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4. 08:43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칠복이가 등산을 한 게 도대체 몇 년 만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정체 모를 병, 악성종양인지 지방종인지 말고도,
예전부터 있었던 뒷다리 고관절 때문에 산책 정도만 했지, 등산은 엄두를 못냈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제 한 등산이, 아마 5년이 넘어서일 겁니다.
산책가는 코스 중간에 갈림길이 나옵니다.
하나는 늘 다니는 야트막한 둔덕, 포장도로로 이어지다가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하나는 또랑을 건너서 바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들어서는 초입이 약간 가팔라요.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죠? 이 날은 제가 속으로 등산을 한번 시도해볼까 어쩔까 망설였거든요.
아니 근데, 칠복이 이 녀석이 생전 다니지도 않던 그 등산로로 자연스럽게 접어드는 거예요.
전에는 칠복이가 그 길로 가겠다고 기를 써도 제가 못 가게 해서
이제는 그 길을 포기한지가 오래 됐거든요. 5년전부터 그랬으니까요.
물론 산책을 할때는 목줄을 풀어주고 혼자 다니게 합니다.
희한하지요? 제가 그냥 들어온 건지, 산책시키러 온 건지를, 용케 알아채요.
이거, 눈치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텔레파시예요.
나가는 줄 알면 하두 크게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일부러 제가 딴짓을 하다가 갑자기 데리고 나오거든요.
사람간에 통하는 텔레파시는 경험을 한번 해 본적이 있습니다. 소름이 돋더만요.
첫머리 30미터 정도만 올라서면 소나무 숲길이 평평한게 걷기에 좋습니다.
산 위에까지야 못 올라가지요. 중간에 약수터 쪽으로 돌아서 하산하는 길이 있습니다.
딱 알맞은 위치에 먹일 물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여름에 산책시킬 때는 제가 물통을 들고 다닐 정도로 칠복이가 물을 많이 먹어요.
아무튼 어제는 평소의 산책거리보다 3~4배는 더 걸었습니다. 그것도 산길로요.
오늘부터 몇 일 간은 꼼짝을 못하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잘 돌아다녀요.
외려 꿀맛을 들인 눈치입니다. 또 나가자는 눈치예요.
앞으로 첫눈 오기 전까진 자주자주 등산을 시켜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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