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9. 10:20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요즘은 제 주변에서 죽는 개를 참 많이 봅니다.
지금 이 개는 푸들인데, 이름이 ‘바니’입니다.
나이가 열 세살인가 되었습니다. 제가 5년 넘게 봐왔죠.
보름 전쯤에 죽었습니다.
개 여주인이 저보다 두 세살 위인데,
좀 주책바가지입니만 ‘바니’만큼은 끔찍하게 보살펴 주었습니다.
‘바니’가 머리와 발에 종양이 있었어요.
머리는 한번 수술해줬었는데, 또다시 생기더군요.
머리 한복판이라서 수술하기도 어렵게 생겼습니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백내장 때문인지 앞을 못 봅니다.
그래도 한쪽 눈은 희미하게나마 볼 수가 있었는데,
작년부터는 그 마져도 멀어버렸습니다.
집안에서 돌아다니다가 쿵쿵 박는다는군요.
눈도 눈이지만, 걷는 것도 힘들어해서 거의 안고 다녔습니다.
그래도 나가자고 보챈답니다.
병원에서 죽었습니다.
입원시키고 다음날 가보니까 죽어있더라는군요.
그 M동물병원, 저도 칠복이 때문에 두 번 갔었는데, 수의사가 젊은데 못 된 놈입니다.
명색이 수의사란 놈이 칠복이가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해요. 그런 놈이 어떻게 수의사를 하겠다는 건지....
칠복이 혹을 보여주며, 이게 뭐냐니깐 횡설수설해요. 그러면서도 수술하재요.
대학병원에서 악성종양이 의심된다더라는 얘기까지 해주었는데도요.
기가 차서, 그러면 수술은 어떻게 할 거냐니깐..... "&^%%$#*@" .. 뭐라고 우물거리는 건지 원.
아주 무책임한 놈이예요.
이번에 ‘바니’ 죽은 것도 그렇습니다.
발에 있는 혹은 새삼스레 제거할 이유가 없었어요.
암튼 그 혹을 제거했더니 피가 멎지를 않더라는군요.
그것때문에 병원에 갔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제가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바니’ 혼자 떼어놓고 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바니’는 또 얼마나 무서웠을까.....
거기다가 그런 식으로 죽어버렸으니.... 많이 속상했겠죠.
¢
제 누나는 개를 세 마리 네 마리 기르면서 온갖 호들갑을 다 떤답니다.
그러면서도 개가 죽을때는 한번도 곁을 지켜주지 않았어요.
전에 ‘가을이’가 죽을둥 말둥 할 때에도,
자기는 여성회관에 중요한 모임이 있다면서 저보고 딜다봐달라고 합디다.
그 때 죽지 않고 몇 일 지나서 죽었는데,
곧 죽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지 시골집으로 데려가자고 하더군요.
글쎄, ‘가을이’가 제 목소리를 듣더니 일어나는 거예요.
누나가 신기하대요. 며칠째 꼼짝도 않고 누워만 있었다는데요.
시골집 데려가서는 바로 죽었습니다.
숨이 멎는 순간을, 누나가 아니고 제가 보듬어 안아주었습니다.
“'후우우―”하며 마지막 길게 내몰아 쉬던 숨, 쭉 뻗던 다리, 지금도 생생해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평소에 따르던 제가 곁에 있어서 안심하고 편하게 죽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는 오로지 주인만 바라보며 의지해서 사는 동물 아닙니까?
그런데 죽을 때 옆에 주인이 없다고 해보세요. 얼마나 두렵겠습니까?
누나는 개주인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무섭다는 건 핑게가 될 수 없어요.
임종을 지켜준다는 것, 가벼이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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