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6. 12:04ㆍ책 · 펌글 · 자료/문학
------------------------------------------------------------------
천하제일의 문장 (18세기 개인의 발견 1) ─ 신유한 평전
-------------------------------------------------------------------------
2021. 5
책소개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지고
지방 서얼로 태어난 비운의 문인
천하제일의 문장을 꿈꾸며
조선 문단에 파문을 일으키다
길이 남은 통신사행록 『해유록』의 저자 청천 신유한
논란의 중심에 선 정통 바깥의 문장과
시대의 제약을 넘어 새로운 경계를 열어젖힌 문학
“어떤 이들은 자네더러 구양수, 소식과 같이 절실하고 상세한 문장을 하지 않고, 왜 일부러 읽기 어려운 문장을 쓰는가라고 하지. 또 어떤 이들은 삼당三唐의 아리땁고 정이 가득한 시를 쓰지 않고 왜 일부러 싱겁게 맛없는 시를 쓰는가라고 하지. 그런 이들은 세상의 변화도 문체도 알지 못하는 걸세. 시대에 따라 문장은 변하기 마련이네. 옛 문장가들은 자기만의 의장意匠을 세웠지. 왜 자네한테만 그리 의심하는지 모르겠네. (…) 그대의 문장과 시는 읽기 힘든 곳이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있긴 하네. 아무 맛이 없는 중에 씹으면 씹을수록 더욱 빼어나지. 애당초 절실하지 않고 정이 가득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네. 옛사람이 적는 대로 써 내려가고 눈앞에서 읊조리는 것과는 다르지. 어찌 그대의 병폐라고 할 것이 있겠는가. 사람들은 원래 다른 사람의 단점을 지적하길 좋아하지. 너무 개의치 말게나.” _손명래, 「신유한의 문장을 논하는 말論申周伯文章說」
저자 : 하지영
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선 후기 한문산문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 후기 사유와 글쓰기 방식에 나타난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8세기 조선과 일본 문단에서의 상고적 문학론의 배경과 그 추이」 「혜담집蕙?集에 나타난 19세기 사랑과 욕망」 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목차
머리말
1장 밀양에서 다시 가야산까지
1. 시골 유생 신유한
가야산, 내가 돌아갈 곳 | 대나무골에서 태어난 아이 | 서얼이라는 굴레 | 특이한 문장 수업
2. 서울 나그네살이
서울 가는 길 | 촉석루에 서다 | 임춘을 다시 세상에 부르다 | 장원급제하다 | 오랜 기다림 | 봉상시 관원으로서의 삶 | 남산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3. 지방 고을을 전전하며
척박한 고을의 수령 | 지나치게 부드러운 원님 | 어쩌면 삶이 이리도 고달픈가
4. 가야산 기슭에서 운명하다
2장 바다 건너 일본으로
1. 멀리 일본에서 노닐다
2. 오랑캐가 사는 신선의 땅, 일본
신선의 땅 | 화려한 도시 | 긴장과 갈등 속 사행길
3. 일본 문사와의 만남
사행의 동반자 아메노모리 호슈 | 겟신 쇼탄과의 신교 | 일본 문사와의 수창 | 도리야마 시켄의 시를 읽다
4. 통신사행, 그 후_
3장 나를 알아줄 이 누구인가
1. 마음이 같은 벗, 최성대
진정한 지기 | 필원에서의 밤 | 평생을 함께하다 | 부부로 기억되는 우정
2. 불우함을 위로받다
눈 오는 밤의 시회 | 서얼 차별을 철폐하라
3. 문예에 노닐다
김창흡의 조언 | 이병연과의 시교 | 적벽부를 모의하다 | 함께 옛것을 이야기하다 | 영매의 해산금 연주
4. 마음의 스승
연천에서 만난 허목 | 최치원을 사모하다
4장 경계 밖을 노닐다
1. 옛글에서 길을 찾다
문장으로 논란을 일으키다 | 선진양한의 문풍을 꿈꾸다 | 천기에 응하고 마음의 소리를 담아라 | 글은 글일 뿐
2. 나는 방외에서 노니는 자
『산해경』을 펼치며 세상 밖을 신유하네 | 모든 것은 물거품이다 | 노승과의 이야기
3. 천하제일의 문장
홀로 가는 나그네 | 한계 없는 용문 | 정신까지 모사하다 | 허와 실이 공존하는 문장 | 참을 얻는 놀이 |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
5장. 일대의 문호
1. 후학을 양성하며
신유한의 특이한 교수법 | 신유한과 그의 문도
2. 청천 신유한, 그 후
30년 동안 도성의 문단을 주도하다 | 경계 밖 새로운 경계를 열다
책 속으로
신유한은 18세기 조선 문단에서 이채로운 문학 세계를 보여주는 문장가이다. 흔히 그는 통신사행록 『해유록海遊錄』의 저자로 기억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천하제일의 문장을 꿈꾸었으며, 자신의 욕망에 솔직했고 또 좌절했으며, 길 위에서 삶의 모순을 목도했고, 세상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하던 이였다. 그는 18세기 조선 문단에서 욕망, 모순, 균열의 지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_17쪽
그는 자신이 경계인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서울에 올라온 후 여실히 자각했다. 시골 출신인 데다가 서얼이기까지 한 그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또 아무리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동분서주한다더라도 쉽게 중앙 관직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현실은 그에게 가혹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의 문학에 거친 삶의 질감, 냉소 그리고 약자에 대한 연민이 더해진 것은 또 바로 그러한 현실 덕분일 것이다. _76쪽
