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

2009. 11. 25. 20:38책 · 펌글 · 자료/문학

 

 

 

 

  

"루마니아 정부는 헌병을 보내서 물건이나 가축처럼 저를 공출했습니다.

그들은 어머니가 주신 이름인 욘이 아니라 야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더니 수용소에서 유대인과 함께 강제노역을 시켰습니다.

저는 헝가리로 탈출했다가 이번에는 루마니아 인이라는 이유로 다시 수용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헝가리 정부는 저를 야곱이 아니라 욘이라면서 스파이라고 고문하더니 나중엔 독일에 팔아넘겼습니다.

독일 정부는 욘도 아니고 야곱도 아닌 야노스라는 이름으로 저를 불렀고, 헝가리인이라는 이유로 고문했습니다.

어느날 육군 대령을 만났습니다.

그는 제가 야곱도 얀켈도 아닌 요한이라며 게르만 순혈통의 본보기라면서 군인을 만들었습니다.

군인이 된 저는 프랑스 포로들을 도와 함게 탈출했습니다.

이번엔 한 마디 말도 없이 독일군이란 이유로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야노스, 욘, 요한, 얀켈, 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좋을대로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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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국제재판소는 52개국의 이름으로 제 친구 요한 모리츠를 전범자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요한 모리츠는 판결과 자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평생 파리 한 마리 죽여 본 적이 없으니 자기에게는 죄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  모리츠는 그 52개국을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자기가 그 나라에 해가 되는 죄를 지었겠냐고 말합니다.

그의 사고방식은 이렇게 단순합니다.

이 세상에 그런 나라가 존재하는 지도 몰랐다고 하더군요.

판결내용은 명백한 것이며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그가 연합국에 죄를 지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들 나라에서 1년씩 복역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연합국 모두가 자국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며 어느 한 나라도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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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중위는 사진기를 준비했다.

그는 요한 모리츠가 (美軍입대)지원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그의 가족과 함께 사진기에 담고 싶었다.

꾸밈없는 생생한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이다.  

루이스 중위가 말했다. "웃어요! 웃어! 그대로 웃고 있어요!"

"저 미국 사람이 뭐라는 거죠?"

"웃으라잖아요, 웃으라고 명령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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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류에 속해 있는가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돼.

사람을 부류로 나누는 것은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가장 위험하고 야만적인 판단 착오야.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그 역시 어떤 부류로 나눌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은 강도 두 명과 그 틈에 끼어 걸어서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셨어.

예수님을 못 박을 때, 양 옆에 강도를 매단 이유를 알아?

재판관들은 무고한 사람을 벌할 때 관례적으로 양 옆에 죄인을 세워 두었어. 아주 상투적이지."

 

 

 

 

 

 

25시 (The 25th Hour. 1967 유고 & 프랑스) 

주연 / 안소니 퀸

   

 

 

  


 

 

 

  

 

 

 


 

 

영화보다도 안소니 퀸의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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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대학때 문고판으로 읽었던 것을 30년 넘어서 다시 읽었습니다.

툭하면 빨갱이니 좌빨이니 하는 분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지금 나오는 음악은 영화 '뉘른베르크재판'os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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