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4. 23:24ㆍ詩.
아흔아홉살. 살아있는 것만도 힘겨운 나이다. 그런데 그 나이에 시집을 냈다.
그것도 평생 처음 낸 시집이다.
그리고 그 시집은 출간 6개월만에 일본에서 70만부가 넘게 팔렸다.
올해 일본 출판계 최고의 스타가 된 99세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 얘기다.
평생을 글쓰는 일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할머니. 시 쓰는 법을 배워 본 적도 없다.
90 넘어 거동이 불편해진 할머니가 노년의 즐거움으로 삼았던 춤을 출 수 없게 되자
아마추어 시인인 아들은 소일거리로 할머니에게 시를 써볼 것을 권했다.
그때가 92세때 였다고 한다.
시바타 할머니는 밤마다 시를 썼고 토요일이면 찾아오는 아들에게 자신이 쓴 시를 보여줬다.
그리고 함께 얘기를 나누며 시를 다듬었다고 한다.
시바타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겨우 마쳤다.
음식점과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다 요리사 남편을 만나 외아들을 낳았고
집에서 재봉일을 하면서 가난한 살림을 꾸려온 우리 주변의 많고 많은 장삼이사 중 한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시가 사람들 마음에 가 닿은 것은 100년 가까운 세월 온갖 풍상을 묵묵히 견디면서 살아낸 이가
인생에 대해 들려줄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시가 처음 활자로 인쇄된 것은 일간지 독자들의 시 투고란에 실리면서다.
매일 게재되는 '아침의 시' 코너를 맡고 있던 담당자가 할머니의 시에 반해 시집출판을 적극 권했고
할머니는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준비해놓았던 100만엔을 아들에게 건네면서 시집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편지봉투 크기에 표지도 없는 첫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정식 출판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서점에는 진열되지도 못했다.
주문이 오면 한권에 500엔씩 받고 우편으로 부쳐줬다.
그런데 초판 3,000권이 1주일 만에 다 팔렸고 다시 또 찍어서 몇천권을 팔았고
그러다 한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지난 3월 정식 시집을 내놓게 됐다.
흔히 우리네 삶을 한편의 드라마 혹은 연극이라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각자 자기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반드시 찾아온다…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 (*)
신복례/ LA 중앙일보 10월30일자>
말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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