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변산반도 똥꾸멍 댕겨왔시요.

2010. 3. 15. 15:08산행기 & 국내여행

 

 

 

 

 

 

 

지난번에 南道 갈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6시에 일찍 출발했습니다.

겨우 한 두 시간 차이 같아도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굉장히 여유롭습니다.

변산반도를 한바퀴 돌고, 술자리를 두 번이나 하고도,

海水사우나까지 하는 여유를 부리고서도 날이 훤해서 들어왔으니까요.

 

아침은 부안에서 양평해장국으로 먹었습니다.

참, 이번에는 세 명이 갔습니다. 세 명이 함께 움직여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를 매개로 해서 아는 사이들입니다.

 

변산반도는 지난 가을부터 혼자 와서 걷고 싶어했던 곳입니다.

버스로 오자면  몇 번을 갈아타야 됩니다. 하루해로는 무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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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에서 채석강 방향으로 가다보니 새만금 방조제가 나오더군요.

아직 개통은 안됐습니다만 그래도 갑문있는 곳까지는 길을 열어놨더군요.

아마도 요즘에 열은 모양입니다.  

 

 

 

 

 

 

 

 

5분 정도 왔을까? 여기까지 입니다. 더는 못 가게 바리케이트를 쳐놨습니다.

전체 길이 중에서 10분의 1정도 됩니다.

방조제니 4대강 사업이니, 할 얘기가 좀 있습니다만, 말지요.

교회 다니는 분들, "하나님이 정말 있습니까?"

 

 

 

 

 

 

 

 

 

 

 

멀리서 보고는 물 빠진 갯벌의 소금인줄 알았습니다. 거품입니다.

여긴 유속이 굉장히 빠릅니다.

그 넓고 많은 물이 다 이 통로로 빠져나갑니다.

 

 

 

 

 

 

 

  

 

 

 

이게 갑문(閘門)이라는 것입니다.

저게 밑으로 탁 내려가면서 닫히는 겁니다.

그  많은 수량을 이 철판 하나로 막아낸다는 게 신기합니다.

 

 

 

 

 

 

 

 

 

 

변산해수욕장입니다. 방조제 때문에 오염이 돼서인지 다 떠나고 횟집 둬 개 남아있더군요.

이런 사람들은 보상도 못 받지요?

참 황당하겠습니다. 졸지에 생업의 터전이 다 날아간 것인데......

 

 

 

 

 

 

이번엔 격포항입니다. 여기도 방파제에다 뭔 공사를 하는지 포장마차촌이 없어졌더군요.

방조제 막으면서 이곳 어민들에게는 이런 저런 기준으로 보상을 해줬겠지요.

그래서 근래에 없던 배들이 많이 생겼답니다.

아직 10시도 안된터라 어디 식당에 가기도 이르고.... 곰소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모항으로 가는 길 

 

                               안도현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가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위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부안읍에서 버스로 삼십 분쯤 달리면

객지밥 먹다가 석삼 년만에 제 집에 드는 한량처럼

거드럭거리는 바다가 보일 거야

먼 데서 오신 것 같은데 통성명이나 하자고,

조용하고 깨끗한 방도 있다고,

바다는 너의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대수롭지 않은 듯 한 마디 던지면 돼

모항에 가는 길이라고 말이야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이거든


모항 가는 길은 우리들 생이 그래왔듯이

구불구불하지, 이 길은 말하자면

좌편향과 우편향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한데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싸움에나섰다가 지친 너는,

너는 비록 지쳤으나

승리하지 못했으나 그러나, 지지는 않았지

저 잘난 세상쯤이야 수평선 위에 하늘 한 폭으로 걸어두고

가는 길에 변산해수욕장이나 채석강 쪽에서 잠시

바람 속에 마음을 말려도 좋을 거야

그러나 지체하지는 말아야 해

모항에 도착하기 전에 풍경에 취하는 것은

그야말로 촌스러우니까

조금만 더 가면 훌륭한 게 나올 거라는

믿기 싫지만, 그래도 던져버릴 수 없는 희망이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모항도 그렇게 가는 거야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너는 물어 오겠지

아니, 몸에다 마음을 비벼 넣어 섞는 그런 것을

꼭 누가 시시콜콜 가르쳐 줘야 아나?

걱정하지 마, 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여기가 그 유명한 변산반도의 똥꾸멍, '모항'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죠.

