 有와 無를 넘나드는 자유자재, 융통무애한 지혜의 도량이라는데
도대체 저녁에는 마당을 쓸지 않는다는 그 터부,
아니 계율이 나는 못마땅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는 그 이유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다.
아침 마당은 쓸어서 깨워야 옳지만
저녁 마당은 스스로 저물도록 재워야 예의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던 것이다.
아침 마당은 우리가 세수를 하듯
해가 뜨면 밤의 분비물을 털고 깨어나야 한다.
그것을 도와주고 마당과 함께 하는 일이 아침 마당 쓸기이다.
아침 마당을 쓰는 일은 외형상 물리적인 일이지만
그것은 내적인 일이고, 영적인 일이며, 우주적인 흐름의 물결에 동참하는 일이다.
그리고 하루를 깨어서 시작하는 작지만 중요한 의식이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음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것은 우주 속의 모든 존재가 호흡을 하는 모습인 것이다.
절 마당도 저녁이 되면 음의 세계를 품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녁에 마당을 쓴다는 것은
그런 음의 세계가 깃드는 것을 방해하고 역행하는 일이다.
절 마당도 저녁이 되면 서녘의 노을과 더불어 음의 몸이 되어
지혜와 성숙, 은거의 시간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저녁 마당은 이런 모습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 마당은 쓸어서 될 일이 아니다.
그저 우리는 마당 곁에 앉아서 마당에서 익어가는 저녁의 음기와 동행하며
그 기운으로 욕망에 과열된 머리를 식히고
마음의 소란을 가라앉히면 될 일이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도 저녁 마당처럼
스스로에게 다가올 저녁과 밤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면 되는 것이다.
아쉬움은 많지만 이제 떠나야지. 미황사를 내가 언제 다시 와볼래나... 휴우.
마지막으로 눈에 한번 더 담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버스를 기다리면 되는데, 한 시간도 더 남은 기라.
뒤풀이엘 못 간다 생각하니 안되겠더만,
내가 찾아가야지.
아침에 올라오던 그 길이고.
이 아줌마, 되돌아가는 길이라고 거꾸로 걷는 게벼? ㅋㅎ
내 여태 산행다니면서 아줌마랑 둘이서 다녀보긴 첨이네. 밥도 둘이서 먹구.
등산을 좋아하는데 친구들이 등산을 싫어해서 나처럼 혼자 댕긴디야.
벌써 이 달에만 세번째이래나? 산악회 따라오니깐 싸구 좋다고 하데.
길을 몰라 헤매는 상황이었으니까 서로가 큰 의지가 됐지.
산을 나보다도 잘 타더라.
시간도 많이 남았겠다 밑에 내려가서 소주나 한잔 할랬더니,
없어, 구멍가게도 하나 없어.
밭일 하시는 저 할머니한테, 버스 다니냐고 물었더니 5시 반에나 있다데.
안되겠더라고.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겠고 해서 큰길로 나섰지. 아무려나 방법이 없겠어?
마침 동네서 나온 듯한 승용차가 한 대 세워주데.
역시 아줌마 운전산데 바닷가로 회 사러 가는 중이리야.
땅끝마을에 광어 양식장이 있는데 거기가 값이 싸디야.
미황사 있다가 지금은 학교에 근무한다는데 (☜무슨 말인지?), 사람이 참 선하게 생겼데.
도솔암 밑에 약수터라니깐 바로 알아듣더군.
도솔암은 산 중턱 벼랑에 세워졌다면서 나중에 꼭 가보라고 하드만.
드라마 「추노」를 거기서 촬영했디야.
내가 '미황사가 대흥사 말사(末寺)가 아니냐'고 했더니,
맞긴 맞는데, 요즘은 그게 좀 애매하게 됐디야.
뭔 스님이 오고서 부터 절이 부쩍 커서 지금은 대흥사보다도 손님이 많다는 겨.
또 '해남배추'도 물어봤는데, 겨울용 배추가 따로 있다드만.
황태마냥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속이 꽉 차는 배추가 있디야. 엄청 고소하디야.
우리가 말하는 해남배추란 게 바로 그건 묑이여.
약수터 내려주고 고마운 그이는 갔고,
버스에 올라보니 3분의 2쯤 하산해서 앉아 있더군.
못 온 사람들, 아주 컴컴했는데, 산속에서 어두워지면 어떡한디야?
선수가 아니면 절대로 A코스 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이 산악회 뒤풀이는 늘 돼지 수육에다 막걸리더만.
막 마셨네. 그래야 가면서 자지. … 덕분에 코 골며 잘 잤네. ^^*
집에 오니까 11시가 안됐는데......,
Ψ
오늘 아침 목욕탕 가서 몸무게 재보니까, 정확히 1키로가 빠졌더라.
난 1kg만 빠져도 보기에 금방 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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