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

2020. 12. 23. 13:04미술/미술 이야기 (책)

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 -  프랑스 예술기행

저자박혜원 출판청색종이 | 2020.10.15. 페이지수356 | 사이즈 150*211mm판매가서적 14,400원

 

≪책소개

『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는 유럽에서 매우 유명하지만 한국에는 덜 알려진 곳을 중심으로 여행을 떠난다. 저자가 직접 찾아가서 보고 느낀 것을 소개하고 있기에 여행에세이이고 또한 꿈같은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그림 여행이니 미술에세이기도 하다. 미술사의 숨 가쁜 위대한 순간을 촘촘하게 따라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유로이 여행하는 어떤 영혼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미술 여행은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 던져져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설렘 반, 긴장 반의 상태가 되면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안의 깊이 잠자고 있던 세포까지 깨어나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새로운 환경을 대한다. 저자는 이러한 즐거운 긴장감을 좋아한다고 진술한다. 그리고 이 ‘낯섦’은 마치 이 세상에 갓 태어난 듯, 맑은 눈으로 이 세상과 나를 바라보게 해준다고 한다.

예술은 단순히 남들 앞에서 근사해 보이기 위해 착용하는 액세서리와 같은 의미의 ‘교양’이 아니라, 지친 삶 속 진정한 휴식과 안식을 제공해주는 삶의 ‘원동력’이다. 시각적 또는 감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발견하도록 이끌어준다. 이는 바로 ‘온전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예술은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조용하고 은근하게 진정한 자기를 드러내게 해준다. 이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덧 화가의 시선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목소리로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자 : 박혜원
브뤼셀 리브르 대학교 서양미술사 전공(Universit? Libre de Bruxelles, Histoire de l'art), 브뤼셀 왕립 미술학교 판화과 졸업(Acad?mie Royale des Beaux-Arts de Bruxelles),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판화과 졸업. 〈천창(天窓) 전〉 〈자투리(Zatturi) 전〉 등 11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은 책으로 『매혹과 영성의 미술관』(생각의나무) 『그림 속 음악산책』(생각의나무)이 있다.

 

목차

서문 - 그림, 그 영혼의 여정 5

1장 ‘작은 베니스’ 콜마르


그뤼네발트, 아픈 영혼을 어루만지다 17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재단화

 

운터린덴 미술관이 소장한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성 이젠하임 제단화〉는 상처투성이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부활 이후 깨끗한 모습으로 서 있는 예수를 대비시키고 있다. 성 이젠하임 교회가 나병 환자를 돌보는 병원의 부속 교회였기 때문에, 교회 측에서 특별히 상처와 치유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제단화를 주문한 것이다.

세 폭 제단화는 르네상스종교 개혁 이후로 주문 수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쇠퇴의 기미를 보이지만, 그 형식은 서양 미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 역시 세 폭 제단화의 구도를 이용한 작품이다.

이 제단화는 폭이 5m이고, 길이는 자그만치 8m나 된다. 그뤼네발트의 생애는 알렬진 것이 거의 없지만 이 제단화 때문에 미술사에서 이름을 말할 만큼 유명한 그림이다. 세 폭이나 일반적으로 중앙 패널의 그림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이젠하임 제단화는 현재 프랑스 알자스주(州) 콜마르의 운털린덴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1511∼1515년에 알사스 지방의 이젠하임의 안토니우스파(派) 수도원 중앙 제단화로서 그려졌으며, 니콜라우스 폰 하게나우가 조각한 고딕식 목각제단에 끼워져 있다.

가동식(可動式)의 다익(多翼) 제단화로서 2중 여닫이로 되어 있다. 닫혔을 때의 크기는 너비 3m, 중앙에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좌우에 성안토니우스와 성세바이젠하임스티아누스가 그려져 있다. 열린 상태에서는 중앙이 성모자와 천사, 좌우에 성고(聖告)와 부활, 그리고 익부(翼部)를 열면 성안토니우스의 유혹 등이 모두 9개 장면으로 그려져 있다. 철저한 사실주의와 후기고딕의 정열이 혼합된 뛰어난 수법의 제단화이다.

