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

2008. 6. 15. 08:45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내 고향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신작로 가로수로 심어놓은 키 큰 포플라

손짓하듯 바람에 살랑이고
매미가 여름 한낮을 더욱 뜨겁게 달구던 그때
동무들과 참외 복숭아 한개씩 들고
수건도 없이 동네 앞 냇가로 수영을 간다.


물속에 오래 앉아있기 물구나무서기.. 재밌는 놀이도 많았다.
그러다 시시해지면 길게 놓인 다리 밑으로 가서
다이빙으로 바닥돌 주워올리기 같은
꽤나 용기가 필요한 놀이도 했다.

 

난 그때 두살 터울 동네대장인 사촌오빠가 있어
더욱 기가 살았고
내 동무들은 기꺼이 내 졸병이 되주었다.

 

 

  

 

입술이 파래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
내의 범람을 막기위해 쌓아놓은 큰 돌이나
모래밭에 앉아 가져온 과일들을 베어물며 몸을 말리고..

허기에 지치도록 놀다 올때면
멀리서 보이는 굴뚝의 아스라한 연기와
쇠죽 끓이는 구수한 내음 동네에 가득하고,
사촌들과 넓은 마당에 펼쳐놓은 멍석 위에서 모기에 물리며 먹던 저녁
감자떡과 삶은감자, 깡된장에 호박잎쌈 같은 여름 음식들

 

 

 

밤에는 원두막에서 귀신 이야기로
오들오들 오싹이며 한기에 떨어야 했고
달이라도 밝은 밤엔 동네 아이들과 숨바꼭질이 신났다
아주 깊숙이 꼭꼭 숨어
날 못 찾으면 어쩌나
들키면 어쩌나 가슴 졸이던 그때 그 두근거림
달빛에 반짝이던 은어떼의 유영..

큰 내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던 겨울
오빠따라 얼음지치러 가
마른가지들로 불 붙여 손을 녹이던 그때 나무 타는 향기
불이 사그러질때 오빠는 명령했다
아이들은 부지런히 마른풀이나 쇠똥들을 주워날랐고
나는 오빠 곁에서 당연한 것처럼 불을 쬐고있었다

 

 

 

 

유난히 슬픈노래가 많았던 내 어린시절
해는 져서 어두운데
타박타박 타박네야를 즐겨부르던 그때 손에 잡힐 듯한데
그 동무들 모두 어디가고 난 지금 어디서 서성이고 있는지
그때 그 여름과 그 겨울은 이제 다신 내게 없을까...

 

..........

 

 

  

 

 

  < 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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