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귀절 모음

2011. 4. 11. 11:59詩.

  

 

 

 

원을 긋고 달리면서 너는 빠져나갈 구멍을 찾느냐?

알겠느냐? 네가 달리는 것은 헛일이라는 것을.

정신을 차려. 열린 출구는 단 하나밖에 없다.

네 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라.

 

─ 에리히케스너, '덫에 걸린 쥐에게'

 

 

 

 

 

 


                
Charles Philipon, c. 1833 / Unbaked clay, tinted, 16,4 x 13 x 10,6 cm/Musée d'Orsay, Paris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이 세상에 와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라는 것 중에

두근거리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 안도현, '목련'

 

 

 

 

 

그 많고 환한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닐 거야

 

─ 안도현, '살구나무 발전소'

 

 

 

 

 

어제도 그랬다  길 가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새끼들 데리고 요즘 어떻게 먹고사냐고, 근심스럽다는 듯이

나의 경제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이 물었을 때

나는 그랬다  살아보니까, 살아지더라, 잘 먹고 잘 산다고

그게 지금은 후회된다  좀 더 고통의 포즈를 취할 것을

 

─ 안도현, '나의 경제'

 

 

 

 

  

 

아침에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가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 뒤져

백오십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 천상병, '비 오는 날'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 천상병, '주막'

 

 

 

 

 

한 때는 우주 끝까지 갔단다

사랑했던 여인

한 봄의 산 나무 뿌리에서

뜻 아니한 십 센티쯤의 뱀 새끼 같이

사랑했던 여인

그러나 이젠

나는 잠 좀 자야겠다

 

─ 천상병, '간 봄'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간다

나 먼저 커피 줘라 나 먼저 커피 줘라

저 손님보다 내가 먼저 왔다

나 먼저 줘라

 

─ 정태춘 노래, '사람들'

 

 

 

 

 

잘 익은 똥을 누고 난 다음

너, 가련한 육체여

살 것 같으니 술 생각 나냐?

 

─ 김형영, 일기

 

 

 

 

 

 



                Guizot or the Bore / 1832-33, Painted clay, height 22 cm / usée d'Orsay, Paris

 

 

 



마른 나무잎을 본다.

살아서, 사람이 어떻게

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 정현종, 마른 나뭇잎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 황지우, '겨울산'

 

 

 

 

 

 

달팽이와 함께!

 

달팽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도달할 뿐이다

 

─ 박찬일, '우주를 건느는 법'

 

 

  

 

 

 

 


       Charles Philipon /c. 1833, Unbaked clay, tinted, 16,4 x 13 x 10,6 cm /Musée d'Orsay, Paris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 이윤학, '첫사랑'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 황인숙, '꿈'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영원한 트라이 앵글

 

─ 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그녀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여러번 만지작거렸지만

통화를 시도하진 않았다.

우연을 더는 연장하고 싶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 나희덕, '서시'

 

 

 

 

 

 

잘 가거라

오늘은 너무 시시하다

 

 

 

 

 

 

01. 첼로 피아노 - 비단향꽃무

02. 섹소폰 - 베사메 무초

03. 섹소폰 - 잊으리

04. 섹소폰 - 장록수

05. 팬플픗연주 - 타이타닉

06. 폴모리아 - 슬픈로라

07. 섹소폰 - 리멘시타

08. 팬플릇 - 고독한 양치기

09. 섹소폰 - 백만송이 장미

10. 시크릿 가든 - 비밀의 화원  

11. 섹소폰 - 보고싶은 얼굴

12. 트럼펫 - 바다의 협주곡

13. 연주음악- 가방을 든 여인

14. 섹소폰 -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15. 폴모리아 - 눈이 내리네

16. 폴모리아 - 첫 발자욱

17. 팬플릇 - 얼굴

18. 기타연주 - 진주조개 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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