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님 말씀들

2008. 7. 16. 11:15책 · 펌글 · 자료/ 인물

 

 

 

 

종기가 났을 때 미리 짜면 덧나고 짜야 할 때 짜지 않으면 곪게 된다는 말씀으로

이 긴 편지를 끝맺음하였다는 것을 나는 평생 가슴에 간직하면서 살아왔다.

       - 김용준, '내가 본 함석헌' -

 

 

  
"희망은 절망하는 사람만이 가집니다.

마치 반석에 이르지 않고는 산샘을 못얻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희망이 있다해서 웃고 없다해서 우는 사람, 한가한 사람입니다.

정말 살자는 마음이면 현실을 보고 절망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살려고 애써보다가 팽개치고 종살이라고 하며 살아 가보자 하는 놈 산 놈이 아닙니다.

반항하다가 죽더라도 종살이는 못하겠다 하는 놈이 정말 산 놈이요, 산 놈이기 때문에 죽어도 삽니다.

산 생명에는 죽음이 없습니다.

희망은 그런 사람과만 말할 수 있습니다.

생명 자체 안에 희망이 있다는 말입니다.

또 다시 말하면 불멸의 생명을 믿어서만, 믿음 그 자체가 희망이요, 생명이란 말입니다."

('씨알의 소리', 1979년 1월호, 27페이지)

 

   

 

"집권자는 아무리 강해도 망하는 날이 올겁니다.

나라의 주인 씨알은 영원합니다.

그런데 그 짓을 하니 어찌 밉지 않겠습니까?

말은 죽을 수 없어 복종한다 하지만 그 소리 더 밉습니다.

죽기까지는 그만두고 배에 그름질 생각만 아니해도 충분히 버티어 나갈 수 있읍니다.

집권자에 꼬리 치지 않는 나도 살아갑니다.

그래서 나는 정치 강도에 대해 데모를 할 것 아니라 이젠 신문을 향해 데모를 해야 한다고 했읍니다.

사실 국민이 생각이 있는 국민이면,

누가 시키는 것 없이 불매 운동을 해서 신문이 몇 개 벌써 망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까진 시시한 소설이나, 음악회 운동회 쑈 따위를 가지고 민중을 속이려는 신문들!

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끼리 서로 씨알 속에 깊이 파고들어야만 합니다.

내가 몇해 전에 사상의 게릴라전을 해야 된다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씨알의 소리', 1970년 4월, '내가 왜 이 잡지를 내나'에서)

  

  

 

 

 사상계의 창간호와 고 장준하 선생

 

 

 

 함석헌 - 장준하

 

"장준하는 우리 민족을 위해 잘 울어주신 분인데 이 민족을 위해 더 많이 울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갔으니 분합니다.

그의 생애는 온통 울음으로 가득 하 있습니다.

일제 때 학도병에 끌려갔다가 거기서 탈출을 하고 그 뒤로 만주로 중국 벌판으로 다니면서 이 민족을 위해 잘 울어 주었습니다.

그는 우리 마음을 대신해서 잘 울어주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 겨레를 위해 더 울어야 할 그가 가버렸으니 분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제사를 지내고 그 영전에 모여서 그 동안의 일들을 고하는 그런 의무가 있는데

지금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잘할 수 없으니 분합니다.

이제 장준하는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힘있게 살아나야 합니다.

환하게 꽃피게 해서 그를 다시 힘있게 살려야 합니다."

(전집 5: 398)

  

  

  

 

 함석헌 - 김대중

 

김 박사가 추도사를 끝내고 자리에 돌아와 좌정할 무렵 조용한 분위기가 갑자기 다소 흔들리는 듯하더니김대중 씨가 온다는 전언이 왔다.

신문에서 그리고 말로만 듣던 김대중이라는 사람을 직접 가까운 데서 만나게 되었다는 설렘 같은 걸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내내 마루의 창문 옆에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계시던 함 선생님 앞에 김대중 씨가 드디어 그 모습을 나타냈다.

 왼손에는 담배 파이프를 쥐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좌우로 세 명씩의 수행원을 대동한 채, 마루 위에 겸허하게 서 계신 팔십 노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김대중씨의 모습에서 신문에 자주

소개된 병약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버지뻘인 늙은 선생님 앞에서 지팡이를 딱 짚고 서 있는 그 태도에서 나는 도무지 추도예배에 어울리지않는 어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노 선생이 때마침 신문을 사서 펼치더니 별안간 "김 선생 이것 어찌 된 거야?" 하며 신문을 내게 내밀었다.

신문에는 함석헌 선생님이 김대중씨의 대통령 출마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럴리가 없다 싶어 곧바로 선생님 댁으로 전화를 걸었다.

사연을 말씀드렸더니 평소와는 달리 흥분된 어조로 "큰일 낼 사람들이오. 이 노릇이 다아 돈노름이오."하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사연인즉 김영삼 김대중 양김의 원만한 합의에 의한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가져와서 지지서명을 해달라기에.... 

.... 선생님이 그때 '돈노름'이라고 한 말씀의 내용은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다.

 

 

 

 

 

 글쓴이 / 김삼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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