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 12:20ㆍ詩.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 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 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 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Loving Touch / Deu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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