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9. 21:03ㆍ발칸반도/북유럽 러시아
호수가 참 고즈녁하니 예쁘더라.
그런데 호수는 이렇게 비오는 날에 봐야 좋지 해가 쨍쨍 쬐는 날엔 별루여.
이 호수 말고, 오슬로 다 와가서 '크뢰단'이란 호수가 있는데, 유럽에서 젤 크다더만.
동그랗게 생긴게 아니라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데.
소나무가 우리랑 좀 다르제이요?
하여튼 여기는 죄다 자작나무 아니면 소나무여.
이 친구는 오슬로에 사는 현지 여행사 직원인데, '게일로'에 일 보러 왔다더군.
모르지. 우리 인솔자 올드미스 최를 보러온 건지도. ^^
오슬로 오는 동안에 이거저거 노르웨이에 대해서 얘기를 들려줘서 심심치않게 왔네 그랴.
얼마 전에 이혼했디야. 부인이 노르웨이 여자였다는데,
일본에서 유학할 때 만나 집안의 반대 등등을 극복하고 어렵게 결혼을 했는데, 애도 둘씩이나 생겼고,
처갓집 농사도 져주며 살기도 하고, 이거 저거 노력 많이 했는데,
결국엔 헤질 수밖에 없었디야.
하긴 유럽은 이혼률이 50%라니깐.
이혼이 많다보니까 독신자 숙소 원룸이 인기라는 겨.
그래서 요즘엔 작은 평수 아파트를 많이 진디야.
이혼이 많은 원인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부에서 주는 아이들 양육비가 짱짱하다는 겨.
아이 한 명에 200만원인가 나온다는 거 같어.
오슬로 다 와가니까 평야가 나오는군.
'오슬로'라는 말이 '신들의 목장'이란 뜻이라누먼.
무우나 옥수수는 원래가 위도가 높아서 안되고,
배추는 벌레가 많이 먹어서 안된디야. 얘들은 농약 안 친댔잖아
하지만 상추는 아주 잘 된디야.
실장이란 사람 얘기가,
노르웨이는 이민을 안 받는디야.
전에 잠깐 받았는데, 즈덜끼리 문제를 일으켜서 안되겠드리야.
지금도 죄수(罪囚) 수감자의 3분의 1이 외국인이라는 겨.
감방이 만원이리야. 줄서서 순번 기다리고 있디야.
죄수도 오전 ·오후 3시간씩만 일하고 월급을 받는다는구먼.
그런데 그 월급이 밖에서 불법으로 취업해서 받는 임금보다 낫다는 겨.
감방 내에 책이나 인터넷은 기본이고, 면회는 물론, 외박도 수시로 되고,
심지어 감방안에 있는 벽화도 명화로만 걸어놨디야.
그러니 문전성시일 수밖에.
평균 임금이 우리 돈으로 700만원 정도 된다더군.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하단 걸 감안하면 무지 쎈 거지.
대학생 아이들 패스트 푸드점 같은 데서 알바 뛰는 것도 시간당 2만원 받는디야.
그게 최저임금이라는 겨.
집에 수도나 전기 같은 거 고장나서 부르면 무조건 10만원 넘는다는 겨.
그래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동차나 집수리 정도는 제 손으로 다 할 줄 안디야.
그렇게 안하고선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겨.
그러니까 잘 사는 나라건 못 사는 나라건, 다 그렇게 사는겨.
얘기 듣다봉께 오슬로 다왔네?
.
.
일단, 밥부터 먹고. 그저 만만한 게 스시여.
'남강'이라는게 체인인게벼. 스웨덴 가니까 또 있더라구.
맛은 그저 그런데, 깍뚜기하고 미역국이 맛있더구만.
미역이 참 부드럽다고... 다들 그러데.
유럽 사람들은 미끈덕거리는 거는 징그러워서 안 먹는다는데, 근데 어케?
아, 김도 있었지.
버스 속에서 제발 오징어 먹지 말리야.
버스기사들이 젤 환장하는 게 그 냄새리야. 그거 냄새도 잘 안 가시잖아.
저 신발, 어떤놈이 잘못 던진 거 아녀.
일부러 작품으로 해논 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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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떠나기 전에 잠시 쇼핑할 사람은 쇼핑하고, 왕궁 보러 갈 사람은 왕궁 보러가고, ... ,
나중에 이 자리에서 다시 모이기로 하고 각자 뿔뿔이 헤어졌지.
