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31. 10:07ㆍ산행기 & 국내여행
영靈 취鷲 산山
호남정유 -> 영취산 -> 봉우재 -> 절고개 -> 호랑산 -> 둔덕고개
진달래꽃
그대여 / 저 능선과 산자락에 굽이마다 / 설레임으로 피어난 / 그리움의 바다를 보아라.
모진 삼동을 기어이 딛고 / 절정으로 다가오는 / 순정한 눈물을 보아라.
그리하여 마침내 / 무구한 사랑의 흔적으로 지는 / 가없는 설움을 보아라.
그러나 그대는 알리라 / 또 전설처럼 봄이오면 / 눈물과 설움은 삭고 삭아 /
무량한 그리움으로 / 다시 피어날 것을.
-김종안-
중턱에 詩碑가 있는데 거기 씌어진 詩다.
전 날 비가 와서 등산로 초입은 질척댔지만
다행하게도 일기예보완 달리 날씨는 아주 좋았다.
겨우 작은 날망 하나 올라섰을 뿐인데-,,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본 적이 있었는지.
이 길을 이렇게 우리만 걸어도 되는 건지.
앞으로 남은 내 삶에서 이런 장관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지..."
"어깨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햇살의 감촉도 담을 수 없고,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며 깨어나는 내 생생한 감각도 담을 수가 없다.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담고자 하는,
남길 수 없는 것들을 남기고자 하는 어리석은 노력이 결국 사진일까."
해발 300미터. 산행 중간지점.
"우리는 별 말 없이 걸어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침묵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사람, 말과 말 사이의 공간을 읽어낼 줄 아는 사람과 함께 걷는 일은 즐겁다."
"언젠가는 나도 사랑에 담담해질 수 있을까?
집착과 격렬한 감정의 흔들림을 뒤로 하고, 먼 세월을 혼자 걸어온 사람의 담백한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볼 날이 올까?
그때도, 그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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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엔 여기 난리나게 생겼다. 꽃에, 사람에,,
길은 외줄기-,,
정상을 밟고-,,
등산을 못하는 사람도 여기 절고개에서부터
사진에 보이는 호랑산으로 넘어가면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다시 오르막-,,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는 거, 정말 싫은데, 여긴 괜찮더라. 길이 예뻐서-,,
"삶이란 우리가 살아온 그것이 아니다.
삶이란 우리가 추억하는 그것, 혹은 우리가 어떻게 추억하느냐인 것이다." 라고 마르케스가 그랬던가.
우리가 추억이라고 믿는 불완전한 기억들에 기대어 한 생을 견딘다는 일의 서글픔.
지난 시간들이 깔려 있는 이 길에서 내가 밟고 가는 것은 한 묶음의 추억인가.
결국 길 위에서 나를 서럽게 하고, 웃게하고, 눈물짓게 하는 모든 것은
그 길 위에 선연한 울림으로 남아 있는 기억들인 것이다.
나뭇잎들 위로 아무런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지나는 저 바람처럼.
그렇게 걸을 수는 없는 걸까.."
"한 세상 사는 동안 사람이 사람을 만나 가슴을 열고 인연을 엮여 가는 것만큼 소중한 일이 있을까.
오늘도 수많은 사람과 어깨를 스치며 지나치지만 마음이 오가는 이를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른다. 이렇게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쯤이면
걷는 동안 내내 마음을 어지럽히던 수많은 생각의 갈피들도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머릿속이 말갛게 비워진다.
아무런 상념도 없이 무심하고 담백한 눈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이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이 찰나의 비워짐을 잊지 않는 한, 걷는 행복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의 부재를 견디고 기다려주는 이들 중에 이제 익숙했던 한 사람의 얼굴은 없다.
얼마나 더 멀리, 혼자 걸어가야 그 한 사람의 부재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오늘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나에게 묻는다."
이렇게 등산로가 예쁜 산은 첨 봤다.
"이렇게 고즈넉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니,
어쩌려고 나는 이렇게 운이 좋은 걸까."
"내 운명이 다른 사람들의 운명보다 더 낫다는 것을 생각하면 문득 불안해진다."
"이 아름다운 숲길을,
예전에 그랬듯이 누군가와 말없는 공감을나누며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위해 쓰기 시작했던 것인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위안을 얻었던 그 눈이. 결국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여기 인용글들은 김남희님의 <국토종단> 여행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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