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유명 막국수집

2010. 7. 26. 12:36책 · 펌글 · 자료/생활·환경·음식

 

 

 

 

 

 

올여름에도 변함없이 강원도의 7번·44번·46번·56번 국도에 휴가용 차들이 몰리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쭉쭉 내닫는 국도를 벗어나 굽이굽이 지방도로에 들어서면 금방 바람의 세기와 풍경이 바뀐다.

차가운 계곡물과 짙은 나무 그늘 그리고 짙푸른 바다….

그런데 이 좋은 휴가지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음식을 찾아 갈팡질팡하거나 삼겹살을 굽는다.

그게 아니면 통닭을 뜯거나 속풀이 라면을 후루룩거리거나….

그러나 청정 강원도에서는 역시 '슬로푸드'가 제격이다.

한여름에는 그중에서도 메밀을 빻고, 주무르고, 치대고, (가늘게) 뽑고, 삶아서 차게 먹는 막국수가 상수다.

맛이 시원하고 구뜰한 데다 가격도 착하기 때문이다.

물론 강원산 막국수라고 해서 모두 감칠맛이 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시장 냉면보다 더 달고 질겨서 조갈이 이는 진짜 '막 만든' 막국수도 적지 않다.

다행히 강원도 구석구석에는 담백하고 구수한 막국수집이 꽤 많다.





 

그중 트위터 사용자들이 추천한 30여 곳과 만화 < 식객 > 에 소개된 10여 곳,

기자의 강원도 지인들이 소개해준 6곳을 모아봤다(오른쪽 명단 참조).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곳을 추려보니

 

유포리막국수(춘천)·도촌막국수(양구)·남북면옥(인제)·

백촌막국수(고성)·단양면옥(양양)·동해면옥(주문진)·

현대막국수(평창 봉평)·장원막국수(홍천)가 꼽혔다.

 

과연, 이들 막국수 집의 면발과 육수 맛은 입소문만큼 특별할까.

군침을 삼키며 막국수 순례에 나선다

(이하 음식에 대한 평은 어려서부터 막국수를 먹었지만 비교적 미각이 둔한 기자와,

후각·미각이 제법 예민한 전주 출신의 백승기·이정현 기자의 입맛을 합한 것임을 밝힌다).

 

 

 

 
 

'옛 맛' 생생한 유포리막국수

 

첫 행선지는 소양댐 아래 유포리막국수.

자동차가 막 국도에서 벗어날 무렵 언뜻 부드러운 면발과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떠올랐다.

꿀꺽. 얼마 만에 맛보는 '춘천 막국수'던가.

좁은 수로를 건너 과수원 옆을 지나자 드디어 유포리막국수 간판이 보인다.

소문난 집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마당에서부터 면 삶는 향이 은은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맑은 동치미 국물을 내민다.

시장기를 가셔내라는 뜻으로 알고 한 국자 떠서 혀끝으로 살살 건드려보니,

오호 슴슴하면서 제법 선뜻한 맛이다. 뒷맛도 시원했다.

곧이어 메밀 면을 양념장·참깨·김 가루로 비빈 뒤 우물거려보니 예상과 달리 매콤한 맛이 아니라 간간짭짤하다.

마른 찰흙 색의 면은 찰기가 적당해서 식감이 좋았다.

비빈 면 위에 동치미 국물을 붓고, 식초·겨자를 뿌린 뒤 면을 후루룩 빨아올리니 지친 몸이 깨어나는 듯했다.

대를 이어 '40년 유포리막국수'를 지키고 있는 여주인은 "옛 맛이 살아 있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비결은 따로 없다. 짭조름한 장과 슴슴하면서 산뜻한 동치미 국물 덕이다"라고 말했다.

 

 

 

 

칼칼한 맛 도촌막국수

다음 행선지는 20년간 메밀 면을 뽑아왔다는 양구 도촌막국수.

고백건대, 이 집은 기자의 고향집과 2km 남짓 떨어져 있어서 1년에 두어 번씩 들르는 곳이다.

평소처럼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를 시켰다.

어, 그런데 예전 맛과 조금 달랐다. 양념은 더 칼칼한 듯 드센 데다 치킨 소스 냄새 같은 향까지 났다.

메밀껍질이 섞여 거뭇거뭇한 면과 사골을 우려 만든 육수도 감동이 덜했다

(그러나 양념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행히 한여름임에도 서근서근한 백김치와 무김치가 아쉬운 입맛을 달래주었다.

