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9. 12:00ㆍ책 · 펌글 · 자료/문학
무소 = 코뿔소 ≠ 물소
공지영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는
책의 처음에 나와 있는 말은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
전통적인 사회 구조와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무언가 혼자 이루어 나갈 수 있는 의지와 힘을 주는 글이라 하겠다.
작가 공지영은 이 책에서
사회에 대한 그리고 여성의 문제에 대한
어떤 확실한 답을 찾고자 한 것은 아니다.
혜완의 가정에서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모순과
경혜의 사회적인 모순의 결과로 인한 불행한 결혼 생활,
그리고
영선의 순종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의 모순을 통해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줌으로써.
여성 스스로가 이런 모순 속에 억압되지 않고,
스스로 이런 굴레를 만들지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을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불교 최초 경전 '숫타니파타'(남전 대장경 시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무소의 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살아 있는 그 어느 것도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으로부터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친구를 좋아한 나머지
마음이 거기 얽매이게 되면 본래의 뜻을 잃는다.
가까이 사귀면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집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 붙지 않도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숲속에서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동행이 있으면 쉬거나 가거나 섰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도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남들이 원치 않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동행이 있으면 유희와 환락이 따른다.
또 그들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싫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방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남을 해치려 들지 말고,
무엇이든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온갖 고난을 이겨 두려움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출가한 처지에 아직도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출가하지 않고 집에서 수행하는 재가자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흔히 있다.
남의 자녀에게 집착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잎이 진 코빌라라 나무처럼,
재가 수행자의 표적을 없애버리고 집안의 굴레를 벗어나
용기 있는 이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었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바란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대등한 친구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금세공이 잘 만들어 낸 두 개의 황금 팔찌가
한 팔에서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와 같이,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잔소리와 말다툼이 일어나리라.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살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힌다.
욕망의 대상에는 이러한 근심 걱정이 있는 것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것이 내게는
재앙이고 종기이고 화이며, 질병이고 화살이고 공포이다.
이렇듯 모든 욕망의 대상에는 그와 같은 두려움이 있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즉,
무소의 뿔이 서로 교차되지 못하듯이
모든 애욕과 욕망을 끊어버리고
홀로 진리를 추구하라는 뜻이다
[출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작성자 시원
서로 사귀는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고,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이다.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중에서
해설
옛날 소티세나 왕자에겐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왕자비가 있었다.
게다가 왕자비는 진심으로 왕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왕자의 손등에 작은 종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종기와 고름으로 뒤덮였다.
숱한 궁녀와 신하들은 흉측한 왕자를 피하였고 왕자는 몸과 마음이 함께 병들어 버렸다.
왕자는 자신이 놀림감이 되는 것 같아 아내와 함께 숲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자연 속에서 아내는 극진하게 남편을 보살폈다.
열매를 따와서 식사준비를 하였고 맑은 물을 길어 와서 고름으로 가득 찬 남편의 몸을 씻어 주었다.
아내는 남편의 극진한 병간호로 하루 하루를 보냈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남편의 아픈 병이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아내는 맑은 샘에서 머리를 감으려고 검은 머리를 풀어헤쳤다.
바로 그때 숲에 살고 있던 귀신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보고 반하여 겁탈하려 하였다.
자신이 변을 당하면 남편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어 할까만을 걱정한 아내는 필사적으로 반항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귀신에게 붙잡힌 순간, 아내는 이렇게 소리 질렀다.
“네 아무리 귀신이라지만 이렇게 무도한 짓을 범해도 좋단 말이냐!
정의를 지키고 있는 하늘의 신들은 모두 어디에 계신단 말인가!”
아내의 목소리는 제석천의 궁전을 두드렸고 제석천의 도움으로 아내는 귀신의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돌아온 아내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깊은 의심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아내는 마침내 물 항아리를 들고 이렇게 노래하였다.
“진실이야말로 그대를 지켜 주리니 진실이여! 내게 가피를 내리소서.
나는 남편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하지 않았네.
남편보다 더 사랑하는 이가 내겐 없나니 오오, 이 말이 진실하다면 내 남편의 병은 치유되리라.”
그녀가 남편의 머리에 물을 붓자 기적처럼 온 몸에 났던 종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허물이 벗겨진 피부도 예전의 몸으로 되돌아갔다.
마침내 그들은 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에 대해 불만이 가득 찬 남편은 궁으로 돌아가서 다시 왕자의 신분을 회복하자
아름다운 궁녀들과 어울릴 뿐 아내의 처소에는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한 아내는 차츰 야위어 갔고 아름답던 피부도 거칠어져 빛을 잃어갔다.
이런 일들을 지켜본 부왕은 왕자에게 일러주었다.
“다른 여인들은 네가 병들었을 때나 건강했을 때나 한결같이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었지만
왕자비는 오직 너와 함께 지내면서 사랑으로 마음을 주고받았다.
여인의 응석을 받아주는 남자는 많지만 남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여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왕자여! 그런 여인을 배신해선 안 되느니라.”
부왕의 가르침으로 아내를 찾아간 왕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내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
왕자비는 그런 남편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
왕자비는 바로 승만 부인의 전생이다.
<본생경> 중에서
이것은 <본생경>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이다.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진실로 위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람을 사악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을 잊어버리는 그 ‘마음’ 때문이다.
저 씩씩한 말의 元典이 너무 시시하제이오?
^____^
근데 얼마 전에,
어린 검사애가 윤석렬 총장을 염두에 두고서 저 말을 썼을 때,
왜 아무도 나서서 흉을 보는 이가 없었을까? 코뿔소의 뿔을 양쪽에서 하나씩 잡는다니????
설마 코뿔소 콧등엣 것까지 포함해서 두 개라고 생각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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