신유한의 목표는 최고의 문장이었다. 제자를 향해서 “천하제일의 글을 읽고 천하제일의 일을 하며 천하제일의 사람이 되어라”라고 했던 그의 충고는 의미심장하다. (…) 안연顔淵을 꿈꾸면 안연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에는 최고의 글을 읽고 그것을 학습하여 최고의 문예미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_251쪽
출판사서평
‘18세기 개인의 발견’ 시리즈는 신유한, 조귀명, 이용휴, 유한준의 생애를 비평적 시각으로 조명한다. 동아시아에서 ‘개인’에 대한 사유는 전국시대 양주 이래로 시대 전환기마다 출현해왔다. 당대의 지배적 가치관에 동의 못 하거나 이질감,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 개인은 공동체와 거리를 두며 자기만의 느낌, 감정, 생각을 일구어나갔다. 이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자주 거론된 북학파가 아닌, 또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사유를 모색한 네 인물을 다룬다. 그중 이 책이 조명하는 청천靑泉 신유한申維翰(1681~1752)은 뛰어난 문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얼로 태어난 비운의 문인이며, 당대의 신분적·계급적 한계와 부딪히는 과정에서 독창적인 문장과 문학론을 펼친 인물이다.
신유한은 우리에게 흔히 통신사행록 『해유록海遊錄』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유록』 못지않게 빼어난 신유한의 다른 많은 작품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신유한의 문집 『청천집靑泉集』을 포함해 그가 남긴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충실히 복원하며, 그의 문학에서 삶을 읽어내고 삶에서 문학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신유한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사회가 부여한 한계 때문에 좌절해야만 했던 선비의 포부, 그렇게 수십 년을 살며 벼려낸 경계 밖 주체로서의 감성과 사유,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뒤섞여 만들어진 ‘천하제일의 문장’에 대한 애착과 문인으로서의 기상일 것이다. 이로써 독자들은 당대와 불화한 개인이 어떻게 자기를 만들어나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하나를 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방대한 자료를 참조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서술로 대중에게 다가선다는 데 있다. 저자는 신유한의 문집 『청천집』과 통신사행록 『해유록』은 물론이거니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신유한을 언급한 적 있는 여타 인물의 기록까지도 충실히 끌어모았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자료 모음에 그치지 않고, ‘경계 바깥에서 자기를 찾아나간 인물’이라는 관점으로 그의 삶에 서사를 부여하고 있다. 인물들 간의 서신이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독자들은 마치 긴 옛날이야기를 읽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신유한이 직면했던 문제는 지금의 우리와도 멀리 있지 않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문장 때문에 중심부로부터 배척당하고 고민했던 그의 모습은, 자기가 일반적인 기준에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하지만 신유한은 남들에게 자기를 맞추기보다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으며, 그런 그의 삶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위로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문재를 가진 지방 서얼
“구구하고 비루한 곳에 거처하는 선비는 밭두둑 사이에서 몸을 일으켜보아도 그 재주가 미관 하나에도 얻을 수 없는지라,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천 리 먼 길을 오지만 벼슬길에서는 아무런 뜻을 얻지 못하고 물러날 적에는 또 황황하게 물러난다. 아, 슬프다.”(「목멱산기木?山記」)
1
2
3
4
'책 · 펌글 · 자료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지 않는 도시들』 (0) | 2022.05.25 |
---|---|
안도현 『告白』 (0) | 2021.08.13 |
검사1 : "총장님, 무소의 뿔은 두갭니다. 저희가 한 쪽 뿔을 잡겠습니다!" (0) | 2020.11.29 |
장영희,「마음의 성역」 (0) | 2020.02.16 |
《애서광들》(소설) (0) | 2020.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