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 식해

2011. 5. 4. 21:30책 · 펌글 · 자료/생활·환경·음식

 

 

 

해여, 오늘밤은 이렇게 무더워 나는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거리를 거닙네.

맥고 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거리를 거닐면 어데서 닉닉한 비릿한 짠물 내음새 풍겨 오는데,

동해여 아마 이것은 그대의 바윗등에 모래장변에 날미역이 한불 널린 탓인가 본데

미역 널린 곳엔 방게가 어성기는가,

도요가 씨양씨양 우는가, 안마을 처녀가 누구를 기다리고 섰는가,

또 나와 같이 이 밤이 무더워서 소주에 취한 사람이 기웃들이 누웠는가.

분명히 이것은 날미역의 내음새인데 오늘 낮 물기가 쳐서 물가에 미역이 많이 떠들어 온 것이겟지.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날미역 내음새 맡으면 동해여,

나는 그대의 조개가 되고 싶읍네.

어려서는 꽃조개가, 자라서는 명주조개가, 늙어서는 강에지조개가.

기운이 나면 혀를 빼어 물고 물 속 십 리를 단숨에 날고 싶읍네.

달이 밝은 밤엔 해정한 모래장변에서 달바라기를 하고 싶읍네.

궂은 비 부슬거리는 저녁엔 물 위를 떠서 애원성 이나 부르고,

그리고 햇살이 간지럽게 따뜻한 아침엔

이남박 같은 물바닥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놀고 싶읍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정말 조개가 되고 싶은 것은

잔잔한 물밑 보드라운 세모래 속에 누워서

나를 쑤시러 오는 어여쁜 처녀들의 발뒤꿈치나 쓰다듬고

손길이나 붙잡고 놀고 싶은 탓입네. 

 

동해여!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조개가 되고 싶어하는 심사를 알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는 밤이면 그대의 작은 섬

-사람 없는 섬이나 또 어느 외진 바위판에 떼로 몰려 올라서는 눕고 앉았고

모두들 세상 이야기를 하고 지껄이고 잠이 들고 하는 물개들입네.

물에 살아도 숨은 물 밖에 대고 쉬는 양반이고

죽을 때엔 물 밑에 가라앉아 바윗돌을 붙들고 절개 있게 죽는 선비이고

또 때로는 갈매기를 따르며 노는 활량인데

나는 이 친구가 좋아서 칠월이 오기 바쁘게 그대한테로 가야 하겠습네.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친구를 생각하기는

그대의 언제나 자랑하는 털게에 청포채를 무친 맛나는 안주 탓인데,

정말이지 그대도 잘 아는 함경도 함흥 만세교 다리 밑에

님이 오는 털게 맛에 해가우손이를 치고 사는 사람입네.

하기야 또 내가 친하기로야 가재미가 빠질겝네.

회국수에 들어 일미이고 식혜에 들어 절미지.

하기야 또 버들개 봉구이가 좀 좋은가.

횃대 생선 된장지짐이는 어떻고.

명태골국, 해삼탕, 도미회, 은어젓이 다 그대 자랑감이지.

그리고 한 가지 그대나 나밖에 모를 것이지만

공미리는 아랫주둥이가 길고 꽁치는 윗주둥이가 길지.

이것은 크게 할 말 아니지만 산뜻한 청삿자리 위에서 전복회를 놓고

함소주 잔을 거듭하는 맛은 신선 아니면 모를 일이지.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전복에 해삼을 생각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있습네.

칠팔월이면 으레히 오는 노랑 바탕에 까만 등을 단 제주 배 말입네.

제주 배만 오면 그대네 물가엔 말이 많아지지.

제주 배 아즈맹이 몸집이 절구통 같다는 둥, 제주 배 아뱅인 조밥에 소금만 먹는다는 둥,

제주 배 아즈맹이 언제 어느 모롱고지 이슥한 바위 뒤에서 혼자 해삼을 따다가 무슨 일이 있었다는둥……,

참 말이 많지.

제주 배 들면 그대네 마을이 반갑고 제주 배 나면 서운하지.

아이들은 제주 배를 물가를 돌아 따르고 나귀는 산등성에서 눈을 들어 따르지.

이번 칠월 그대한테로 가선 제주 배에 올라 제주 색시하고 살렵네.

 

내가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제주 색시를 생각해도

미역 내음새에 내 마음이 가는 곳이 있습네.

조개껍질이 나이금을 먹는 물살에 낱낱이 키가 자라는 처녀 하나가 나를 무척 생각하는 일과,

그대 가까이 송진 내음새 나는 집에 아내를 잃고 슬피 사는 사람 하나가 있는 것과,

그리고 그 영어를 잘하는 총명한 4년생 금이가 그대네 홍원군 홍원면 동상리에서 난 것도 생각하는 것입네.

