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 12:40ㆍ책 · 펌글 · 자료/문학
나는 그들처럼 인류가 존재하는 한 문학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문단문학이 그러한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역사적 결과물에 지나지 않다.
이는 오늘날 종언에 이른 것은 문단문학이지 한국문학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문단작가들에 대한 기대는 접었지만,
기존의 문단시스템과 무관한 곳에서 각자의 활동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문학도들에게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직 그들의 성과물이 명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공간에서 (인터넷공간을 포함하여) 나름대로의 역량을 착실히 축적해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자진 있게 말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은 그것들이 ‘서브문학’로 분류되어 무시당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문단문학(근대문학)처럼 언젠가 메인문학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결정적 도약’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인데,
나는 ‘문단문학의 부활’보다도 ‘이쪽의 도약’에 베팅을 하겠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한국문학의 가능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비평은 그들에게 있어 소리에 불과하다.
그 소리란 오직 하나, “기존 시스템에 자신을 적응시킬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걸맞은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다.
문창과에 진학하여 문학청년 흉내나 내면서 해마다 신춘문예병을 앓을 것이 아니라,
기존 문단에 편입되기 위해 어른이나 선배를 공경하는 예절을 배우며 ‘세상 사는 이치’를 깨달아갈 것이 아니라,
메이저 문예지에 글을 쓰고 메이저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며 나랏돈을 용돈 삼아 살아갈 것이 아니라,
문창과 교수가 되어 소설을 쓰지 않고도 문학인으로 행세할 행운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이 모두를 단호히 거부하고 당신들의 문학공간(동인지든 잡지든 웹진이든)에서
당신들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문학정신에 입각하여 한국 문학공간의 틀을 완전히 뒤집으라는 것이다.
이런 각오 없이 그저 열심히 그리고 노련하게 기존시스템으로의 편입만 노리는 문학지망생들에게 한국문학은 함정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은 시스템으로의 흡수를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면서
자신을 판 대가로 획득한 ‘아름다운 영토’에 만족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오고 있으며, 또 앞으로 올 그대들이여,
한국문학은 당신들의 손에 있으니, 한국의 문학청년들이여 단결하라!
- 조영일, 『한국문학과 그 적들』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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