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무속)

2009. 11. 9. 20:31책 · 펌글 · 자료/종교

 

 

 

 

                                    사진출처 http://blog.daum.net/aume365

 

 

 

당은 민간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규율이 있긴 하지만 제도화되지 않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서품'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사제이다.

무당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무당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림굿'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내림굿은 사제 서품식이나 목사 안수식과 같은 것이다.

이 내림굿을 성공적으로 받아야만 굿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는 것이다.

특히 카톨릭의 사제와 비교하여보면 아주 흡사하다.

신부만이 종교 의례인 미사를 집전할 수 있듯이 무교(巫敎)의 굿도 무당만이 할 수 있다. 

  

 

당은 정확히 말하면 내림굿을 받은 후부터 비로소 신자들과 신령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신령들과 교통하여 점을 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영계에는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점방(占房)을 낼 수도 없다.

 

무당이 굿을 주재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모시는 신령, 즉 '몸주신'을 받아야 한다.

무당이 신령계와 통하는 것은 이 몸주신을 통해서이다. 말하자면 몸주신은 일종의 영계로 이어주는 가이드인 셈이다.

 

내림굿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신점을 치는 사람들도 신을 모시기는 한다.

그러나 정식의 내림굿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신령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런 점쟁이들은 사제가 아니라 술사(術士)들에 불과하다.

 

  

러면 무당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걸까?

그럴 수 없다. 내림굿을 받기 전에 무당 후보자들은 예외 없이 '신병(神病)'을 앓아야 한다.

신병은 원인이 없이 앓는 병이다. 사지가 마비되기도 하고 뒤틀리기도 하고 헛것이 보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시(幻視)와 환청(幻聽)이다.

이러한 무병(巫病)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8년이 걸린다.

그러니까 무당들은 적어도 8년 정도는 이 병으로 고생을 해야만 한다.

 

내림굿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신령이 가만 있지 않는다. 인다리라는 것이다.

'인다리'란 무당 후보자가 끝끝내 신 받기를 거부할 때 신령이 그 후보자가 가장 사랑하는 친족을 죽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일을 몇번 겪으면 대개의 무당 후보자는 어쩔 수 없이 내림굿을 받게 된다.

이와 비슷한 일이 카톨릭 사제에게도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당 후보자들은 왜 인간이 감내하기 힘든 신병을 겪어야만 하는 것일까?

다른 종교의 사제들은 이렇게 고통스럽게 자기의 길을 가지 않는데 왜 무당들은 이런 형극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보면 무당이 되는 것은 신부나 목사가 되는 것보다, 혹은 승려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기독교나 불교 같은 고등종교의 사제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들이 무당처럼 혹독한 시련을 겪고 크나큰 고통의 심연에 빠진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금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무당들 가운데에는 원래의 모습에서 타락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른 종교의 사제들이 타락했듯이 무당들도 타락했다.

그런데 어차피 다 타락한 마당에 무당들에게만 유독 가혹하게 미신 숭배자라고 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 아닐까? 

 

 

 

최준식著 《巫敎》중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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