 

 





ⓒ시사IN 백승기 인제 남북면옥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막국수(아래)의 면을 뽑고 삶는다(위).

100% 메밀가루의 조화, 남북면옥

인제 남북면옥은 50여 년 동안 읍내에서 영업을 했다는데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읍내 외진 곳에 있는 데다 옆으로 비슷한 골목이 많은 탓이다.

 

40대 여주인은 주문과 동시에 메밀 면을 뽑고 삶았다.

100% 메밀가루여서인지 면은 흰빛이 강했다. 어, 그런데 면을 맹물에 헹구는 게 아닌가.

냉면처럼 얼음물에 씻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보다 더 찬물에 씻으면 면이 뻣뻣해진다"라고 여주인은 말했다.
맑은 동치미 국물을 붓고 양념장을 살짝 풀어 면 맛부터 음미해봤다.

오, 툭툭 끊긴 면이 입안을 동글동글 구르며 풍미를 돋운다.

이어서 입속에 착 감기는 구수한 메밀 향. 몇 젓가락을 더 먹고 나자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온몸이 향긋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쉬운 점은 여주인이 "다른 집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다"라고 자랑한 편육을

바쁜 일정 때문에 한 점도 못 먹어보고 떠나야 했다는 것.

 





ⓒ시사IN 백승기 백촌막국수의 구수한 면과 삼삼한 동치미 국물.

 

엄지손가락이 저절로…백촌막국수

편육을 못 먹기는 고성 백촌막국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이 그 집 편육 맛을 예찬했기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미리 전화를 해서 "편육 좀 남겨달라"고 했더니,

이미 오늘 몫을 다 팔았단다.

다행히 100% 메밀가루로 만든다는 막국수는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곱다랗게 보이는 면에 달곰삼삼하고 시원한 동치미를 붓고, 한 젓가락 후루룩 말아 먹으니 면발이 툭툭 부드럽게 끊겼다.

이어서 입속 가득히 번지는 은은한 구수함. 메밀 면의 식감은 살짝 거칠었는데 그 자극이 오히려 풍미를 돋웠다.
동행한 기자들이 면과 동치미를 가리키며 슬쩍슬쩍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실제 동치미는 무만 따로 모짝모짝 먹어도 웬만한 과일 부럽지 않았다.

담백하고 구수한 면은 이 집만의 별식이라 할 매콤달큰한 이북식 명태무침(식해)과도 궁합이 잘 맞았다.

두 음식이 어울리며 어찌나 복잡한 맛을 내는지, 마치 두 음식이 입속에서 마술을 부리는 듯했다.

그런데도 백촌막국수를 떠나면서 아쉽게 뒤를 돌아보았다. 오로지 편육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시사IN 백승기 송월메밀국수의 두부(맨 위)와 메밀국수(위).

          송월메밀국수의 두부 맛

양양에서는 조금 갈팡질팡했다. 처음 가보려 했던 곳은 양양읍내에 있는 단양면옥.

그런데 현지에서 만난 지인들이 "과거에 비해 맛이 변했다"라며 다른 곳을 추천했다.

결국 찾아간 곳이 양양오토캠핑장 인근 송월메밀국수.

식전이라 메밀국수와 두부를 나란히 시켰다.

독특하게 문어수육이 있었지만 이른 아침이라 눈요기로 만족했다.
두툼한 두부는 담백하면서 고소했다.

그 위에 들기름과 간장·참깨가루·고춧가루로 무친 부추를 얹어 입안에 넣자 다양한 미향이 입맛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메밀국수는 두부를 먹은 탓인지 남북면옥이나 백촌막국수보다는 개성이 덜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면을 뒤덮은 김 가루와 참깨가루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달콤새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식객이라면 의외로 배 두드리며 즐겁게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사IN 백승기 대동면옥의 편육(위)과 회비빔막국수(아래).

           가자미식혜와 편육의 오묘한 만남, 대동면옥

인터넷 사진으로 보니 주문진 대동면옥(1996년 개업)은 현대화된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곳에 비해 규모도 크고 종업원도 다수였다.

일단 두 번이나 먹을 기회를 놓친 편육과 회비빔막국수를 시켰다.

