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2. 12:58ㆍ책 · 펌글 · 자료/ 인물
1
구미만유기(歐米漫遊記) 일 년 팔 개월 간의 나의 생활은 이러하얏다.
단발하고, 양복을 입고, 빵이나 차를 먹고, 침대에서 자고,
스켓치 빡스를 들고 연구소(아카데미)를 다니고,
책상에서 불란서 말 단자를 외우고, 때로는 사랑의 꿈도 뀌여보고,
장차 그림 대가가 될 공상도 해보앗다.
흥나면 춤도 추어보고 시간 잇스면 연극장에도 갓다.
왕 전하와 각국 대신의 연회석상에도 참가해보고,
혁명가도 차자보고, 여자 참정권론자도 맛나 보앗다.
불란서 가정의 가족도 되여보앗다.
그 기분은 여성이오, 학생이오, 처녀로써이엿다.
실상 조선 여성으로서는 누리지 못할, 경제상으로나 기분상 아모 장애되난 일이 하나도 업섯다.
2
일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나?
이二, 남녀 간 어떻게 살아야 평화스럽게 살까?
삼三,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 것인가?
사四, 그림의 요점은 무엇인가?
(「쏘비엣 로서아 행 구미유기의 其一」『삼천리』 1932년 12월호)
3
<파리 풍경> 목판에 유채 23.5 x 33cm
파리라면 누구든지 화려한 곳으로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파리에 처음 도착할 때는 누구든지 예상 밧긴 것에 놀나지 안을 수 업술 것이다.
爲先 일기가 어둠침침한 것과 여자의 의복이 흑색을 만히 사용한 것을 볼 때
첫인상은 화려한 파리라는 것보다 음침한 파리라고 안할 수 업다.
(1933년 5월호)
4
<무희> 41 x 33cm
하로는 물랑루즈에 구경갓섯다.
나체의 一女가 은계(銀系)이 의(衣)와 청록의 의상으로 띄어나와 경쾌하게 춤을 추고
우의(羽衣)를 둘느고 붉은 새털을 머리에 꼿고 금색 구슬을 번쩍이는 여신의 군상들이
좌우이인식 응등이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면서 나온다.
장면은 칠색 오색 금란 은란의 의상이 황홀하며…… (중략)
…… 나는 이 희랍식 육체미에 취하지 안을수 업스며
또 이 시대 동판화의 영향을 만이 밧은 원근법과 색채와 초점을 취한 구도법에 눈이 아니 떼일 수 업섯다.
(1933년 5월호)
5
나혜석 : 참정권 운동은 누가 먼저 시작했습니까?
살레부인 : 영국서 여권운동의 시조인 포셋부인이요(그는 죽엇다).
제2세가 팡크하스트 부인이오. 이가 처음으로 시가지 시위운동하기를 시작했습니다.
40년 전에 만여명의 여성들이 앨버트 기념관 앞에서 시위행진을 했습니다.
이때는 내가 어렸었고 우리 어머니가 참가했습니다.
R : 깃발에는 무어라 썻든가요?
S : '부인의 독립을 위해 다토라, 부인의 권리를 위해 닷토자'라고 썻지요.
R : 물론 많이 잡혓겟지요.
S : 잡히고말고요, 모조리 잡혀 드러가서 절식동맹을 하고 야단낫섯지요.
(「영미 부인 참정권 운동자 회견기」1936년 1월호)
나는 여성인 것을 확실히 깨다랏다. (지금까지는 중성 갓햇든 것이)
그러고 여성은 위대한 거시오 행복된 자인 것을 깨다랏다.
모든 물정이 이 여성의 지배 하에 잇난 것을 보앗고 알앗다.
그리하야 나는 큰 것이 존귀한 동시에 적은 것이 갑 잇난 것으로 보고 십고
나 뿐 아니라 이것을 조선 사람이 알앗스면 십흐다.
(「아아 자유의 파리가 그리워」 1932. 1월호)
6
<스페인 국경> 목판에 유채 23.5 x 33cm
나는 로마 시스지나 궁전에서 미케란제로의 천정화 압헤 섯슬 때
서반아에서 귀재 고야의 무덤과 밋 그 천정화 압헤 섯을 때
나의게 희망, 이상이 용출하엿다.
(1932년 1월호)
7
눈을 감고 잇으랴면 서양에 잇슬 때는 서양의 입체만 보이고 조선의 평면이 보엿든 것이,
조선 오니 조선의 입체가 보이고 서양의 평면이 보인다.
평면과 입체가 합하야 한 물체가 된 것가치 평면 즉 내부가 합하야 일 사회가 성립 된 것이니,
어느 것을 따로 떼어 볼 수가 업다.
(1932년 1월호)
8
<스페인 해수욕장> 1928, 32.5 x 43cm
세상은 이런 세상도 잇고 저런 세상도 잇서 세계 중에는 형형색색의 세상이 만타.
이 세상에서는 저 세상을 동경하고 저 세상에서는 이 세상을 동경하니
어느 것이 조흐며, 어느 것이 나으며, 어느 것이 올흔지,
조금 아는 지식으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1932년 1월호)
9
가자 巴里로, 살러 가지 말고 죽으러 가자.
나를 죽인 곳은 巴里다.
나를 정말 女性으로 만들어준 곳도 巴里다.
나는 巴里 가죽으랸다.
차질 것도 맛날 것도 엇을 것도 업다.
도라올 것도 업다.
永久히가자.
過去와 現在가空인 나는 未來로 나가자.
(1935년 2월호)
나혜석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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