중앙 패널에는 예수가 상처로 온 몸이 뒤덮이고 창백한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죽기 직전이거나 이미 죽은 모습이다. 세례 요한은 십자가 옆에서 예수를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다. 먹덜러 마리아는 필사적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성모 마리아룰 성 요한이 부축하고 있다.

이젠하임 병원은 페스트와 성 안토니우스 볼 병이 걸린 환자를 돌보는 곳이다. 그뤼네발트는 예수의 모습을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페스트 환자처럼 묘사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놀랍고 강렬한 이 양식의 그림은 고딕 양식으로 종교적인 이미지를 드러낸다. 작품의 기법은 르네상스 양식이다.

 

이 제단화는 세폭이고, 날개부분의 제단화를 접거나 펼치는 데 따라서 세가지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부의 왼쪽 날개에는 페스트(흑사병)의 수호성인인 성 세바스찬이, 오른쪽 날개에는 이젠하임 병원 종교단의 수호성인인 성 안토니우스가 그려졌다. 하부 날개에는 무덤에 누워있는 예수의 모습이 보인다. 중앙 패널에는 십자가 체혀을 받고 있는 예수를 어둡고 고총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했다. 아마도 죽기 직전이거나 죽은 후의 모습일 것이다.

세례 요한은 십자가 앞에서 손가락으로 예수를 가르키고, 막달라 마리아는 필사적으로 기도하고 있고, 성모 마리아는 사도 요한이 부축하고 있다. 그뤼네발트는 페스트 환자들이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예수에게 그대로의 표정으로 그렸다. 이는 이 병원의 환자들에게 예수가 당신의 고통을 나누어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격렬한 마음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시도는 비이성적이었던 중세의 양식의 흔적이다.

 


멜랑콜리 25
이젠하임 제단화를 만나다 29
닫힌 모습(이젠하임) -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 31
성 세바스티아누스 44
성 안토니우스 45
한 번 펼친 모습(이젠하임) - ‘성모영보’ 50
천사들의 콘서트와 성모 54
성모자 57
그리스도의 부활 62
두 번째 펼친 모습(이젠하임) - 제단조각과 두 날개 63
성 안토니우스의 은수자 성 바오로 방문 68
마귀들에게 공격당하는 성 안토니우스 71
아름다운 장미덤불 속의 마리아여! 82



2장 나의 영원한 순례지, 샤르트르 노트르담


다시 찾은 샤르트르 91
아브라함과 이사악(성당 외부조각) 101
잠든 동방박사와 성모자(성당 내부조각) 107
샤르트르의 스테인드글라스, 빛의 환희 112
기둥의 성모를 만나다 121
파리의 노트르담, 기적의 현장 123
렝스의 미소짓는 천사여 129



3장 로카마두르에서


로카마두르로 향하는 길 135
로카마두르의 들판에서 양을 만나다 139



4장 양에 대한 사색


샤르트르의 세례자 요한과 천주의 어린양 151

 

 

천주의 어린 양(Agnus Dei) -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n, 1598-1664)

1635-40년, 캔버스에 유채, 36×62cm 마드리드 프라도 국립 박물관, 스페인

 

네 발이 꽁꽁 묶여 꼼짝 못하는 이 순백의 양은 바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다. 극사실적인 섬세함으로 그려진 양은 어두운 배경 속에서 환한 빛을 받고 있다. 이는 암흑을 뚫고 구원의 빛으로 오는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양의 폭신폭신한 털의 질감이 생생하여 그 따스한 감촉이 느껴지는 듯 하고, 털의 때 탄 더러운 모습은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친근하다. 힘없고 결백한 양은 자신에게 처해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감지했는지 반쯤 감긴 눈의 지친 모습이다. 영적인 충만함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암흑의 배경 속, 외부로부터 환한 빛이 비추이는 드라마틱한 화면 연출을 통해 천상의 신비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박혜원 소피아)

 


신전에서 쫓겨나는 요아킴과 제물을 바치는 요아킴 155
시온산 위의 어린양 162
양에 대한 경배 164
세례자 요한과 복음사가 요한 제단화 168
명상하는 세례자 요한 171
천주의 어린양 174
목자들의 경배 178
속죄염소 181
양치기 소녀 184

 


