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죽기 열흘 전 편지

2010. 2. 24. 13:12책 · 펌글 · 자료/문학

 

 

 

 

              
      
          김유정 / 소설가
            생몰 1908년 1월 18일~1937년 3월 29일  

 

 

한국 현대문학사가 낳은 걸출한 작가 김유정은 1937년 3월 29일 새벽 6시30분,

경기도 광주군 신상곡리 100번지 매형 유세준의 집에서 절명한다.

직접적인 사인은 폐결핵이었지만 그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악성 치질이었다.

그는 끝까지 생명에 대한 의욕을 놓지 않았다.

죽기 불과 11일 전에 휘문고보 동창생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안회남에게 편지를 보낸다.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맹렬(猛熱)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달리 도리를 채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 일으키기 어렵겠다.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내가 돈 백원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주기 바란다.

또다시 탐정소설을 번역하여 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 중 아주 대중화되고 흥미 있는 걸로 한 둬 권 보내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오십 일 내로 번역해서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주마.

허거든 네가 극력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다오.

물론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무리를 하염 병을 더친다.

그러나 위하야 엎집어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의 몸이다.

그 돈이 되면 닭 삼십 마리 고와 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십여 뭇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쏙쏙구리 돈을 잡아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다우. 기다리마.

 

삼월 십팔일, 김유정으로부터

 

 

 

 

 

           출처 : '장석주/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있다'에서 베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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