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진짜 문제는 재벌 과두제

2011. 11. 9. 07:46책 · 펌글 · 자료/정치·경제·사회·인류·

 

 

 

(경향신문 2011. 11.9) 


그리스 재벌들은 국가경제가 존망에 달려 있음에도 해외로 빼돌린 자금으로 헐값에 공기업들을 매입할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동유럽 문제 전문가인 영국 언론인 미샤 글레니는 8일자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그리스에 닥친 진짜 위협은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아니라 국가권력과 결탁해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소수 재벌의 ‘과두제(寡頭制)’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글레니는 그리스의 새 연립정부가 외부적으로는 유럽 각국과 구제금융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더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의 산업, 금융, 언론, 정치를 오랫동안 좌우해온 소수의 재벌이 바로 그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그리스는 1975년 민주화 이후에도 오랜 정경유착을 극복하지 못했다. 기업들은 정치권에 압력을 넣어 세제시스템을 바꾸고 탈세를 밥먹듯 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공공부문은 위축됐으며 사회엔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글레니는 그럼에도 그리스 재벌들은 긴축재정을 펴는 그리스 정부가 민영화를 약속한 국가 소유 자산들을 헐값에 사들여 나중에 비싸게 되팔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복권사업과 전기통신 공기업 등이 이들이 노리는 먹잇감들이다. 구체적으로 공기업 매입가격을 제값의 5분의 1 정도로 매겨놓기까지 했다.
해외에 수십억유로를 빼돌린 일부 재벌들은 드라크마화가 재도입될 경우 갖고 있는 유로화를 이용해 가치가 떨어질 드라크마화 가격으로 국가 자산을 살 수 있다는 계산까지 하고 있다고 글레니는 지적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경제위기에 ‘실패한 지도자’로 낙인찍혀 쫓기듯 물러난 것도 이 재벌들의 힘이라고 글레니는 전했다. 파판드레우가 취임 초기부터 기업인들의 부패와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직전까지 가게 된 것은 기업인들의 부패와 탈세 때문이라는 게 파판드레우의 생각이었다. 파판드레우는 취임 직후인 2009년 6월 그리스에 만연된 탈세를 바로잡겠다고 발표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한편 그리스 임시 연립정부의 총리에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될 것이라고 dpa통신이 집권 사회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 8일 보도했다.

 


 

 

 

 

 

 

(PD수첩)

 

일부에서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그리스의 방만한 복지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23%인 약 260만 명이 연금생활자인 그리스는 GDP의 12% 정도가 연금에 사용될 만큼 연금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GDP 대비 연금비율은 다른 유럽국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과다 채용된 공무원이 재정위기를 불러왔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코스타스 치크릭카스’ 그리스 공무원 노조
위원장은 “그리스 전체 공무원들 숫자와 전체 급여 수준은 다른 EU국가들이나 OECD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리스 공무원 수는 근로자 전체의 10% 이하다”라고 반박했다.
취재도중 대부분의 그리스 국민들은 모든 위기의 원인이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가 부정부패로 재정지출을 낭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만연해 있는 탈세에 대해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많은 기업들과 자영업자, 변호사, 의사 등 부유층 탈세는 심각했다.
현재 그리스 사회
에서는 오히려 소득신고를 제대로 해 세금을 올바르게 내는 것을 어리석게 보고 있다. 결국 그리스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부정부패와 탈세는 국민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고 그리스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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