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16. 20:40ㆍ詩.
저자
도종환 국회의원, 전 정무직공무원
서정적인 시어 속에 진솔한 삶을 녹여내 아름다움과 절실한 감동을 더해주고 있는 도종환 시인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투옥된 이후 교육 운동에도 헌신해 왔다. 1998년 10년 만에 복직하여 덕산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잠시 속리산 부근에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제8회 신동엽 창작 기금과 제7회 민족 예술상을 받았으며, 그동안 펴낸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 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모과'등과 어른을 위한 동화 '바다 유리'등이 있다.
저자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43년 3개월간 교직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을 하고 지금은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으며 그동안 '대숲 아래서', '막동리 소며', '풀잎 속 작은 길', '산촌엽서', '슬픔에 손목 잡혀', '꽃이 되어 새가 되어', '눈부신 속살' 등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저자
정호승 시인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에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이 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집 '연인', '항아리', '기차 이야기',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산문집 '정호승의 위안'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자
윤동주 시인
1917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출생하여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하였고 일본 동경 동지사대학에서 수학하였다. 1936년부터 여러 지면의 학생란에 동시, 시, 산문 등을 발표하던 중 1941년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간행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1945년 구주 복강 형무소에서 의문의 병사를 당했다.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가 간행된 이후 지금껏 무수한 판본의 '윤동주 시집'이 나왔다.
저자
김수영 시인
1921년 서울 종로에서 출생. 1935~1941년 선린상업학교. 성적은 우수했으며 특히 주산과 미술에 재질을 보임. 동경 성북예비학교에 다니며 연극 공부. 1943년 조선 학병 징집을 피해 일본에서 귀국. 심영 등과 연극을 함. 1946년 연극에서 문학으로 전향. 시 「廟庭의 노래」 발표. 1946~1948년 연희전문 영문과 4년에 편입. 졸업을 하지 않음. 1949년 김경린 등과의 친교로 시론과 시를 엮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간행.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북한군 후퇴 시 징집되어 북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하다 탈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됨. 1952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 부산, 대구에서 통역관 및 선린상고의 영어교사 등을 함. 1959년 1948~1959년 사이에 발표했던 시를 모아 개인 시집 「달나라의 장난」(춘조사) 간행. 1960년 4·19 혁명 일어남. 이후 죽기까지 현실과 정치를 직시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시와 시론, 시평 등을 잡지, 신문 등에 발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함. 1968년 6월 15일 밤 귀가길에 집 근처에서 버스에 치어 머리를 다침. 의식을 잃은 채 적십자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함. 1974년 시선집 『거대한 뿌리』(민음사) 간행. 1975년 산문선집 『시여, 침을 뱉어라』(민음사) 간행. 1976년 시선집 『달의 행로를 밟을지라도』(민음사) 간행. 산문선집 『퓨리턴의 초상』(민음사) 간행. 1981년 『김수영 전집』 시·산문(민음사) 간행. 2003년 개정판『김수영 전집』 시·산문(민음사) 간행. 1982년 민음사에서 '김수영문학상'을 제정하여 제1회 수상자로 정희성을, 수상작으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선정함.
목차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목백일홍
시래기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멀리 가는 물
수없이 많은 얼굴 속에서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흔들리며 피는 꽃
은은함에 대하여
담쟁이
끊긴 전화
접시꽃 당신
벗 하나 있었으면
우체통
단풍 드는 날
나태주
두 여자
너를 두고
시
초라한 고백
부탁
사랑은
통화
보고 싶다
대숲 아래서
사랑에 답함
풀꽃
선물
멀리서 빈다
행복
내가 너를
정호승
너에게
창문
첫키스에 대하여
결빙
그리운 부석사
풍경 달다
여행
눈부처
봄눈
수선화에게
새벽 눈길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술 한잔
우리가 어느 별에서
부치지 않은 편지
윤동주
서시
별 헤는 밤
소년
자화상
참회록
편지
바람이 불어
눈 오는 지도
길
버선본
사랑스런 추억
달같이
봄
또 다른 고향
새로운 길
김수영
사랑
여자
아버지의 사진
나의 가족
초봄의 뜰 안에
봄밤
부탁
싸리꽃 핀 벌판
달밤
폭포
풀
여름밤
푸른 하늘을
절망
사랑의 변주곡
-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 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 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 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것
제 몸의 전부였던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산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날.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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