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8. 11:49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꽃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인 줄은 그때까지 정말 알지 못했다.
가까이 서기조차 조심스러운, 애처롭도록 연약한 꽃잎이며
안개가 서린 듯 몽롱한 잎새, 그리고 환상적인 그 줄기가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아름다움이란 떨림이요 기쁨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때부터 누가 무슨 꽃이 가장 아름답더냐고 간혹 소녀적인 물음을 해오면
언하에 양귀비꽃이라고 대답을 한다.
이 대답처럼 분명하고 자신만만한 확답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절절한 체험이었기 때문이다.
하필 마약의 꽃이냐고 핀잔을 받으면,
아름다움에는 마력이 따르는 법이라고 응수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장미꽃이 들으면 섭섭해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 해 여름 아침 비로소 찾아낸 아름다움이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내게는 오늘 아침에 문을 연 장미꽃이
그 많은 꽃 가운데 하나일 수 없다.
꽃가게 같은 데 피어 있을 그런 장미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꽃에는 내 손길과 마음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생 텍쥐페리의 표현을 빌린다면,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보낸 시간 때문에 내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이다.
그건 내가 물을 주어 기른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그 장미꽃이니까.
흙 속에 묻힌 한 줄기 나무에서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건이야말로, 이 '순수한 모순'이야말로
나의 왕국에서는 호외號外 감이 되고도 남을만한 일이다.
- 법정스님 -
법정스님도 양귀비꽃을 좋아하셨구만요.
저거 기르면 불법인데? 어디에다 안 들키게 심으셨을까?
진짠지 모르겠는데, 항공촬영을 하면 다 나온다더라구요.
한 대궁씩 여기 저기 흩뿌려 심으면 못찾을 것 같은데.....
제 기억에 아버지가 양귀비를 두 번 심으셨어요. 십년쯤 됐나?
한 번은 앞마당 화단에다 두 대궁을 심으셨는데,
제가 "저거 양귀비 아녜요?" 하고 단박에 알아차리자, 곧바로 없애셨더군요.
그리고 3년쯤인가 지나서 뒤란에 한 대궁 심으셨길래 아뭇소리 안했습니다.
꽃이 굉장히 화려하지요. 양귀비에 비견될 만한 꽃은 없을 겁니다.
이십 몇 년쯤 전에,
서산 개심사 올라가는 언덕 길갓집에서 이 양귀비를 재배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눈에 안 뜨이게 뒷뜰에다 비닐하우스 해서 심었더군요.
잎사귀로 쌈을 싸먹어 봤는데 별 맛은 모르겠습디다. 진액이 허옇게 나오더군요.
어려서는 어디 아프기다기만 하면 저걸 먹였던 기억이 납니다. 가정상비약이었죠.
배앓이에 직빵이라고 들었습니다.
저거 한 덩어리 다 씹어먹으면 죽을라나요?
'행복한 날이여' .. 주해리 (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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