 

<백석. 「동해」/ 동아일보 1938.6.7)

 

 

 

 


태창난젓과 거친 고추찌꺼기와 막칼질한 무를 비벼 익혔다니,

북관 음식 가재미식해와 '다대기' 맛을 떠올려 봅니다.

젓갈의 비리고 고리한 맛과, 고추의 맵고 얼큰한 맛과, 무의 달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푹- 익었겠습니다.

그게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냄새에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맛이라니,

또 그게 북쪽 끝 여진의 살내음이고 남쪽 끝 신라 백성의 향수라니,

한반도의 천년을 종(縱)하고 횡(橫)하는 시인의 미각 앞에 기꺼이 무릎은 꿇어집니다레~.

<정끝별.시인>

 

 

 

 

 

 

 

가자미 식해 만들기

 

 

펌1. 

 

 

가자미식혜는 식혜(食醯)가 아니라, 식해(食醢)라고 불러야 맞는 말이라고 잘난 척을 있는대로 하는 친구가 있다.

식혜는 물기가 풍부한 음식이고, 식해는 비교적 물기가 없는 음식이라는 설명이다. 

생선이 주된 재료이면서 발효시킨 음식이므로 젓갈을 뜻하는 식해(食醢)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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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올릴 제수거리를 구입하러 통영의 어시장에 들렸더니이 동네에선 쌀가자미라고 부르기도 하는 싱싱한 참가자미가 있었다.

 

오래전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는 가자미식해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때는 가자미식해를 만들어서 발효시키느라 뜨거운 온돌방에 이불까지 덮어서 모셨다.

 

결과는?

가자미는 익어서 삶은 생선이 되어버리고,무를 포함한 나머지 재료는 완전 식초가 되어버렸다.

 

설이 되기 전에 가자미식해를 만들어 숙성시킨지 꼭 일주일이 되었다.

물기가 자작하게 생긴 것이며, 익은 냄새며, 맛도 전에 먹어 보았던 가자미식해에 가깝다.

지느러미 부분의 뼈도 물렀는지 씹히지않는다.  이번에는 제대로 성공한 듯 싶다.

다음번에 다시 만들 때 참고하기 위해 정리해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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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적으로는 싱싱한 가자미여야 한다.

가자미의 비늘을 치고 내장을 걷어낸 다음, 꼬리와 지느러미도 잘라내어 단정하게 이발한 모습으로 다듬는다.

 

가자미들이 한결같이 알배기여서 알을 꺼내버려야 할 것인가 잠시 망서렸다.

하지만 명란젓이나 대구알젓같은 것도 있기에 알을 그냥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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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듬은 생선을 깨끗히 씻어 소쿠리에 건져서 물기를 어느 정도 뺀 다음에 천일염을 골고루 뿌려둔다. 

소금이 녹기 시작했을 때쯤에 아래에 있던 생선을 위로, 위에 있던 생선을 아래로 자리바꿈을 해주어 소금간이 골고루 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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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루 정도 지나서 간이 골고루 배였을 쯤에 다시 찬물에 잘 헹궈서 추운 데서 건조시킨다. 

아예 바깥에서 건조시키다간 까치나 독수리에게 뺏길 우려가 있어서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고 실내에서 건조시켰다.

 

4. 하루와 반나절동안 건조시킨 후에 거둬들였다.

머리부분을 떼어서 버리고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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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엿기름을 체에 쳐서 가루만 준비하여 썰어둔 가자미에 조금만 뿌려서 버무려둔다. 

엿기름가루의 양은 단맛이 너무 날 것이 염려되어 아껴가며 조금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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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엿기름가루를 뒤집어 쓴 가자미에 다시 고운 고추가루와 마늘 다진 것은 충분히,

생강 다진 것은 비교적 조금만 넣고 버무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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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자미에 양념이 배는 동안, 무를 깨끗히 씻어서 칼질이 서툰 사람처럼 굵은 채를 썬다.

그리고는 소금간을 알맞게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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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소금간이 충분히 된 무를 건져서 꼭 짠다.

짠 다음에 생강 다진 것 약간과 넉넉한 분량의 고운 고추가루와 마늘 다진 것,

그리고 잘게 썬 조선파를 넣고서 함께 버무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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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제 조밥을 준비할 차례다.

메조를 구하지 못해서 대신 차조로 밥을 했더니, 조들끼리 서로 뭉쳐 떡처럼 되어서 골치가 아프다. 

여기에 무 절이면서 나온 물을 조금 넣고서 달랬더니 약간은 분리도 되고 간도 적당히 되어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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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조밥에도 엿기름을 약간 뿌리고, 고운 고추가루로 붉게 물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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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버무려두었던 가자미와 무, 그리고 조밥을 모두 합하여 골고루 버무린 후에 용기에 담아 꼭꼭 눌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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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실온(대충 섭씨 18도에서 20도 정도?)에 일주일간 둔다. 물론 이불같은 것도 덮어두지 않았다.