회비빔막국수라니, 처음 접하는 메뉴라 잔뜩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회비빔막국수를 보는 순간 살짝 실망했다. 가자미식해를 고명으로 얹은 막국수였던 것이다.
가자미식해는 백촌막국수의 명태무침과 맛과 식감이 비슷했다.

면발은 냉면과 국수의 중간쯤 됐는데, 입속에서 툭툭 끊어진 뒤 탱글탱글 돌아다녔다.

간장보다 엷고 커피보다 진한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그 위에 겨자와 식초를 넣고 비비자 알알하고 매옴한 맛이 구미를 당겼다. 그렇다면 맛은?

★ 다섯 개 중에 세 개 네 개 사이?
무뚝무뚝 잘라 삶아낸 편육은 씹기에 쫀득쫀득 말랑말랑했고, 뒷맛이 꽤 고소했다.

거기에 가자미식해와 마늘을 곁들여 씹으니 달콤하고 알싸하고 오묘한 맛이 소용돌이쳤다.

씹을수록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라는 생각도 새록새록.

누군가 굳이 '대동면옥의 편육과 막국수 중에서 어느 편을 들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편육에 한 표!





ⓒ시사IN 백승기 현대막국수의 매콤한 메밀전병과 막국수.

           특별한 메밀전병, 현대막국수

만화가 허영만씨는 <식객> 에서 현대막국수·진미막국수·봉평촌막국수를 봉평(평창) 3대 막국수 집으로 꼽았다.

마음 같아서는 세 곳에서 모두 맛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위장도 부족했다.

결국 최종 선택한 곳은 '개업 40년' 되었다는 현대막국수.

유명한 덕인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손님이 제법 많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유명인들의 사인과 낙서, 낙서….
특이하게도 이 집 막국수에는 양배추·상추 채가 들어갔다.

양념은 톡 쏘는 듯 강했고, 고춧가루 냄새가 비교적 진했다.

슥슥 비벼서 한입 먹어보니 생각보다 면이 부드럽게 끊기며 입속을 뒹굴었다.

육수는 새콤달콤한 동치미. 한 모금 마시니 온몸이 시원했다.

인 최창길씨는 "과일·야채 등으로 만든 육수라 해장국보다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김치를 메밀전에 잘게 썰어넣고 둘둘 말아 부치는 메밀전병도 한 입 베어 먹어보았다.

빨갛고 새콤매콤한 소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푸릇푸릇하고 매콤한 소가 잡채·두부와 함께 들어 있었다.

피도 좀 두꺼운 듯싶었다.

그러나 주인 최씨는 "우리 집 메밀전병은 신선한 맛이 자랑이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소를 바꾸는 덕이다"라며, 자긍심이 대단했다.

실제로 몇 번 더 곱씹어보니, 과연 메밀의 담백함과 신선한 매콤함이 꽤 잘 어울렸다.





ⓒ시사IN 백승기 장원막국수의 면은 신선한 메밀가루로만 만든다.

           신선한 메밀 향, 장원막국수

마지막 행선지는 홍천 장원막국수.

문을 연 지 10년밖에 안 되었지만 막국수계에서 '신흥 강자'로 꼽히는 집이다.

주인 이경희씨에 따르면, 장원막국수에서는 수시로 메밀을 찧어서 그 가루를 재료로 쓴다.

"메밀가루는 한 자루 안에 있어도 위에 있는 것과 아래에 있는 것의 신선도가 다르다.

하물며 주(週)가 다르고, 달이 다른 메밀가루는 말하나 마나다"라고 이씨는 말했다.

게다가 찰기를 유지하려 최대한 반죽을 치댄다고.
과연, 100% 신선한 메밀가루로 만들었다는 면은 부드럽고 담백했다.

은은한 메밀 향도 비교적 더 풍부했다.

사골 육수를 붓고 양념장과 식초·겨자를 풀고 먹어보니, 매콤하면서 고소한 향이 슬쩍슬쩍 코끝을 스쳤다.

툭툭 끊긴 면은 마치 간질이듯 입속을 뒹굴고….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자,

주인 이경희씨가 빈 그릇에 면 삶은 뜨끈한 물을 부어 마시면 좋다고 일러준다.

고소하고 매콤한 양념 향과 은은한 메밀 향이 뒤섞인 국물을 '원샷'하니

막국수 순례로 생긴 피로가 훌쩍 날아가는 듯했다.


글·오윤현 기자/사진·백승기 기자 /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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