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8. 12:03ㆍ산행기 & 국내여행
여보세요, Y 산악회지요? 낼 보리암 간다며요?
- 예.
남은 자리 있습니까?
- 몇 명인데요?
저 혼잡니다.
- 아 예, 혼자 같으면 됩니다. 딱 한 자리 남아 있어요. 근데 성함이?
알래스캅니다.
- 아, 아 아 아 예 예 예!
맞습니다. 지난주에 완도 가서 꼴찌로 내려왔던 걉니다.
남해 금산 보리암(681M) 십리벚꽃
3/29 회비 2만 (초보가능 어시장경유)
지원센터-쌍홍문-보리암-상사바위(3-4시간)
남해대교 건너서부터를 '십리벚꽃길'이라 하는 모양인데,
보다시피 만개가 안됐다. 꽃구경 제대로 하려면 일주일은 지나야겠다.
금년엔 희한한 것이 개화시기가 남부나 중부지방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벚꽃도 그렇고 진달래도 그렇고...
100년은 됐음직한 벚나무들이 꽤 눈에 띈다.
이 남해에도 그럴듯한 산이 서너 너댓개 되나보다. 호구산,설흘산, 망운산...,
5~6시간이면 종주를 할 수도 있다는데, 과연 가능할까?
저 위로 보이는 바위가 오늘 산행의 목표지점이다.
보리암도 거기다.
오늘은 원점회귀하는 것이다.
가물어서 화장실 폐쇄한단다.
올라가는 길이 총 2.2km니까 별 거 아니다. 왕복 5km정도?
그런데 보다시피 순전히 돌계단이다.
계룡산이 이렇게 돌계단이다. 그래서 난 계룡산은 잘 안간다.
흙길을 걸을 땐 마음도 푸근해지고 온갖 상념을 떠올리며 걷게 되는데
그런데 돌 길은 오로지 이 길이 언제나 끝나나 그 생각뿐이다.
예상관 달리 등산객이 많지 않다.
주로 경상도 사투리 쓰는 사람들이더라.
쌍홍문(雙虹門).
원효대사가 그리 지었단다. 쌍무지개 같다고 해서.
다 올라왔다. 이때가 12시 반.
좌로 한바퀴 돌아오는 것인데 보다시피 모두가 지척지간이다.
길도 평탄하다. 알고보니 차가 여기까지 올라온다. 뒷쪽으로 찻길이 나 있는 모양이다.
보리암에 가니까 차가 여러대 서 있더라.
어쩐지~... 누님이 여길 걸어서 올라올 사람이 아니지......
전망이 아주 좋다.
정면에 보이는 포구가 상주 해수욕장인가다.
크진 않은데, 피서철에도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고 수심도 적당하단다.
특히 소나무숲 그늘이 좋다더라.
극락전..... 한 눈에 봐도 절 살림이 빵빵하게 생겼다.
저 불상 하나 하나마다 돈 낸 주인이 다 있을텐데,,
여기 주지스님은 돈 벌어서 어디에 쓸래나? 아까워서 죽지도 못하게 생겼다.
이런 바위산 꼭대기에서 물이 난다는 게 신기하다.
물이 아주 시원하니 좋다.
젊은 시절에 방학때면 절에 들어가서 한 두달씩 나곤 했는데,
절에 가보면 기도하러 온 사람 중에 신(神) 내린 사람들도 더러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을 세번인가 만나본 적이 있다.
한번은 어둑한 저녁물겐데 공양주 아주머니가 부르더라.
"알ㅆㅣ, 방에 있수? 밑에 좀 내려와 보실라우?"
4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낯 선 아주머니가 앉아있는 거다.
공양주 보살님이 소개해주는데, 1년에 한번씩 들르는데 ‘용한 분’이란다.
눈빛이 섬뜩한 것이, 탁 보는 순간 벌써 그 계통 사람이더라.
"학생, 담배 태우지요. 한 대 피워보시겠수?"
담배를 달라는 게 아니라 피워보라니? 그리고는 그 담배를 저를 달라니?
.......
.......
이 얘기 다 하려면 ........ 관두자. 통과!
여기도 허황후 얘기가 나온다.
( '허황옥'은 역사 편인가 종교편에 썼다. 참조하시길.)
봄철엔 늘 황사 때문인지 시계가 안좋다.
개당 5만원 치고...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여기도 봉수대가 있다.
여기 정상에서 반가운 분을 만났다.
알고보니 같은 산악회 버스에 동승을 했으면서도 몰랐다.
작년 7월 지리산 삼신봉-불일폭포 산행때 동행하셨던 분이다.
내외분이 처음으로 산행을 같이 나오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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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이랄 것도 없다. 30분도 안돼서 내려왔다.
벚꽃은 아직 이르지만 목련은 절정이더라.
근데 나는 솔직히 목련은 별로다. 조화 같아서......
저 녀석들 뭔 얘길 나눌까? 고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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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만난 그 내외와 소주 한잔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