어항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수욕장이 큰 것도 아니고, 교통이 편리한 데도 아니고,

진짜로 똥꾸멍 같은 뎁니다.

볼 거, 내세울 거, 아무것도 없는 뎁니다.

여깃 사람들, 순전히 안도현 똥꾸멍 빨아먹고 삽니다.

 

 

 

 

 

 

 

 

 

전망 좋은 곳이라곤 하는데, 앞에는 맨 정치망, 양식장,입니다.

이 날 날씨까지 흐려서........ 봐 봤자 똥꾸멍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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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변산을 두르며 곰소로 내려갑니다.

흐리다, 비오다, 맑다, 다시 흐리다, 바람 불고.....

 

 

 

 

 

 

 

 

이 곰소 갯벌이 유명한 거죠.

저 산 밑에 이르기까지가 내리 다 갯벌입니다.

우리나라 갯벌 중에서 젤 클 걸요?

 

 

 

 

 

 

 

 

 

 

곰소항도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옛날엔 집 몇 채 안되고, 천막치고 장사하는 사람들만 몇 있었는데,

지금은 젖갈시장이 보통 커진 게 아닙니다.

강경 젖갈시장의 3분의 2정도는 돼 보이더군요.

 

 

 

 

 

 

 

 

 

 

새조개가 맛있는데, 아직 철이 아닌지, 피조개밖에 없더군요.

대합은 국물이나 좋지 술안주로는 좀 애립니다.

작년이가 재작년인가도 등산 왔다가 채석강에서 피조개를 먹었는데...,

공군친구가 잘 먹더군요. 저는 맛있는 줄을 별로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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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를 갈까 하다가 일기가 좋지 않아서 선운사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 여기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두 집이 제일 오래된 집들입니다.

여기 식당들 메뉴는 전부가 풍천장어입니다.

1인분에 18,000 원을 받는데, 양에 비해서 많이 비싼 편이더군요.

 

 

 

풍천장어의 유래

우리나라의 강이나 큰 하천들은 백두대간을 경계로 동쪽 지방에서는 서에서 발원해 동으로 흐르고(西出東流),

서쪽 지방에서는 동에서 발원해 서로 흐른다(東出西流).
그러나 고창군 심원면 선운도솔암 서쪽에서 발원해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 앞을 거쳐 서해로 빠지는 하천은

서에서 발원해 북향했다가 다시 서해로 흐르는 서출동류 현상을 보인다.
이렇게 동출서류의 자연현상을 거역하고 서출동류로 역류하는 하천을 풍수학에서는 '풍천'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선운사 앞 하천만이 그러하기 때문에 풍천은 풍수학의 일반명사이면서

선운사 앞 하천을 일컫는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곧 풍천은 선운사에서 발원해 선운사 입구 삼거리에서 북향했다가 서해로 빠지는 하천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선운사 입구 삼거리 부근의 북향(역류)하는 지점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풍천장어는 아주 드물고, 선운사 부근에는 그 흔한 장어 양식장조차 별로 없으니,

풍천장어 운운하며 선전하는 장어구이집은 일단 신뢰성를 의심해봐야 한다.

 

    

 

 

 

선운사 동백꽃은 4월에 핀답니다.

지금쯤은 해남 백련사 동백숲이 볼 만할 겁니다.

 

 

 

 

    

 

 

 

 

 

 

 

 

가이드 길소개氏가 서정주를 몹시 미워합니다.

참, 시인 신석정도 부안 사람입니다. 방조제 있는 근처에 詩碑가 있더군요. 

우리 고등학교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신석정님의 詩입니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辛夕汀)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산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가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銀杏)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점심 먹으면서 한  잔씩들 잘 했습니다.

선운사까지 산책을 할까 하다가 그냥 사우나나 하기로 했습니다.

저 뒤에 보이는 호텔에 해수 사우나가 있습니다.

진짜 海水랍니다. 탕에 담아논 물이 아닌게 아니라 짜더군요.

큰 대자로 누워서 눈 좀 붙였습니다. 

 

 

  

 

 

 

 

술도 흡족하게 마셨고, 그런대로 구경도 잘했습니다.

맘껏 걸어보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긴 한데,

이번에도 안내를 맡아준 '길소개' 친구에게 거듭 고맙고,

공군 친구와는 20년만의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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