 

13. 국물이 자작하게 생기고 맛이 제대로 들었다싶으면, 찬 곳에 보관해두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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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현무님의 살아 있는 날들에서..


 

 

 

 

 

 

 

 

펌2

 

작년, 재작년에는 누가 줘서 얻어 먹었는데 올해엔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물론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김성옥권사가 하는 것이지만...ㅎㅎ

 

먼저 수산시장에 가서 참가자미 손바닥만한 것을 사서 머리와 지느러미 다 잘라내고 내장(얼마 안된다) 빼고,

비늘 벗기고... 깨끗하게 다듬는다.

(아무때나 가도 좋지만 새벽에 가면 신선한 것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또 이것은 일반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로 깨끗이 씻어낸 다음 칼집을 내고 소금을 약간 뿌려 서늘한 곳에서 꾸득꾸득하게 잘 말린다.

(여름에는 쉽게 상하니까 겨울이 제철인듯) 

 

 

 

 

 

 

 

한나절에서 하루 정도면 꾸득꾸득하게 마르는데, 마르는 동안 조밥을 해서 식히고 무를 썬다.

요즘 무가 맛이 좋은 철이니 큰 무를 깨끗하게 닦아 껍질을 잘 벗기고 채를 썰되, 너무 잘게 썰지 않고 큼직큼직하게 썬다.

잘 썰어서 소금을 뿌려 숨을 죽인다. (내가 짠 것을 싫어해서 약간만 넣었다)

의외로 무가 많이 들어가니 넉넉하게 준비한다. 

 

 

 

 

 

 

조밥은 고두밥을 한다.

차조는 안되고 메조로 밥물을 적게 부어 꼬들꼬들하게 밥을 지어 시원하게 말린다. 

 

 

 

 

 

 

밥이 익는 동안 숨죽은 무에 고춧가루를 뿌린다.

고춧가루는 매콤한 맛과 함께 빨갛게 예쁜 색도 만들어 준다. 

 

 

 

  

 

 

이제 준비가 다 됐다.

   

 

 

 

 

양념이 잘 배도록 김장 속 버무르듯 잘 섞어 준다.

가자미가 터질까봐 조심스러웠는데 잘 말라서 그냥 마구 섞어도 괜찮았다. 

 

 

 

 

 

 

이제 한 20일 기다리면 맛있는 가자미식해가 된다...

 

 

 

 

* 재료 :

 

1.가자미 한 상자 (100 마리 정도, 예상보다 많았다.)

2. 소금 약간

(짠 것이 싫어서 조금 넣었는데 소금을 너무 적게 넣으면 나중에 하얗게 곰팡이가 핀다는데

곰팡이가 피면 걷어내면 될 것이고, 소금은 집에 있던 것인데 2년 동안 간수 뺀 것을 썼음)

 

3. 무우는 큰 것으로 12개를 넣었는데, 있었으면 한 두어 개 더 넣었으면 싶었다.

(무우는 충분히)

(무는 물이 많이 안나는 것으로 흙무를 잘 골라야 한다. 깨끗하게 세척된 물이 많은 무는 나중에 물러버린단다) 

 

4. 고춧가루는 집에 있던 태양초 잘 간 것, 아주 보드랍고 색깔 좋은 것,

 

5. 조밥은 압력솥으로 1Kg을 했고...

 

6. 이 외에 다진 마늘을 약간 넣었고 다른 것은 일체 넣지 않았다.

 

 

 

올해 맛있게 잘되면 내년엔 주문 판매를 해볼 생각이다.

 

 

 

 

 

 

 

 

 

 

 

 

 

3. 속초에서 인터넷 판매

 

 

 

1. 가자미 비늘 제거하고 세척한 상태  

 

 

 

 

2.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소금에 절인 상태

 

 

 

 

3.메좁쌀 찌는 모습

 

 

 

 

 

 

4. 가자미, 메좁쌀, 양념을 버무린 모습

 

 

 

 

5. 무우를 절여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모습

 

 

 

 

 6. 2~3일동안 삭힌 가자미와 무를 같이 버무려 다시 삭힌다.  

 

 

 

 

 

☞이미지는 통가자미이나 배송되는 것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은 가자미입니다.

▩ 규격 및 가격:1kg(17,000원), 500g(9,000원) 원산지: 동해안(속초)

 

 

 

 

<주문 정보>

 

우체국 택배/ 택배비 3000원(50,000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

월~금요일 오후 2시 이전 주문은 당일 발송

전화 : 033-633-6437 . 011-447-7664

입금계좌. 농협 251-02-269831 박용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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