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과 죄의식은 어떻게 다를까? 外

2013. 8. 19. 11:04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수치심과 죄의식은 어떻게 다를까?

 

 

대다수 학자들은 수치심은 집단주의 문화의 특징인 반면, 죄의식은 개인주 문화의 특징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정서엔 분노· 좌절 · 우월감 · 공포 · 비애 · 기쁨 같은 자기중심적 정서와  동정심· 수치심 같은 타인중심적 정서

있는데, 서양에서는 후자가, 동양에서는 전자의 정서가 발달해 있다.

수치심과 죄의식은 누구를 더 의식하느냐에 따라 생기는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수치심은 본질상 사회적이며 죄의

식은 개인적이라고 설명한다. 수치심의 원인은 위반 자체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이다. 죄의식의

경우엔 비행을 다른 사람이 알건 모르건 관계없이 느낀다. 개인주의 사회에선 자존심을 중시한다.

 

수치심 문화에 속한 사람들은 그 문화의 가치를 죄의식으로 내면화 할 수 없으며 오직 부정이 폭로된다거나 하는

수모를 공개적으로 당했을 때에만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수치심 문화는 미성숙한 것이라고 앨퍼트는 말한다. 

면에 죄의식 문화는 개인적 자율성에서 진일보하여 사회의 가치들을 제대로 내면화하고 있으므로 설사 잘못을 다

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았다고 해도 뉘우침과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체면이 지배하는 사회가 훨씬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회일 사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체면사회에서 구성원 모두가 유교적인 충효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면, 남의 비난과 소외를 피

하기 위해서는 충과 효를 실행하는 생존전략을 쓰게 되므로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면사회가 자

본주의와 결합했을 때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부(富)가 체면의 척도가 되고 빈자(貧者)는 체

면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체면의 필수조건인 부의 축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

지 않는 또 다른 생존전략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외수는 수치심 문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체면을  "자신을 인격적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면에

는 동물적인 욕망의 찌꺼기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외면에는 이성적인 겸손의 미덕을 그러내 보이려고 할 때 습관

적으로 착용하는 가면"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집단 차원에서는 그런 가면마저 내던지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의 수치심 문화가 패거리주의를 만나면 급속히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혼자라면 도저히 양심에

찌려 할 수 없는 일도 자신이 소속된 패거리의 이름으로 이루어질 때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여기

는 관행이 널리 퍼져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 강준만, 《세계문화의 겉과 속》 중에서

 

 

 

 

 

 

 

 

프랑스의 문화 보호주의와 프랑스 문화의 사망

 

 

1992년부터 시작된 프랑스 영화산업의 침체는 1994년에도 계속돼 최다 관객 영화 10펴 중에 8편이 미국 영화였

고 단 1편이 프랑스 영화였다.전체 영화 시장에서 프랑스 영화의 점유율이 30%를 밑돌았다. 프랑스에선 텔레비젼

방송이 영화 제작비의 일정액을 부담한다. 그래서 영화 제작자들은 극장에 손님이 들건 말건 신경 안쓰고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2007년 12월 《타임》지는 '프랑스 문화의 사망'을 선언했다. 타임은 현재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소설의 30%는 영

어 소설을 번역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망명한 소설가 가오싱젠이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노벨 수상자

도 전무하다. 매년 선정되는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 10인' 명단에선 프랑스인은 찾아볼 수 없다. 현대 미술품의 경매

시장에서 프랑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8%이다. 또 과거와 달리 세계에 내세울 작곡가 ·지휘자 ·대중음악 스타도

없다.

 

그러나 이제 프랑스는 문화적 자존심을 한 겹 접고 영리한 발상의 전환을 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영

화계를 지배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다. 자국 문화의 우월성만을 고집하는 '문화 쇄국

정책'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점을 프랑스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