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9. 20:03ㆍ책 · 펌글 · 자료/ 인물
책을 쓰기로 한 것은 한 가지 이유에서다.
이명박 정부가 반면교사라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역사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증언을 남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책무는
자기가 보고 겪었고 일했던 내용을 증언하는 것이다.
다음 시대에 교훈이 되고 참고가 될 내용을 역사 앞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성공은 성공대로, 좌절은 좌절대로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 바램으로 펜을 들었다.
노 대통령과 나는 아주 작은 지천에서 만나,
험하고 먼 물길을 흘러왔다. 여울목도 많았다.
그러나 늘 함께 했다.
이제 육신은 이별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나와 그는,
정신과 가치로 한 물줄기에서 만나 함께 흘러갈 것이다.
바다로 갈수록 물과 물은 만나는 법이다.
혹은 물과 물이 만나 바다를 이루는 법이다.
어느 것이든 좋다.
이 땅의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뤄 함께 흘렀으면 좋겠다.
강물은 좌로 부딪히기도 하고 우로 굽이치기도 하지만,
결국 바다로 간다.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바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안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던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시국사건과 재야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노 변호사와 나는 두 가지를 각별히 신경 썼다.
비리나 약점을 찾아 협박하거나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독재권력의 수법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신세 망치고 민주화운동에도 누를 끼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깨끗해야 했다. 대의와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절제하고 조심했다.
사소하게는 커미션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무신고도 철저히 했다.
사셍활도 나름대로 아주 엄정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노 변호사는 열정적이었고 헌신적이었다. 당신의 삶 자체를 민중적인 삶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입으로만 민중! 민중! 하고 외치는 위선을 싫어했다. 그만큼 순수하고 철저했다.
노 변호사는 대의를 위한 실천에 있어서도 한계를 두지 않고 철저한 것, 이것이 그이 또 다른 원칙주의이다.
우리가 한 일은, 노동사건이 발생하면 재판과 변론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변호사들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노 변호사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설립에서부터 노동조합의 일상활동까지 돕고자 했다.
노 변호사는 학생사건 보다 노동사건을 훨씬 좋아했다. 주장과 논리가 늘 비슷한 학생사건과 달리,
노동자들의 삶의 아픔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최종 합격까지 한 번 더 고비가 있었다. 3차 면접시험은 신원에 큰 문제가 없으면 100% 합격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면접시험을 며칠 앞두고 안기부 요원이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그가 지정한 호텔에 나가 인터뷰에 응했다. 묻는 핵심은 하나였다.'지금도 데모할 때와 생각이변함없느냐'는 것이 요지였다.
일종의 사상검증이었다. 대답하기 정말 곤혹스러웠다. 머릿 속으로 온갖 생각이 오갔다.
그러나 젊을 때였다. 자존심을 굽히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때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이 변함없다'고 버텼다.
그리고는 최종 합격자 발표 때까지 그렇게 대답한 것을 후회했다.
다행히 최종 합격했다. 그가 좋게 보고해준 것인지, 아니면 그의 보고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 앞에서 소개했던 ‘노무현『운명이다』’와 중복되는 내용이 많은 듯해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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