난 두 말 할 것도 없이 시청사로 달려 갔지. 뭉크 그림 보러.
생각 나쟈? 먼저 거기여.
국립극장,
오슬로 대학,
왕궁,
미술관 앞에서 아쉬움을 달래며 서성이다가 버스로 돌아왔는데,
여기 저기 갔던 사람들도 다 돌아왔고, 약속한 시간이 다 됐는데, 아니 이 쓰레빠 아줌마만 안 나타나는 겨.
그때 벌써 예감이 이상하더라구.
시간이 점점 지나자 인솔자 미스 최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겨.
오늘 국경을 넘어야 되자니여. 버스도 바꿔서 타야 되고.
이거 안되겠다 싶데.
가이드는 절루 뛰고, 미스최는 일루 뛰고, 나는 욜루 뛰고......,
나중에 누가 그러데, 왕궁까지 자기네랑 같이 갔었다고......,
환장하겠더군. 모든 건물이 거의 일직선상에 있어서 잃어버릴 상황이 아닌데 없어진 거야.
어디 술집 가서 퍼져앉아있나 싶어 술집까지 다 뒤지니까, 미스최가 그러데 ;
"설마 시간 지난줄 알면서 술 마시고야 있겠어요?"
"아녀, 그 여편네 그러고도 남어. 먼저 괌인가 어디 가서도 그런 적이 있었디야. 그때도 혼자 비행기 타고 왔디야"
이젠 방법이 없지, 어떡 햐? 떼놓고 가냐, 마냐,만 남은 겨.
하 답답해서 물만 들이키고 앉아있는데, 저만치서 쓰레빠 아줌마가 헐레벌떡 오는겨.
버스에 올라와서 헐떡이며 얘길 하는데,,
왕궁에서 혼자 한적해 뵈는 우측 길로 산책겸 갔는데 , 점차 길이 헷깔리드리야.
거기서부터 당황이 돼서 헤매기 시작하다보니 아무 생각도 안나더리야.
시청사로 다시 왔으면 될 거 아녀? 영어도 좀 하는 여자가 말여.
도저히 안되겠어서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전화 빌려달래서 대사관에 전화를 했디야.
그랬더니 대사관 직원이 그 거리 이름을 알려주면서 택시 타면 된다고 하더리야.
택시를 타고 근처까진 왔는데, 기사가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른다면서 뱅뱅 돌기만 하더라는겨.
진짜 떼놓고 가게 되는 줄 알고 진땀 뺐네.
버스기사 이름이 비욘인데 노르웨이 사람이지.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겨. 스웨덴부터는 다른 버스거든.
인솔자 미스 최하고는 10번 정도 같이 일했디야. 서로가 잘 아는 사이지. 사람이 좋디야.
자기도 서운하다데. 이번에 우리 손님이 젤 좋았다는겨. 3박 4일이면 情도 들만하지 뭐.
지금 들고있는 저 물은 비욘이 헤어지면서 선물로 사준 겨.
올덴(olden)이라고 빙하물이리야. 그냥 물보다 두 배 넘게 비싸디야.
버스 트렁크에서 짐 내릴때 보면,
버스 기사가 혼자 다 하는걸 손님들은 그냥 멀커니 서서 지켜보기만 하자나?
한번은 내가 거들어 줬어. 서로 반반 나눠서 했지.
그 이후부터는 더러 다른 남자들도 거들기 시작했는데, 그게 좋았던 모양이야.
그래서 이렇게 기념으로 사진 한 방 같이 찍고 헤어졌지.
알고보니 저 친구 나보다 두살 아래더군. 37살 먹었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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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서고동저(西高東低) 지형이라데.
스칸디나비아 산맥을 경계로 서쪽은 노르웨이, 동쪽은 스웨덴.
이제 스웨덴으로 가니까 당연히 평야지대지.
그동안 이런 풍경은 많이 봤잖아? 더 넓을뿐이지.
여기가 국경(國境)이야. 그렇다고 여권 보고 어쩌고 하는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고.
노르웨이에서 산 물건, 7만원 넘는 면세품 산 거 있으면 여기서 세금 돌려받는 거지.
그리고 노르웨이 돈은 스웨덴 돈으로 바꿔도 주는데...... 환율계산은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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