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기억에 남는 그림 두 점.

2012. 7. 22. 20:13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Duel with Cudgels 1820-23 Oil on canvas, 123 x 266 cm Museo del Prado, Madrid

 

 

 

 

 

duel 미국 [djúːəl] 영국 [djúː-] 다툼, 투쟁, 겨루기.  

cudgel 미국/영국 [kΛdʒəl]  곤봉으로 때리다, 곤봉, …을 치다.

 

 

 

이 작품 제목을 《곤봉격투》라고 합니다.

이상해서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곤봉격투’가 맞습니다. 잘못된 번역이 아니네요.

리듬체조에서의 곤봉이나 운동회날 마스게임할 때 쓰던 그런 곤봉과는 다르군요.

제 눈에는 소 여물 쑤는 ‘주걱’으로 보입니다만.

그런데 왼쪽 사람이 들고 있는 것은 그것마져도 아닙니다. 그냥 작대기예요.

그러니까 다시,, 이《곤봉격투》라는 제목은 잘못 붙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검색을 하다보니까 저 두 사람이 늪에 빠져서 싸우는 장면으로 설명을 했더군요.

늪이 어떻게 산 등성이에 있습니까. 그리고 한 눈에 봐도 늪이 아닙니다.

흙더미 속으로 스스로 들어갔든, 아니면 누가 강제로 덮어씌웠든,

1) ‘일부러 다리를 고정시켰다’,라는 것과  

2) ‘아무도 말려줄 사람이 없다’, 란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도망 못 가고 죽기살기로 싸운다’, - 이것이 이 그림의 장면 설정입니다.

 

지난 봄에 제가 프라도 미술관을 가서 이 작품을 봤습니다.

대작이었단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보니까 3미터에 육박하는 큰 그림이었군요.

굳이 크게 그릴 만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고야의 작품을 보면 거의 모두에 장난기가 스며 있습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은 극한설정으로 해놓았지만 막상 싸우는 사람 모습은 그렇게 보이지가 않아요.

액션만 크게 할 뿐이지 죽기 살기의 타격 자세가 아닙니다.

한 두대씩 때리는 시늉하고는 구덩이서 빠져나올 폼새지요? 

그리고 거리가 너무 가깝잖아요. 저 간격에서는 주먹이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두 놈 다 복장이 너절하네요.

그것은 프랑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내전(마드리드 : 바로셀로나) 상황을 암시하는 거라고 봅니다.

나폴레옹 몰락후 자기네끼리 친영국파와 친프랑스파로 나뉘어서 싸웠거던요.

그러니까 스페인 국민끼리 외세의 앞잽이로 편갈라 싸우는 어리석음과 한심함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고야의 작품은 거의 전부가 시대상이나 사회적 모순을 풍자한 것들이죠.

 

 

 

그런데 저는 이 그림을 보면서 초· 중학교 시절의 아주 못된 선생을 떠올렸습니다.

예를 들자믄, 수업중에 짝궁과 속닥거리다 들켜서 앞으로 불려나가 벌받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그럴 때 서로 마주보고 따귀를 번갈아가며 때리게 하는 선생이 있었습니다.

친구 뺨을 어떻게 세게 때립니까. 톡 치며 시늉만 하지요. 그러면,,

 

“야 이 새끼야! 그렇게 밖에 못 쳐? 둘 다 일루 와!”

“짝! 짝! 이렇게 치란 말이야 새끼야!”

“짝! 짝! 쩍! 쩍! 퍽! 퍽! → ……”     

 

저는 그런 훌륭한 은사님을 네 다섯 분쯤 만났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챙피하고 분해 죽겠습니다. 

 

 

 
 
 

 

 

 

            The Dog 1820-23  Oil on canvas, 134 x 80 cm Museo del Prado, Madrid

 

 

 

프라도 미술관 구내 매점에서 이 그림의 절반 정도 되는 사본을 8만원인가에 팔더군요.

종이가 아니라 천에다 인쇄한 거였습니다.

살까 말까를 망설였습니다. 사온다면 ‘어디에다 걸까’ 때문이었지요.

지금 모니터에 보이는 것과 실물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좀 이상하군요.

 

모래사막에서 모래에 덥혀서 옴쭉달쑥 못하게 갇힌 상태의 개 그림입니다.

 

이 작품도 검색을 해보면 ‘인간의 고독이나 공포’를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글이 붙었을텐데요,

그게 아닙니다. 잘못된 해석입니다.

개가 순하게 생겼지요? 야생 떠돌이 들개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

틀림없이 목줄이 있을 겁니다. 잘 길들여진 개예요.

지금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주 충성스런 갭니다.

모래가 차올라서 곧 죽게 생겼는데도 꼼짝 않고, 주인이 와서 나오라고 해줄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개는 네 발 달린 짐승이예요, 슬슬 차올라오는 모래에 갇힐 턱이 없지요.

 

제가 보기에 이 그림은 공포를 그린 것도 아니고, 고독을 그린 것도 아닙니다. 

사막에 홀로 남겨져서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데 고독을 느낄 정황이겠습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의 스페인 침략과정과, 그 이후에

프랑스派와 영국派로 나뉘어서 자기들끼리 죽기살기로 싸우는 내전상황을 그린 것입니다.

제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외세의 충직한 앞잽이가 되어 싸우는 꼴을 비웃는 거죠.

16세기 이후의 스페인 역사를 보면 정말 웃깁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실제로도 분명히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결과가 되는 것은 에스파냐 역사의 수수께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