5장 다시 로카마두르로 향하다


영원한 성지, 로카마두르 189
검은 성모의 신비 195



6장 소레즈에서 다시 양을 만나다


돔 로베르 미술관에 가다 211
자연에서 만난 ‘사랑’ 217
돔 로베르 작품 감상, ‘인간의 창조’ 219
‘만발한 들판’, 그레고리안 찬가 223
가려진 양 228

 


7장 아시를 향해 떠나다


아시를 향해 떠나다 - ‘우리를 지켜주시는 고통의 성모님 감사합니다’ 233
아시성당의 유래와 재료 선택 - 건축가, 모리스 노바리나 239
성당의 중요한 조언자, 쿠튜리에 신부 246
아시성당의 설립자, 데베미 신부 250
아시, 작은 마굿간의 기적 253



8장 아시 - 데베미 신부와 예술가들


루오를 만나다, 아시의 기적 261
보나르를 만나다 273
피카소와의 엇갈린 운명 281
마티스의 성 도미니코 284
브라크의 작은 물고기 289
수난, 리시에의 십자가 292
뤼르사의 타피스트리 297...
립시츠의 세례반 305
샤갈의 출애굽과 천사들 307
장 바젠느, 음악에 헌정 314
레제의 모자이크 322
쿠튜리에의 리지에의 소화테레사 328



9장 아시의 진정한 기적과 그 의미


아시의 교훈을 생각하다 339
아시의 유산 344

 


에필로그 351

 

 

 

책 속으로

내가 이 그림을 만난 것은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국립박물관에서이다. 고등학생이던 당시 처음 프라도를 찾은 나는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n, 1598~1664)이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설레는 마음으로 박물관의 멋진 그림들을 둘러보았다. 풋풋한 십대시절, 그림에 대한 아무런 선입견과 사전지식 없이 맞닥뜨리게 된 ‘천주의 어린양’(Agnus Dei)과의 놀라운 대면이어서 더욱 강렬했던 것일까. 그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서평

저자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를 유럽 벨기에에서 보내며 일찍이 서구 미술에 매료되었다. 여러 번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화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강단에서 미술사를 가르쳐왔다. 이 책은 귀국 후에도 매년 유럽으로 떠나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고 느낀 감동을 성(聖)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충실한 미술사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신의 창조물인 ‘자연’, 그리고 인간의 신비로운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예술작품’ 안에 배어 있는 ‘생명력’, 그 ‘비밀’을 발견해나가는 발자취이다. ‘아름다움’에 다가가면 갈수록 그 안에서 빛나는 천상의 신비를 발견해가는 영혼의 여정을 걷게 된다.
여기에 소개하는 장소들은 모두 프랑스의 명소들로 꾸며져 있다. 알자스-로렌지방의 콜마르에서 만난 ‘이젠하임 제단화’와 ‘장미덩굴의 성모’,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조각들, 파리와 렝스의 노트르담성당, 중세 대표 순례지인 로카마두르의 검은 성모, 20세기 현대 성당의 초석이 된 아시성당, 그리고 로카마두르를 향한 오솔길에서 마주친 양과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단순한 ‘그림 읽어주기식’, 또는 감상적이고 주관적인 그림감상에 그치는 책이기를 거부한다. 미술사를 거닐다가 문득 ‘어린양’을 만나고 급기야 자기의 ‘어린양’을 찾아나서는 길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섬세한 자료조사와 연구, 진지한 고민 끝에 나온 객관적인 결과물에 화가로서의 감성과 감동이 문장마다 더해졌다. 프랑스 예술기행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위대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미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내 마음과 영혼을 깨우고, 깊은 감동으로 촉촉이 적셔주는 예술작품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많이 보면 볼수록, 이 세상에 인간이 만들어놓은 놀라운 작품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의 최상위의 것을 찾게 된다. 그리고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걸작들을 만나면, 그 뒤에는 이를 가능케 한 절대적인 에너지, 존재 또는 신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철학 공부를 깊이 들어가면 결국 ‘신학’, 음악에서는 ‘종교음악’의 경지에 이르게 되듯 미술에서 역시 ‘성(聖)미술’에 매료되는 것은 진지한 예술가가 궁극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 저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